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조특위 청문회를 보며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출석한 재벌 총수 중 어느 한 명의 입에서도 정경유착에 대한 인정과 사과는 물론, 전경련 해체의 약속은 나오지 않고 있다. 총수들은 ‘송구스럽다’, ‘모자란 내 부덕의 소치다’, ‘주의하겠다’는 추상적인 말로 기업의 입장을 대신할 뿐이다. 불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대답도 어김없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와 독대, 이야기를 이해 못 했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일부 재벌 총수의 ‘얼치기 코스프레’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지난 주말 이백만 횃불은 대통령 즉각 탄핵과 함께 ‘재벌도 공범이다’와 ‘전경련 해체’를 외쳤다. 그러나 재벌 총수들에게 이 소리는 ‘정권이 돌봐줄 수 없으니 알아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경고로 들렸을 뿐이다. 회장님들이 친히 국회까지 행차하신 이유 또한 자기구제의 길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 정권과의 뒷거래 관련 의혹은 답하지 않고 마치 강제에 의해 모금을 한 것처럼 연기를 하는 중이다. 국조특위 청문회장의 재벌 총수들은 ‘얼치기’와 ‘피해자’를 동시에 연기하고 있는 광대들인 셈이다.
이번 청문회는 재벌대기업에 단지 변명의 자리가 아닌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었다. 국민 앞에 진실과 죄를 자복하고 혹시나 추악한 권력의 강권에 따른 억울함이 있다면 토로하고 정경유착의 낡은 고리를 깨는 개선책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자리였다. 비록 공범이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정경유착의 진실을 폭로해 새로운 사회의 건설에 기여할 기회의 장이었다. 그러나 재벌 총수들은 이 전화위복의 기회를 광대놀음의 무대로 바꿔버렸다. 그들은 박근혜의 아버지 박정희식 개발독재의 유산, 정경유착의 추악한 거래와 뇌물이 제공하는 반대급부의 이익을 버릴 뜻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국민의 요구에 의해 불려나온 곳에서조차 뇌물죄는 자복하지 않고, 거짓과 농락을 일삼는 재벌 총수들에게는 쇠고랑이 약이다. 정의당은 재벌 총수도 법 앞에 평등한 국민 중 한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을 사법당국과 특검이 똑똑히 보여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또한 정의당은 이 모든 폐단의 중심에 있는 전경련을 국민의 손으로 해체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16년 12월 6일
정의당 원내대변인·국정조사단장 김 종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