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 심상정 상임대표, 76차 상무위 모두발언
[보도자료] 심상정 상임대표, 76차 상무위 모두발언
 
“365일 청문회로 행정부가 마비된다는 말, 도둑 제 발 저린 격…대통령 거수기 역할 이어갈 생각 아니라면 새누리당도 마땅히 찬성해야”
“‘노동자들이 대접받는 세상 만들자’고 열변 토하던 모습 아직도 눈에 선해…노무현 정신은 정의당의 반쪽”

 
일시: 2016년 5월 23일 오전 8시 30분
장소: 국회 본청 217호
 
(상시 청문회법 관련)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된 ‘상시 청문회법’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이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연일 “행정부 마비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3권분립 원칙에 반한다”며 재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그동안 일방독주로 질풍노도하던 집권세력의 부담 심리를 모르진 않으나,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합니다.
 
상시 청문회법이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입니다. 국회법 개정의 핵심 내용은 국회 상임위에서 중요 안건과 소관 현안에 대해 상시적으로 청문회를 열수 있게 한 것입니다. 청문회는 좋은 법안을 만들고, 행정부의 잘못을 감시, 감독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입니다. 청문회로 시작해 청문회로 끝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선진정치에서 청문회는 의회 활동의 중추를 이룹니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합법파업과 함께 여야 합의를 통한 청문회는 상상에서나 가능한 것이 돼버렸습니다.
 
365일 청문회가 열리면 행정부가 마비된다는 말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입니다. 행정부가 마비될 만큼 큰 잘못을 많이 저질렀다는 고백에 다름 아닙니다. 공무원들이 소신 있게 일하지 못한다는 말도 가당치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청문회가 유명무실화 되면서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이 안하무인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제 때 청문회가 열렸다면, 그래서 공직자들이 국회를 두려워했다면, 4대강 사업과 자원개발로 주요 공기업이 천문학적 빚더미에 올라앉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지난 총선이 끝나고 청와대와 여당은 협치와 또 일하는 국회를 약속했습니다. 상시 청문회법은 그 진정성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총선 이전처럼 계속해서 국회 위에 군림하겠다는 선언에 다름아닙니다. 상시 청문회 개최는 ‘국회개혁자문위원회’가 일치된 의견으로 ‘일하는 국회’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 거수기 역할을 이어갈 생각이 아니라면 새누리당도 마땅히 찬성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지 않고 내놓은 모든 쇄신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라는 진심어린 충고를 드립니다.
 
오늘 상시 청문회법이 정부로 이송됩니다. 모레부터 10일간 대통령 해외 순방이 예정돼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내일 국무회의에서 상시 청문회법을 처리하고 떠나시기를 강력히 권고 드립니다. 총선민심을 수용하는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가 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7주기)
오늘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7주기입니다. 상무위원회를 마치고, 정의당 대표단과 당선자들은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가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저와 노무현 대통령의 인연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금 구조조정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울산과 거제는 당시 노동자 대투쟁의 진원이었습니다. 투쟁이 정점을 지나던 8월 22일 대우조선의 용접공 한 명이 거리시위 중에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죽었습니다. 이석규 열사로 불리게 되는 그의 나이는 당시 고작 스물 두 살이었습니다.
 
이석규 열사의 죽음에 항의하고 장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노협 쟁의부장 심상정은 노동변호사 노무현을 만났습니다. 노동자들의 작업복을 걸치고 “노동자들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자”고 열변을 토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이후로도 두 사람은 꽤나 오래 노동자들의 투쟁현장에 함께했던 ‘친노(親勞)’ 핵심이었습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흘러 한 사람은 대통령으로, 한 사람은 국회의원으로 다시 만납니다. 불행하게도 예전 같은 동지적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참여정부 내내 저와 제가 속한 민주노동당은 노무현 정부의 비판자였습니다. 한미FTA, 비정규직법 등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에 반대했습니다. 노동자, 서민을 대표하는 정당의 사명이고, 야당다운 야당의 모습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당시 정치적 판단과 행동이 잘못이라 생각하거나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후회스런 점이 있습니다. 반칙과 특권 없는 정치, 사람 사는 사회를 향한 그의 처절한 분투와 진정성을 제가 너무 당연하고 또 쉬운 일로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보수정권 8년을 지나며 저 뿐만 아니라 국민들 모두가 알게 됐습니다. 그것이 결코 당연하지도 쉽지도 않다는 것을.
 
정의당은 공식 표어는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입니다. 이는 한편으로 정의당의 지향을 담아낸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정의당을 만든 두 세력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와 함께 노무현 정신은 정의당의 반쪽을 이루고 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1987년 인권변호사와 노총쟁의부장의 만남은 2016년 정의당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려운 문제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지고 아쉽습니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 심의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6일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건설허가 심의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고리1호기 폐쇄 결정이 내려지고 1년도 안 지난 시점에서 매머드급 신규 원전 2기가 새로 지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고리1호기 폐쇄는 정부의 의지로 결정된 것이 아닙니다. 핵 발전의 위험에서 벗어나 보다 안전한 삶을 바랬던 부산, 울산, 경남의 지역민들의 염원과 행동이 이끌어낸 것입니다. 부울경 지역은 수도권 다음으로 인구가 밀집된 지역입니다. 이 지역에는 이미 단위 면적 당 세계 최대의 원전이 들어서 있습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주민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부울경 지역에 설비용량 기준으로 고리1호기의 2.4배에 달하는 대형원전 2기를 들여놓으려 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세계는 원전밀집지역의 다수호기 동시사고를 막기 위해 안정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2014년 5월 캐나다 연방법원은 다수호기 위험성 평가를 소홀히 한 달링턴 신규원전의 준비허가를 보류시켰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거대 핵 발전 단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다수호기 동시 중대사고 발생에 대한 안정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규모 원전건설은 더 이상 시급하지도 않습니다. 최근 전력예비율은 15%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 간 전력예비율은 2015년 16.5%, 2016년 14.2%로 3배나 높아졌습니다. 전력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지역민의 동의도, 강화된 안정성 심사도 받지 않고 속도전으로 치달을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국회가 바뀌는 입법공백기에 굳이 신규원전 건설허가를 심의하는 정부의 저의 또한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과 국회의 눈을 피하기에만 골몰하는 태도로는 국민의 안전을 지켜낼 수 없습니다. 정의당은 800만 부울경 주민들과 함께 정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밀실에서 추진 중인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심의를 즉시 취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아울러 20대국회가 개원하면 관련 상임위에서 청문회를 열어 다수호기 동시사고 안정성 확보 방안을 포함해 신고리 5,6호기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할 것을 제안합니다.
 
2016년 5월 23일
정의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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