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언론개혁기획단, 방송의 침묵, 진실의 침몰 - 세월호 청문회 외면한 지상파 3사

[논평] 언론개혁기획단, 방송의 침묵, 진실의 침몰 - 세월호 청문회 외면한 지상파 3사

 

한 빅데이터 분석업체에 따르면 2015년을 뒤흔든 인터넷 키워드 1~3위는 각각 “세월호”, “메르스”, “국정화”였다. 이 키워드를 풀이해 보면 이렇다. 2015년 한 해 동안 국민들은 끝나지 않는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며 슬퍼했고, 메르스 사태에 대처하는 정부의 무능함에 분노했다. 그러나 정부는 제대로 된 위기관리 시스템의 구축이라는 본연의 임무는 방기한 채 뜬금없는 국정화 드라이브를 통해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리기만 한 것이다.

지난 14~16일 3일간 세월호 특조위가 청문회를 열었다. 그러나 여당 측 특조위원들은 참석하지 않았고, 채택된 증인들은 책임 있는 증언은커녕 모르쇠와 부정확한 발언으로 일관하며, 의혹의 해소가 아니라 확산과 증폭만을 불러왔다. 증인들의 무책임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청문회를 지켜보는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가슴에 또 다른 상처를 남겼다. 유가족들은 소리를 지르며 항의해보기도 하고, 흐느껴 울기도 했으며, 그중 한 생존자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진실의 호도가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자해를 시도했다.

 

그런데 진실을 향한 유가족들의 노력과 신념이 만들어낸 이 청문회를 우리는 지상파 3사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지상파 3사뿐 아니라 종편과 보도채널에서도 생중계를 하지 않았다. 생중계는 팩트TV나 오마이뉴스 같은 인터넷언론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재난방송의 의무가 있는 KBS마저도 온 국민을 슬픔에 빠트린 거대한 참사의 진실과 책임을 규명하는 청문회를 중계해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보도에 있어서도 지상파3사는 청문회를 외면했다. 공영방송 KBS는 메인뉴스에서 청문회 소식을 20초짜리 단신으로 다뤘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청문회 보도를 단신 처리했던 MBC나 자해소식만을 중심에 두고 보도했던 SBS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 천 명의 유가족들과 수 천 만의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사안 앞에 정작 국민의 눈이어야 하는 방송들은 눈을 감았다.

 

청문회에서 한 유가족은 이렇게 말했다.

 

"(유가족은)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족들이 여기 조사 결과를 승복할 수 있도록 끝까지 잘해달라"

 

어느 유가족에게 아들이 사고 당시 마지막으로 보낸 사진에서 아이는 구명조끼를 입고 평소에 보기 어려웠던 미소를 띠며 V를 그리고 있었다. 해경이 왔다고, 걱정 말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기도하는 모습으로, 살기위해 버둥거리는 모습으로 싸늘하게 식어서야 배에서 나올 수 있었다.

 

언론에게 또 언론인들의 영혼에게 촉구한다. 영문도 모르고 사라져간 수많은 이들의 삶과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라. 또 앞으로 이 땅에서 태어나고 살아갈 수많은 아이들을 위해 이 참사의 진실을 끝까지 밝히는 것에 힘을 쏟아주기 바란다.

 

정의당은 모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멈추지도, 눈을 돌리지도 않을 것이다.

 

2015년 12월 17일

언론개혁기획단(단장 추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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