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기청년기자단]솔플족, 안녕들 하십니까? (안세연 기자)

 

 

대한민국은 요새 “혼자”열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솔로플레이는 대한민국의 씁쓸한 단면을 꼬집는 자화상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서 밥을 먹는 일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지, 친구가 없는 왕따라고 손가락질 받는 건 아닌지라는 불안감으로 혼자서 무엇인가를 하는 행동을 기피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청년들 사이에서 자발적 아싸(자발적 아웃사이더), 솔플, 혼밥 등 혼자서 행동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들이 생겨났을 만큼 “혼자”인것은 보편적인 일이 되었다. SNS를 둘러봐도 혼자서 영화 관람을 인증한 사진이나, 혼자 쇼핑하고 또 밥을 먹은 것을 인증하는 사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015년 통계청 “한국의 사회동향 2015”에 따르면 15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혼자서 여가를 보내는 것이 낫다라고 응답한 수치가 2014년에는 약 56%에 달할 정도로 7년전 2004년에 비해서 약 13%증가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20대 남녀 6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혼자 보내는 시간에 느끼는 감정에 대해 79.9%달하는 이들이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청년들이 이토록 솔로플레이를 하는 이유로 먼저 과거 집단주의 경향이 강했던 우리나라도 점차 개인주의와 개성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여유를 찾아볼 수 없는 청년들의 삶 속에 있다.

 

 

 

 

통계청이 이달 13일에 발표한 '6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0.3%로 이는 6월 기준으로 1999년 6월 11.3%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보고했다. 청년실업률은 한국의 고질적인 사회문제 중 하나이다. 이런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대학교 1학년때부터 치열한 학점관리, 활발한 대외활동 등을 하라고 권유받는다. 또한, 대학교 3 -4학년이 되면 본격적인 취업준비생이 되어 좁은 취업문을 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취업박람회를 전전하고, 영어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자소서를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외로운 삶을 살아간다.

 

각박한 현실에 처해있는 청년들에게 삶의 여유의 부재는 당연할 일이 되었다. 여유의 부재로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고 감정을 쏟아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감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또는 사회적 상황에 의해서 홀로 행동하는 이들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취업난에 청년들이 느끼는 심리적 불안 요소와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개인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고려대 4학년에 재학중인 K군은 대학교 3학년 겨울부터 소위 솔플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에게는 처음 혼자 하게 되는 것은 일종의 도전이었고, 초기 남들이 본인을 이상하게 볼까 두려워하기도 했다고 하였다. 그에게 솔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하였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인터넷을 보면 음식점 가본 곳으로 사람들이 솔플 등급을 나누고 그러더라구요. 그런 걸 보면 제가 저렇게 웃음거리가 되었을까 싶기도 했어요. 각자 다를 수 있는 환경을 저렇게 해야할까.. 싶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혼자 먹는 게 많이 편해요. 나에 맞추어서 내가 먹고 싶은 걸 먹고, 약속 잡고, 누군가를 기다릴 필요도 없으니까요. 때로는 “이런 곳을 누군가와 왔다면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것도 상당히 무뎌지네요.”

 

그의 인터뷰에서는 솔플에 대해서 편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했지만, 그의 말 속에는 고독함과 외로움이 느껴졌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하였다. 즉, 인간은 사회안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을 하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무색할 만큼 파편화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솔플, 혼밥, 아싸 등의 신조어가 대한민국 쓸쓸한 이면을 보여주는 자화상 같기도 하다. 물론 나홀로 행동하는 것이 더 편리할 수 있지만, 혼자 생활하는 것이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에 대한 고민은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 이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해 삶의 여유를 찾아볼 수 없는 청년들에게는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따뜻한 보살핌과 여유를 되찾아 주는 것일 것이다. 솔플족, 혼밥, 자발적 아싸 등 “혼자”를 지칭하는 단어는 이미 충분한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여유를 되찾고 함께 하는 가치를 느끼게 하는 단어들이 넘쳐나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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