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심상정 상임대표 “박근혜정부 북핵 무대책 깊이 우려…외교안보라인 교체해야”
“北흡수통합 환상 부추겨온 통일준비위 해체하고 범국가적인 '비핵평화추진위원회' 구성할 것을 제안”
오늘 오전 박근혜 대통령께서 기자회견을 하셨습니다. 종합적인 논평은 대변인께서 하시고, 저도 계속하겠습니다만, 기자회견 내용 중에 북핵에 대한 안이한 인식과 무대책에 대해 깊이 우려되고 과연 박근혜 정부가 북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한정해서 제가 말씀을 드리려고 나왔습니다.
오늘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앞으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역의 안보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고, 북한 핵문제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비록 실패했지만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시도했다는 점에 매우 적절하고 정확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말씀대로 지금 한반도는 안보에서 매우 극단적 상황을 향해 가는 총체적 파국의 불안이 엄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 지금의 상황을 진단했다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더 새로운 비전과 전략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진단은 엄중하다고 하면서 처방은 예전에 하던대로 구태의연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북한을 아프게 할건가”라는 문제의식에만 머무른 채 핵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정부가 한반도 주변정세를 주도할 준비도 되어있지 않고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감과 능력이 결여되어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 것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북한은 바보가 아닙니다. 북한은 지금과 같은 국제사회의 제재는 사전에 다 계산하고 핵실험을 단행한 전략적 집단입니다. 박 대통령이 집권하기 이전에 단행된 북한의 1, 2차 핵실험이 초기 핵개발 단계였다면, 박 대통령 임기 초기부터 단행된 3, 4차 핵실험은 완성된 핵무기를 보유하는 단계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이에 대해서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동안 북한은 핵능력은 실로 가공할 정도로 가속화 돼서 다음 정부 시기에는 적어도 10개 내지 많게는 5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는 핵강대국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집권 초기에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내세워 북한을 변화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박근혜 정부에서 북한은 더욱 공포스럽고 위험한 존재로 변화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무언가 조치를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의 나열만 있지 실질적인 해결의 경로는 찾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라든지 미국의 B-52 폭격기의 한반도 전개는 예전에 해봤던 것이고 북한은 이미 익숙해져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과시적인 무력시위는 2013년에도 있었지만 북한은 더 반발하고 핵 보유로 치달았던 것입니다.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는 북핵대책은 북한의 또 다른 핵실험만 불러 올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합니다. 첫째, 북핵실험으로 드러난 안보실패의 책임을 물어 외교안보라인의 전면적 교체를 촉구합니다. 국방부장관이 북한 핵 실험 사실을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말하는 한심한 지경입니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정보관리 실패가 대응의 혼선과 실패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정부는 그 존재 자체가 불안입니다. 북핵 위협에 대한 조기경보에 실패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맞춤형 억제나 킬체인을 말하는 것 자체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이것은 북한에 대한 정보가 전제되지 않으면 말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말만 앞세우는 과시형 국방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한 국방체계를 새롭게 갖출 것을 촉구합니다.
둘째, 6자회담을 복원을 위해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 우리가 주변정세를 주도하지 않으면 주도당할 것입니다. 6자회담 당사국들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생산적 대화를 하루빨리 복원하도록 나서야 합니다. 무능한 외교관료집단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 동북아 다자안보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는 6자 협력구도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구체적 결실을 맺기 위한 우리의 주도면밀한 외교를 전개해야 할 때입니다.
셋째, 통일준비위원회를 해체하고 비핵평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합니다. 실효적인 노력은 다 포기한 채 통일대박을 외치며 허상을 쫓는 박근혜정부를 주변국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 이상 국가를 불안하게 만드는 정부를 국민들도 원하지 않습니다. 지금껏 북한에 대한 흡수통합의 환상을 부추겨온 온 통일준비위원회는 즉시 해체하고 그 대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초석을 만들 수 있는 비핵평화추진위원회를 범국가적 기구로 만들어야 합니다.
혁신하지 않는 구태의연한 정부, 국회와 야당만 탓하는 정부, 목표도 없이 국민에게 단결만 주문하는 정부는 실패한 정부입니다. 이런 실패는 국민에게 뼈아픈 댓가를 초래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입니다.
2016년 1월 13일
정의당 상임대표 심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