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기청년기자단]한국 음악교육의 현 주소, 무엇이 문제인가(김원일기자)

 

 

“별로 재미없어서 다들 그냥 자요. 어차피 대학 가는데 상관도 없잖아요.” 학생들에게 예술 교과 시간에 관해 물어보자 나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박근혜 정부는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 ▲전문인재 양성 및 평생학습 체제 구축 ▲나를 찾는 문화, 모두가 누리는 문화 구현을 교육정책으로 내세웠지만 예술 교과의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2016년 기준 일반 학교의 예술 교과(미술·음악통합) 시간 배정은 일주일에 3~4시간 남짓이다. 한 교사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나마도 많은 학생이 다른 과목을 공부해 수업을 가르칠 의욕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예술 교과는 국민 공통 기본교육 과정이며 교육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교육이다.하지만 교육의 본질보다 대학입시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교육 현장의 특성상 예술 교과는 한낱 자습시간으로 전락해 버렸다. 교육부는 이런 폐해들을 없애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놨지만, 탁상행정으로 만들어진 정책들은 문제점을 오히려 더 심화시키고 있다. 이 글에서는 예술 교과 중 음악 교과에 중점을 두고 문제점과 발전방향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음악교육의 중요성

 

음악교육이 아동·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심리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는 분야 중 하나이다. 런던대학교의 교수인 Susan Hallam의 논문에 따르면 아동청소년기 때의 음악 활동 참여는 두뇌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수리, 지각, 언어, 읽기능력 같은 지적 능력을 향상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음악교육은 인격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음악교육과 인격형성의 관련성을 연구한 단국대학교 음악교육학과 이애리씨의 논문에 따르면 정서, 가치 내면화, 사회성, 심리, 자아실현의 항목들을 평가했을 때 실제 음악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집단이 그렇지 못한 집단에 비해 보다 긍정적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음악 공교육의 문제점

 

현재의 교육과정은 수업 시수에 비해 과도한 학문 수준을 요구한다. 중학교의 경우 예술 교과가 전체 시수 중 차지하는 비율은 8%이고 고등학교의 경우 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예술 교과에는 음악과 미술이 통합되어 운영되는 방식으로 사실상 음악 교육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4%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예술 교과 수업은 진정한 예술의 가치를 배우고 즐기는 것보다는 평가하기에도 벅찬 수업으로 전락해버렸다.

 

교육 인프라의 부족 또한 음악 교육에 큰 장애물 중 하나이다. 학교 예산이 줄어들면 음악교육 관련 예산을 가장 먼저 줄이는 게 현실이다. 외국처럼 관현악 악기나 밴드 악기는커녕 음악실조차 없어 교실에 음악 교구를 가져와 설치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음악 실기를 하려 해도 다른 반 눈치에 제대로 수업 한 번 못한다며 하소연한다. 설사 학교에 음악실이 있다고 해도 크기가 작거나 관리 소홀로 실제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인프라 문제는 단지 시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고양시의 초등학교를 조사한 결과 고양시 2016년 4월 기준57개의 학교 중 28개의 학교만 음악 전담교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음악의 특성상 실기수업을 위해선 전문적인 악기를 다루는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음악전담교사가 없는 학교의 교사들은 어쩔 수 없이 실기수업보다 이론수업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공교육 시스템에 많은 불만이 나오자 교육부는 2009학년도부터 예체능 서열화를 없애고 사교육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인 서열 기록식에서 3등급 절대 평가 방식으로 개편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이와 같은 정책이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말한다. 오히려 이런 방침이 입시경쟁에 필요한 과목들에 비해 예술 교과를 소홀히 하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일선 교사들은 주장한다.

 

 

 

음악 사교육의 현실

 

이 같은 공교육의 현실에도 음악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는 부모들은 사교육으로 부족한 음악교육을 보완하려 해왔다. 하지만 피아노 학원으로 명맥이 이어지던 아동·청소년들의 음악교육은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대입 경쟁으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피아노 교사로 일했던 A 씨에 따르면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 기간이 다가오지만, 이전과 비교해 피아노 학원 등록률이 줄었다"며 예체능계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국 예술 관련 학원 수는 38,462개로 8년 전인 2006년(43,240개)보다 4,778개 줄어들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입을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며 예체능 관련 학원도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화적 환경은 소득 수준과 학력 수준에 따른 계층화가 문화적 향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화부의 2014 문화 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가구소득에 따른 문화예술교육경험의 차이가 계층에 따라 크게는 약 5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 교육을 한 번이라도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월평균 소득 100만 원 이하의 계층은 약 95%가 단 한 번도 문화예술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문화부는 저소득층 계층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많은 정책을 내고 있지만, 대부분 정책이 문화 콘텐트 자체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문화부의 2014 문화 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유아기 및 아동기 시절 문화예술교육경험의 차이가 가구소득에 따라 크게는 약 5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국음악교육의 발전방향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통해 부강하고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외치며 취임한지 3년이 지나가고 있다. 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겠다며 ‘문화가 있는 날’, 저소득층을 위한 ‘문화누리카드’ 등의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지만 문화예술의 미래를 밝게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일차원적인 복지는 문제의 근본적이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문화선진국이라 불리는 프랑스도 오래전 한국과 같은 문제를 겪었다. 1959년 문화부의 사명을 “가능한 많은 프랑스인이 문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앙드레 말로를 장관으로 임명하며 문화부를 창설했다. 엘리트의 전유물이었던 문화를 일반 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문화의 집(Maison de la Culture)을 프랑스 전역에 만들었다. 하지만 서민들에게 친숙하지 않고 이해하기 힘든 예술문화는 외면당했다. 오히려 혜택은 교육을 받아 문화를 향유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던 상위계층에게만 돌아가며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이에 프랑스는 문화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궁극적인 문화예술의 발전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예술교육활동의 중요성에 주목하게 된다. 이후 모든 사람이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직접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체계적인 예술교육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이 같은 노력들이 프랑스를 문화강국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프랑스의 사례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문화적 경험은 평생의 문화적 소양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점이다. 어렸을 때 다양한 문화를 접한 사람들은 감성발달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높은 삶의 질을 누리며 살아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학생들에 대한 음악교육과 그를 위한 인프라를 갖춰 주는 것은 문화시민을 길러내는 기초가 된다는 데서 그 중요성을 찾을 수 있다. 더구나 다가오는 미래시대는 문화의 시대라는 점에서도 수준 높은 문화적 소양을 길러주는 교육기회는 더욱 세밀하고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정부가 추구하는 문화융성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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