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본방송 2월 추진, 전면 재검토해야
애초 2월에 시작할 예정이었던 지상파 UHD 수도권 본방송 준비가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사태는 정부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연연해 무리하게 일정을 추진하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작년 7월 지상파 UHD방송의 기술표준이 북미식(ATSC 3.0)으로 확정됐다. 약 7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방송표준에 맞춰 제작 및 송출 장비를 개발할 시간도, 실험방송을 할 수 있는 여유도 없었다. 이에 지상파3사는 작년 말에 방송통신위원회에 본방송 개시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세계 최초의 기술로 해외 시장 선점’이라는 구호만을 앞세우며 2월 본방송 계획을 고집해 왔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시청권은 뒷전에 밀려있다. 수신 환경 개선과 안테나 내장형 TV 생산은 정부의 의지 부족과 가전업체들의 반발로 표류 중이다. 이미 팔려나간 유럽식 표준 TV 구매자들에게 정부는 북미식 방송 시청을 위해 컨버터를 구입하라는 것 외에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방송은 현실적으로 제작하기도 시청하기도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방송통신위원회가 2월 수도권 본방송 일정을 고집하는 것은 3~4월 중에 줄줄이 임기 만료 예정인 최성준 위원장을 비롯한 방통위원들의 치적 쌓기를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시청자의 권익과 방송산업의 발전에 있어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는 것이다.
방통위는 본방송 시작 예정일을 10여일 밖에 남기지 않은 지금까지도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지금의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이라도 본방송 일정 연기를 선언하고 제대로 된 UHD 방송서비스 실현을 위해 더욱 철저한 준비를 해나갈 것을 촉구한다.
2017. 1. 17.
정의당 추혜선 의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