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심상정 상임대표, 사드 철회 종교·시민 평화 결사대회 인사말 전문
일시: 10월 11일(화) 15:00
장소: 종로 보신각
반갑습니다. 정의당 상임대표 심상정입니다. 날씨도 쌀쌀한데, 원불교를 비롯한 종교계, 그리고 멀리 김천·성주 지역주민 분들, 그리고 많은 시민들께서 확고한 평화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이셨습니다. 그래서 정의당이 힘은 적어도 여러분의 염원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서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어제도 한반도에는 하루 종일 전운이 감돌았습니다. 북한이 또 핵실험을 할까, 미사일을 발사할까,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한반도에는 이제 이런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이 일상화 된 것 같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규모 무력시위가 전개되고, 말 폭탄이 오가고 있습니다. 또 일각에서 ‘선제타격론’이라는 두더지 같은 말이 뛰쳐나오면 가슴이 다 서늘합니다. 이렇게 언성이 높아지다 보면 주먹이 나가지 않습니까? 지금처럼 이렇게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면, 말 폭탄이 아니라, 진짜 폭탄이 한반도에 날아다니지 않을까 정말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쟁은 우리 모두의 패배입니다. 세계 최고의 화약고인 한반도에서 전쟁의 승패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대한민국은 인구의 11%가 사망한 세계에서 최고로 참담한 전쟁을 겪은 나라입니다. 그래서 한결같이 우리 국민들이 염원하는 것은 평화입니다. 전쟁은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정치권이 평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전쟁방지, 긴장완화, 평화조성을 위해서 대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입니다. 그런데 정말 불안하고 죄송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여권에서는 매일 북한에 대한 증오의 발언, 예컨대 이참에 핵무장을 하자는 호전적 발언만 쏟아내고, 야권에서는 때 이른 대선 표 계산 때문에 말도, 몸도 사리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서 사드철회를 위해 이 자리에 모이셨는데, 사드는 김천이나 성주가 아니라 여의도 국회로 가져와야 한다고 제일 먼저 주장하고 일관되게 실천하는 정당이 바로 정의당입니다.
저희가 사드를 여의도로 가져와야 한다는 문제인식은 이렇습니다. 안보에는 모자람이 없어야 합니다. 모든 걸 다해야 합니다. 그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드는 자유롭게 무기고에 추가해도 좋을 무기가 아닙니다. 사드는 방어적 무기입니다. 방어적 무기란 것은 미사일이 날아와야 그 효용성이 입증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말하자면 전쟁이 벌어진 다음에 효용성이 입증되는 무기입니다.
그래도 방어적 무기의 순기능만 있다면 저희는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드가 단순한 방어무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실현할 예방외교를 가로막는 무기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분들 잘 아시다시피 사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이 사드배치로 대중관계가 훼손되고, 대북공조가 흐트러지고, 무엇보다 동북아의 군비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사드는 한반도에 신냉전체제가 조성돼 강대국의 각축장이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미사일 잘 막으려다가 전쟁 불러오는 격이 될 수 있습니다. 소탐대실입니다.
그래서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드문제에 대해 저는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포괄적으로, 이를 테면 군사적 효용뿐만 아니라 외교·안보·경제 등 모든 분야의 효용성을 따져서 사드 배치가 정말 평화를 위한 결정인지 국회가 책임지고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 적어도 야당들이 단호한 입장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국민의당은 그동안 사드반대를 위해서, 또 사드국회검증을 위해서 함께 열심히 노력해왔는데 최근에는 어떤 이유인지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좀 불안합니다.
저는 더불어민주당에 분명히 이야기했습니다. 사드는 한 번 배치되면 철회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사드문제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정권을 잡더라도 외교·안보 분야는 이미 내준 채로 집권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사드문제를 국회에서 빨리 그리고 엄중히 검증할 수 있도록. 민주당이 당론을 정해줄 것을 또 한 번 촉구합니다.
지금 한반도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전쟁방지, 긴장완화, 북한핵동결입니다. 이것을 당면목표 삼아 관련 당사국들이 머리를 맞대는 제2의 페리프로세스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반도 주변 6개 강대국이 서로 전략적 안보이익을 조정하는 다자간안보협의체 구축에도 힘써야 합니다. 우리가 전쟁을 막지 않으면, 전쟁이 우리를 삼켜버릴 것입니다.
이번에 원불교가 특히 평화를 위해서 단호한 의지를 표명해 주시고 실천해 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정의당은 여러분과 함께 이 땅의 평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10월 11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