• [논평] 정의당 성평등부, '3.8 여성의 날을 맞아'
[논평] 정의당 성평등부, 3.8 여성의 날을 맞아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이 존엄하고 활동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세월호참사, 강남역살인사건, 메르스사태, 소라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성범죄, 구의역참사 등의 공통점은 우리 사회가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강남역살인사건과 소라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성범죄는 특히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존재 자체가 안전하지 않고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목소리는 지금 당장이 아닌 ‘나중’의 문제로 치부된다는 것을 소위 차별금지법 논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민 그 누구의 안전도 나중의 문제일 수는 없습니다.

보수기득권세력은 우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자기밖에 없으며 최선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이 어떤 최악의 재난을 불러오는지 우리는 세월호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CCTV나 치안의 강화만으로는 여성 및 소수자들을 온전히 보호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안전을 요구하는 활동을 위축시키기도 합니다. 

우리가 요구해야하는 안전은 안전하기 위해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활동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폭력에 맞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자기를 방어하려고 마스크를 쓰고 나오는 사회는 안전한 사회가 아닙니다. 우리가 할 일은 여성들에게 ‘너희들의 요구가 정당하다면 마스크를 벗어라’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마스크를 벗고 활동을 해도 아무 일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 여성들에게는 얼굴을 가질 권리가 없습니다. 얼굴을 가지는 순간 존재의 위협을 받기 때문입니다. 

처음 최순실국정농단에 분노하며 거리에 쏟아져 나왔던 시민들의 모습을 기억하십니까? 박근혜정부 5년 동안 수많은 참사를 겪으며, 집회시위의 자유마저 빼앗긴 많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100일이 넘는 동안 우리가 되찾은 것은 광장과 목소리만이 아니라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얼굴’이기도 하였습니다.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는 존재는 시민이 아닙니다. 얼굴을 드러내고 자기 목소리를 가질 때 비로소 시민이 될 수 있습니다. 여성 및 소수자들이 지금 요구하는 것은 바로 시민이 될 권리,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며 정의당 성평등부는 이 얼굴들과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함께 할 것입니다. 

 먼저 보수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목소리를 보호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지역, 질병, 연령, 장애, 성별, 성적지향, 종교 등 다양한 이유로 차별하고 사람들을 갈라놓았던 한국사회의 적폐를 걷어내는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차별받을까봐 차마 말하지 못했던 목소리를 듣고 마스크를 쓴 얼굴을 서로 마주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들이 존엄하다는 선언, 그리고 활동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은 최소한의 시작일 뿐입니다. 

그리고 신종여성3대 폭력이라고 불리는 데이트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과 더불어 피해자지원조치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신종여성3대 폭력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여성 및 소수자의 인권은 차별에 맞서는 소극적인 대책을 넘어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필요로 하고 그것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적 인권기관들의 인권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법입니다.

여성 및 소수자의 인권의 증진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인권 교육의 제도화입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평생교육과정에 인권과 시민 교육이 결합해야 합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여성과 성소수자와 관련된 인권교육의 최전선은 성평등교육입니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하고 3월부터 각 학교에 보급되는 성교육표준안은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성은 무드에 약하고, 남성은 누드에 약하다’라는 표현부터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조심하라’라는 내용만 부각되어 성별이분법을 강화하고 조심하고 가만히 있는 것만이 최선인 대응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교육을 받으며 범죄자가 될까봐, 혹은 피해자가 될까봐 두려워하는 사회가 아니라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하고도 모르고 사는 것을 훨씬 두려워해야 합니다. 따라서 각 학교에 보급되는 성교육표준안은 당장 폐기되어야 합니다. 또한 성폭력 예방교육을 넘어서 차별과 혐오에 맞서고 존중과 존엄이 있는 성평등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이는 한두시간의 예방교육이 아닌 인권교육의 제도화를 통해서 포괄적이고 장기적 관점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두가지 약속과 실천을 통해 활동이 자유로운 사회, 활동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그 사회에서만이 우리의 존재가 존엄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7년 3월 8일
정의당 성평등부 (본부장 오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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