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문] 심상정 상임대표, ‘안방의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검찰수사 확대를 촉구합니다.
[기자회견문] 심상정 상임대표, ‘안방의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검찰수사 확대를 촉구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생명과 안전보다는 이윤을 앞세운 부도덕한 기업과 이를 방조한 정부의 직무유기가 함께 만들어 낸 후진국형 인재입니다. 정부가 확인한 숫자로만 239명이라는 무고한 생명들이 영문도 모른 채 희생됐습니다. 지금도 정확한 피해 범위를 추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랜 시간에 걸쳐 다른 곳도 아닌 안방에서 일어나, 국민들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긴 안방의 세월호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중대성과 시급성에 비추어 볼 때, 대통령과 정치권의 대응은 매우 미흡합니다. 너무 무책임합니다. 지난 주 박근혜 대통령은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국회로 떠넘기는 일입니다.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가 확인 된지도 벌써 6년째입니다. 피해자들은 한시가 급합니다. 그런데도 국정 최고책임자가 여야 지도부가 만난 자리에서 이제 정부와 국회가 논의해 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너무도 무책임합니다. 대통령의 이런 안이한 인식에 국민들이 절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수사도 철저한 진상규명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책임회피에 급급한 관련 부처의 모습에서는 재발방지 의지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성난 국민들이 불매운동으로 직접 처벌에 나섰고, 또 불안한 국민들은 화학적 생활용품 소비를 거부하는 자구책에 나서는 실정입니다. 시장과 정부 모두 못 믿겠다는 것입니다. 이래서는 국가의 번영도 국민의 안전도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에서부터 가습기 살균제 사건까지 국가의 존재이유를 묻는 국민들의 절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또 반복되어선 안 됩니다.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야 합니다. 이윤추구에 눈이 멀어 소중한 생명을 희생시킨 부도덕한 기업은 물론이고, 경제논리를 앞세워 국민안전을 소홀히 한 정부에 대해서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합니다. 민·형사상 일벌백계와 함께 혹독한 정치적 책임추궁이 있어야 합니다. 생명경시에는 어떤 관용도 없다는 점을 기업과 정부가 철저히 깨닫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대통령과 여야에 다음 3가지 사항을 촉구합니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은 희생자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기업과 함께 정부도 공범입니다. 정부의 직무유기가 명명백백해진 상황에서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발뺌으로 일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전·현직 정부를 따질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해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의 과오를 진솔하게 인정하고 희생자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또한 환경부 장관을 비롯해서 관련 정부 관계자에 대한 문책도 책임 있게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희생자를 위로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재발방지 대책도 책임 있게 내놓기 바랍니다.
 
둘째, 검찰은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일체의 성역 없이 확대해야 합니다.
지난 토요일 옥시 사장 등 4명의 관련자 구속으로 검찰 수사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재 검찰 수사는 너무 소극적이고 또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먼저 특정원료(PHMG, PGH)를 사용한 기업에만 수사를 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원료(CMIT, MIT)로 만들어진 살균제에 의한 피해도 점점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애경과 이마트 등 다른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기업에 대해서도 즉각 조사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옥시 영국 본사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특히 한국옥시가 흡입독성실험 없이 제품을 생산판매 한 사실을 영국 본사가 미리 알았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정부의 직무유기와 축소은폐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번 참사 전 과정에서 정부는 철저히 실패했습니다. 1994년 처음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들여올 때 평가와 관리의 실패,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했을 당시 보건당국의 오판과 태만, 2012년 가습기 살균제 독성 확인 이후 제품수거 지연, 그리고 2012년부터 진행된 피해조사 과정에서 은폐에 가까운 소극적 조사와 대응까지 정부의 직무유기는 계속 반복 되었고 또 현재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셋째, 국회는 조속히 가습기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청문회를 개최해야 합니다.
지금 가장 시급하게 다뤄야 할 민생현안이 바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입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검찰조사를 이유로 특별법과 청문회 통과를 가로막았고, 사실상 20대 국회로 떠넘겼습니다.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원구성 협상에 밀려 가습기 문제를 하염없이 미뤄 두는 것은 희생자를 두 번 울리는 일입니다. 또한 총선민심에 대한 부정입니다. 20대국회 개원과 함께 가습기 특별법이 통과되고, 청문회가 열릴 수 있도록 여야4당의 논의를 즉각 시작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제2, 제3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예방하는 입법적 노력도 바로 이어져야 합니다. 전경련 등 재계의 반발로 후퇴한 화평법을 화학물질생산자와 사용자간의 정보교환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대폭 개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살충제와 같은 생화학물질 관리를 강화하는 선진국형 화학물질관리제도도 구축해야 합니다.
 
안방의 세월호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으려면 대통령부터 나서야 합니다. 여야 정치권이 이 문제만큼은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책임 있게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반면교사로 ‘돈 위에 생명’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을 만들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 확대, 그리고 국회의 특별법 통과 및 청문회 개최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향한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2016년 5월 16일
정의당 상임대표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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