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정치센터 3기 청년기자단 / 프레시안] 오늘도 편견의 코르셋을 입으셨나요? (이서연 기자)

 

 

"이런 건 여자가 해야 하는 거야."

"남자가 왜 이렇게 쪼잔해?"

 

 

여성과 남성을 구분해 쓰는 '성(性) 구별적 발언', 우리는 얼마나 무심하게 쓰고 있을까. 지난 11일부터 25일까지 '구글 독스'를 이용해 '일상의 성 구별적 발언에 관한 인식 조사'를 했다. 응답자는 총 51명으로, 그 중 41명이 20대였다. 30대는 7명, 10대와 50대가 각각 1명씩 설문에 참여했다. 응답자의 66.7%가 여성이었으며, 남성 응답자의 비율은 33.3%였다.

 

남성 한 명을 제외한 응답자 50명이 '여성적' 또는 '남성적'인 것과 관련한 발언을 들어봤다고 대답했다. '관련 질문을 해 본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여성은 85.3%, 남성은 52.9%가 '그렇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성을 구별한 발언을 듣거나 한다는 뜻이다.

 

성 구별적 발언은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발언이 야기하는 불쾌감은 무엇인지, 또 성 구별적 발언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미래정치센터 청년 기자단(이서연)

 

 

 


 

ⓒ미래정치센터 청년 기자단(이서연)

 

 

성 구별적 발언, 무엇이 문제인가?

 

 

여성들이 입는 코르셋은 일종의 보정속옷으로, 16세기 르네상스 무렵부터 애용됐다. 코르셋은 허리를 최대한 가늘게 조여, 가슴과 엉덩이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강한 압박으로 호흡곤란과 소화불량 등의 부작용을 가져왔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성 구별적 발언'도 일종의 코르셋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성별(gender)'이라는 편견(즉,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강박)으로 상대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성 구별이 만든 고정관념이 일종의 코르셋처럼 작용하는 것이다.

 

여성이 여성스럽게 행동하지 못하거나 남성이 남성답지 못하면, '잘못된' 것으로 간주한다. 자신이 속한 조직 또는 사회로부터 '잘못됐다'는 시선을 받지 않기 위해 성 구별적 편견에 맞춰 행동한다. 결국 능동적 삶이 아닌, 편견에 맞춘 수동적 삶을 사는 셈이다.

 

 

 

 

▲ 코르셋을 착용한 여성들. 중세시대 여성들은 허리를 13인치로 줄이기 위해 코르셋을 착용했다. 21세기인 지금도 '가는 허리'는 여성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google.com

 

 

 

성 구별적 발언, 일상에선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

 

 

설문조사에서 여성 응답자들은 '여자가 왜 이렇게 조신하지 못해?'. '옷 좀 여성스럽게 입어라'. '여자가 웃는 소리가 왜 그래?'. '여자답네 (또는 여성적이네)', '여자답게 행동해라 (또는 여성적으로 행동해라)' 등의 발언을 직접 들었다고 한다. 기타 의견으로는 '이런 건 여자가 해야지', '예쁘게 꾸미고 다녀라'가 있었다.

 

여성 응답자의 60% 이상은 '여성적'인 것과 관련한 발언을 들었을 때 불쾌감을 나타냈다. 조사 결과 '매우 불쾌했다'는 23.5%, '불쾌했다'는 38.2%, '그저 그렇다'는 32.4%, '즐거웠다'는 5.9%, '매우 즐거웠다'는 0%였다.

 

그렇다면, 왜 여성들은 '여성적'인 것과 관련한 발언을 들었을 때 불쾌감을 느끼는 것일까. 이는 여성이 생각하는 '여성적' 이미지와 관련이 있다. 여성들에게 '여성'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결과, 성 구별적 편견에 따른 이미지와 이에 반하는 이미지로 나눌 수 있다.

 

기존 통념대로 '여성적'인 이미지를 받아들인 응답자는 도표의 파란색 즉, 왼쪽에 위치한 단어(소극적, 순종적, 차분한, 연약한, 세심한)를 선택했다. 통념과 반대로 생각하는 응답자의 경우에는 오른쪽에 위치한 단어(적극적, 주도적, 활발한, 강한, 엉성한)를 주로 선택했다.

 

응답자의 불쾌감은 "내가 생각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당신의 발언 속 그것과 다르다"는 의사 표현이다. 또한 소극적이고 순종적이며 차분한, 때로는 연약하면서도 세심한 배려를 잊지 않는 고정된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이다.

 

 

 

 

 

ⓒ미래정치센터 청년 기자단(이서연)

 

 

 

반면, 남성 응답자들은 '남성적'인 것과 관련한 발언을 들었을 때 여성보다 불쾌감을 덜 느꼈다. 특히 '즐거웠다'(25%)는 의견이 '불쾌하다'(18.8%)는 의견보다 6%포인트 이상 높았다. 조사 결과 '매우 불쾌했다'는 12.5%, '불쾌했다'는 6.3%, '그저 그렇다'는 56.3%, '즐거웠다'는 12.5%, '매우 즐거웠다' 역시 12.5%였다.

 

남성 응답자들은 '남자가 왜 이렇게 쪼잔해?'와 '남자답네 (또는 남성적이네)'라는 발언을 주로 들었다고 했다. 그 외에도 '남자가 왜 이렇게 적극적이지 못해?', '남자가 왜 이렇게 잘 울어?', '옷 좀 남자답게 입어라', '남자답게 행동해라 (또는 남성적으로 행동해라)' '남자가 운동도 못하고…' 등의 성 구별적 발언을 자주 접했다고 답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남성적'인 이미지는 '적극적·주도적·활발한·강한·엉성한'과 같은 단어에 집중되어 있다. '여성적'인 이미지로 많이 떠올리는 '순종적', '연약한'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남성 응답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미래정치센터 청년 기자단(이서연)

 

 

 

당신은 오늘 '편견의 코르셋'을 입었는가

 

 

설문 조사 후 응답자들은 성 구별적 발언에 대한 문제를 재인식했다.

 

A씨(22세, 여성)는 "평소 친구들에게 말할 때 '남자답다', '여성스럽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설문조사를 통해 돌아보게 됐다"고 전했다. B씨(22세, 여성)는 "전에는 성 구별적 발언이 문제가 되는지 몰랐다"며 "이 같은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성 평등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D씨(25세, 남성)는 "예전에 비해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성 구별적 발언과 인식이 여전한 것 같아 안타깝다. 고정관념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E씨(24세, 남성)는 "'남성다움/여성다움'은 정말 거짓말이다. 우리에겐 '사람다움'만 존재한다"며 "사람들이 이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성별을 구분한 단어는 사회적 역할을 고정한다. 이는 성 차별적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앞 세대에 비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가부장제에 대한 의존도가 줄었다. 하지만, 여성과 남성 각자에게 기대하는 고정관념은 코르셋처럼 여전히 존재한다.

 

'2015 세계 경제포럼'이 발표한 성평등 지수를 보면, 한국은 145개국 중 115위로 하위권이다. 이는 대한민국은 아직 성차별적인 국가이며, 성평등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 당신은 오늘, '편견의 코르셋'을 입었는가?

 

 

 

위 기사는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에 공동게재 되었습니다. 

프레시안 기사보기 : 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9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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