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문] 심상정 대표, 선거구 획정 시한 임박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문] 심상정 대표, 선거구 획정 시한 임박 관련 입장발표

 

“힘의 논리로 개악 밀어붙이겠다는 새누리, 의회주의 근본적 부정…직권상정 현실화 된다면 국회 파국으로 치달을 것”

“정의화 의장, 단호하게 직권상정 절대 없다 선언해야 교착상태 오히려 더 풀릴 여지 있어”

“더민주 비롯한 야권, 승자독식 제도 개선 위해 단 며칠만이라도 힘 모으자”

 

내일이 선거구 획정 마감시한입니다. 그러나 국회운영의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교섭단체 양당의 논의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의 헌법상의 책무는 아랑곳하지 않고, 책임공방에만 여전히 열을 내고 있습니다.

 

속이 타들어갑니다. 가득이나 힘든 국민들에 마지막 날까지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스럽습니다. 참 면목이 없습니다.

 

존경하는 정의화 국회의장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님께 선거구 획정 연내 타결을 통해서 국회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비상한 각오로 노력을 기울여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정의당은 공정한 선거제도 개혁을 한국정치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핵심과제로 제기하고, 승자독식 선거제도 개선에 가장 앞장서 노력해왔습니다. 득표율에 따른 의석을 보장하는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몇 달째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의당은 원내정당임에도 선거제도 협상에서 철저히 배제돼 왔습니다만 농성과 양당 대표 사무실, 또 협상장을 오가며 선거제도 개혁의 원만한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부당한 기득권이라도 한 번에 내려놓기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해, 반쪽짜리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수용 결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또 승자독식을 더 강화하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최소의석보장제라는 고통스런 양보안까지 제시한 바 있습니다. 소수정당으로서 그 어느 거대정당들보다 선거제도 개선에 당에 사활이 걸려 있지만, 과감한 양보로 연말까지 완료해야 하는 국회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노력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이대로 해를 넘기면 현행 선거구는 법적으로 무효가 됩니다. 선거구 공백에 따른 행정적 혼란과 정치신인 및 원외인사의 불이익이 현실화 될 것입니다. 다행히 오늘 선관위가 1월 8일까지는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잠정적으로 허용해 불이익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여야가 국회의 헌법적 책무를 다해 하루라도 빨리, 아니 가급적이면 내일 시한을 지키도록 끝까지 노력해야 합니다.

 

입법비상사태를 거론하면서 선거공백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은 조속한 협상타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국민의 불안을 키우는 과도한 우려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와 여당에서 비상사태라는 말을 꺼내드는 것은 여당의 일방처리를 위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의 길을 터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국회법은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국가 비상사태, 여야가 합의한 경우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비상사태는 여당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명확히 서술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전쟁이 일어난 경우를 말합니다. 12월 31일을 넘긴다고 해서 전쟁이 일어난 상태라고 보는 것은 무리한 주장입니다. 입법비상사태라는 말은 애초에 성립될 수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내일까지 선거구가 확정되기 위해서 새누리당에 호소드립니다. 염치가 있어야 합니다. 선거구 획정이 몇 달째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는 한 점의 기득권도 내려놓지 못하겠다며 막무가내로 버티는 새누리당 때문임은 이미 주지의 사실입니다. 지난 아홉 번의 협상과정에서 새누리당은 단 한 번도 진전된 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장을 포함해 여러 새누리당의 관계자들도 비례성을 보완하는 다양한 조정안을 내놓았지만,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억지로 일관해왔습니다. 특히 직권상정을 기다려 힘의 논리로 개악을 밀어붙이겠다는 발상은 타협과 조정을 핵심원리로 하는 의회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국회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남은 이틀이라도 무한책임의 자세로 집권여당다운 모습을 보여줄 것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에도 요청 드립니다. 물론 당내외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양당독점 구조를 떠받치는 승자독식 선거제도 개선의 과제를 외면하고 말하는 혁신은 가짜 혁신입니다. 절체절명의 정치개혁 과제를 수수방관하는 새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승자독식 제도 개선을 위해 다만 며칠만이라도 야권이 힘을 모아서 집중해 줄 것을 요청 드립니다.

 

정의화 국회의장님에게 요청 드립니다.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파국은 막겠다는 고뇌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동안 양당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의견절충을 위해서 힘써 온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설사 해를 넘기더라도 직권상정을 해선 안 됩니다. 경기규칙을 정하는 선거제도 논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는 오래된 원칙을 저버리시 않기를 바랍니다. 직권상정과 힘의 논리로 결정된 규칙은 절차적 정당성과 결과의 정통성을 훼손해 정치 불신과 불안만 키울 것입니다. 지금 새누리당이 저렇게 막무가내인 것도 직권상정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장께서 단호하게 직권상정은 절대 없다 선언하셔야 현재 교착상태는 오히려 더 풀릴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당은 정치개혁 선도정당답게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5년 12월 30일

정의당 대표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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