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정의당 생태에너지부, 국회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절차 및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정부 법률안을 폐기하라
[논평] 정의당 생태에너지부, 국회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절차 및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정부 법률안을 폐기하라
 
오늘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 산업통상자원부가 발의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절차 및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상정됐다.
이 법률안의 근거가 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은 지난 6월 날치기 공청회를 거쳐 7월 원자력진흥위원회 승인으로 확정되었다. 그리고 이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한 부지선정 절차와 유치지역지원을 담아 산업통상자원부 법안으로 국회에 제출되었다. 그러나 이번 기본계획과 법률안은 핵발전소 주변 지역의 반대여론을 비롯해서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사용후핵연료 중 폐기하기로 결정한 고독성, 고농도의 방사성 위험물질로써 그 처리에 대한 원칙과 정책방향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부지선정 절차만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사회적 갈등을 수없이 초래해 왔다.
지난 30년 동안 정부는 핵발전소와 핵폐기물의 위험성을 은폐하며 핵발전소 진흥정책의 수단으로써 핵폐기장 부지선정을 밀어붙여 왔다. 안면도, 굴업도, 부안, 경주 등 핵폐기장 부지선정을 둘러싸고 지역주민에게 공동체 파괴와 주민갈등을 안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제출한 정부법률안은 그동안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온 부지선정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며 또 다시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절차 및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폐기되어야 하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 법률안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관리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방향과 원칙이 없는 정부 주도 부지선정절차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2013년 출범부터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부터 시작되었다.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는 15명 위원 중에 6명이 사퇴할 정도로 잘못 만들어졌고, 지역주민, 시민, 국회와 제대로 된 토론회, 공청회조차 하지 않은 채 최종 처분시설 추진절차만을 담은 졸속적인 권고안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정부는 그 졸속 권고안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기본계획으로 확정하고, 관리정책과 기본계획도 없는 절차법을 강행하는 근거로 삼았다.
 
한국의 핵발전소 밀집도는 세계 1위로 가장 높다. 또한 단위면적당 사용후핵연료의 양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는 핵발전소와 핵폐기물로부터 우리나라 국토와 국민에게 가해지는 위험도가 높다는 것을 말한다. 고준위핵폐기물은 생명, 신체,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험한 독성물질로 지금까지 인류는 안전한 처리방법을 갖고 있지 않다. 유일한 방법은 10만년 이상 사람으로부터 격리하여 깊은 땅속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10만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안전을 보장한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위험한 핵폐기물을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넘기지 않기 위해 현세대가, 국가가 해야 일은 무엇인가? 사람과 환경을 보호하면서 장기적으로 가장 안전하게 핵폐기물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에 대한 공론화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위험한 핵폐기물을 더 이상 만들지 않는 에너지정책 전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또한 사용후핵연료는 핵무기 원료로도, 핵발전소 연료로도 재처리하지 않고 직접 영구처분한다는 정책방향이 우선되어야 하다.
 
정부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방향, 개념정의, 기본원칙을 명시한 법체계를 배제하고 절차 및 유치지역지원법을 강행하는 이유는 원전진흥의 최대 걸림돌인 고준위방폐장을 정부주도 절차와 지원법으로 처리하고, 동시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도 강행하여 핵산업계의 먹거리와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욕망과 꼼수를 드러낸 것이다.
 
둘째, 이 법률안은 주민동의 없이 핵발전소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증설을 무한정 허용하는 꼼수법안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에서 향후 12년간 5단계의 선정절차를 거쳐 처분장 부지를 확보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번 절차법 제5장 보칙 조항에 관리시설이 설치되기 전까지는 핵발전소 부지 내에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추가로 건설할 수 있도록 전제하고 있다. 결국 포화시점과 시급성을 운운하며 핵발전소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증설을 주민동의 없이 강제하는 것이 이 법안에서 드러난 가장 큰 폭력성이다. 그리고 핵발전소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은 사실상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이 될 것이 분명한데 모호하게 은폐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핵발전소 지역에서 부지 내 추가 사용후핵연료 관련시설 등 핵시설을 짓지 않겠다고 약속한 경주, 울진, 영광 지역주민과의 약속을 뒤집고 지역지원을 대가로 주민동의 없이 저장시설을 증설하도록 하는 이 법률안은 ‘핵발전소 내 건식저장시설 추진법’에 다름없다. 이러한 꼼수법안은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셋째, 이 법률안은 주민참여 극대화와 절대 안전의 원칙과 기준이 배제되어 있는 비민주적이고 반생명적인 원전진흥 절차법이다.
 
이 법률안에서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부지적합성 기본조사단계에서 지자체장이 기본조사를 신청할 때 지역주민의 의견을 확인하는 것이 전부이다.
또한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법은 산업부장관이 수립하는 부지적합성 기본계획에 포함시켜 산업부장관이 맘대로 방식을 정하도록 하는 것은 주민참여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제한하는 것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절차와 기준에 주민을 동원의 대상, 지원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비민주적 악법의 전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부지선정 전 과정에 걸쳐 주민의 참여와 주민의 동의 및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다중의 절차가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부지선정과정의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주민의 숙의과정이 보장되어야 하며,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주민투표와 같은 가장 민주적인 방식이 법률에 명시되어야 한다.
 
지난 30년간 핵폐기장 부지선정을 둘러싼 갈등에서 확인했듯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방폐장추진사업은 주민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한다.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31개 국가 중에 최종처분장 부지를 결정한 핀란드, 스웨덴은 반세기에 걸친 공론화와 주민과의 대화와 설득의 과정을 거쳤다. 모든 과정에서 주민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1만 번이 넘는 참여기회와 대화가 지속되었다. 민주적이고 투명한 주민참여 극대화의 원칙을 최우선으로 추진한 결과 신뢰와 합의에 따른 부지선정이 가능했던 것이다.
영국은 2003년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가 공개적인 모집과정으로 선발된 12명의 위원들이 4년간 역사상 가장 대규모로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최적의 관리방안을 도출하여 공론화의 표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법률안에는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는 안전성 원칙과 기준이 배제되어 있다. 이 법의 목적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에 적합한 부지를 선정하여 국민의 안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칙과 기준도 없고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하도록 하고 있고 있어 정부가 추진하는 부지선정 절차를 최우선으로 하도록 하는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원칙과 정책방향을 담은 기본법을 배제하고 절차법을 통해 부지선정을 강행하려는 정부의 꼼수와 권위적 발상에서 비롯되었으며, 결국 국민의 안전을 저버리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스웨덴은 핵발전소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핵폐기물의 절대적인 안전성에 입각한 최종부지를 결정해 가고 있다. 다중안전방호원칙에 따라 스웨덴 환경법정과 규제기관의 평가의견에 입각해서 최종처분장 부지신청에 대한 승인여부가 2017년 이후 결정될 예정이다. 절대적 안전성 원칙에서 대안으로 요구되고 있는 500m 심지층 처분이 아닌 5km 심지층 처분 방식을 놓고 환경법정에서 승인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다중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원칙을 보장하지 않은 없는 부지선정 절차는 있을 수 없으며 이 법안을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넷째, 이 법률안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주도하에 부지선정에 관한 모든 것이 추진되고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 정부의 일방적인 절차법에 불과하다.
 
이 법률안은 산업부장관이 모든 부지선정절차와 유치지역지원까지 주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핵발전소 진흥부처이다. 산업부장관이 주도하는 이 법률안은 애당초 원전안전규제의 입장이 아니라 원전진흥의 이해에서 출발한 절차법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부지선정위원회도 산업부 산하에 두어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갖는 위원회 구성을 불가능하게 하고 위원 구성도 산업부장관에게 권한을 주고 있어 공정성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부지적합성 기본계획은 누가 세우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데 산자부장관이 주도하여 부지적합성조사의 목적에서부터 부지적합성 평가기준, 주민의견수렴 방법, 조사과정의 정보 공개 방법까지 다 망라하고 있다.
핵폐기물 관리의 민주적 표본이 되고 있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공론화와 부지선정에 이르는 절차를 민주적이고 독립적인 신뢰 프로세스로 추진했다는 점이다. 독일 연방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부지선정절차법에 따른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에 관한 위원회는 연방하원에 독립적인 기구로 구성하고 공정성을 담보하여 위원을 구성하고 있다. 또한 선정절차를 추진하는 집행부를 연방환경부에 설치하여 독립적인 규제절차로서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산업부가 일방적 부지선정 절차를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주요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주요사항을 구체적 범위도 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정부에 위임하여 국회의 권한을 정부에 넘기고, 정부 주도로 부지선정 절차를 강행하도록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주민의 민주적 참여를 배제하고, 국민의 생명안전을 도외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다 열어놓았다.
 
이번 정부법안은 너무나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선진사례의 모양은 흉내 냈지만 오랜 시간 진정성을 가져야 쌓이는 신뢰와 민주적 합의과정 그리고 절대 안전성이라는 규제기준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법률안으로 더 큰 논란과 갈등을 계속하는 것은 시간낭비이다. 주민참여 민주주의와 국민 안전 최우선의 원칙에서 이번에 상정한 정부 법률안은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국회는 법적 타당성을 결여한 이 법안을 폐기하고 정부의 일방적인 독주를 막고 국민안전과 주민참여의 원칙을 담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방안에 관한 공론화와 사회적합의 방안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 또한 위험한 독성물질인 고준위핵폐기물을 양산하는 핵발전소 진흥정책을 탈핵에너지정책으로 전면적으로 전환하여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미래세대에게 안전한 민주공화국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2016년 12월 22일
정의당 생태에너지부(본부장 김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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