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지위와 권력으로 유지되는 성폭력, 이제는 근절해야 한다!
지난 주말 두 개의 성폭력 사건이 인터넷을 도배하였다.
하나는 새누리당 경북지역 소속의 A의원이 대구의 한 호텔에서 40대 여성을 성폭력 혐의로 고소된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의 모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체적 성폭력 사건들’이다. 두 사건은 별개의 것이지만 성폭력 혐의 대상자들이 모두 국회의원과 교사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였다는 점에서 지위와 권력이 성폭력과 어떻게 맞물려 생산 ? 유지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회의원 A씨는 당일 자신이 소속된 상임위원회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이 드러났으며, 또한 피해자의 진술에 따라 사건이 발생 장소의 CCTV 자료와 문자, 통화 기록 등 증거 드러나고 있다. 인권과 폭력에 대한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수준을 또한번 여지없이 드러내는 것이다. 왜 정치인들의 이러한 성추행, 성폭력 사건들은 끊이지 않는가? 라는 질문을 대한민국 국민들은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 측은 신고한 여성이 1차 경찰조사와 달리 2, 3차 조사에서 ‘성관계를 한 것은 맞지만 성폭력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 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토대로 보강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이야기 되고 있어 피해자의 진술 일관성과 ‘충분한 저항’이 없었다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수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경우, 성폭력에서 여성들은 힘의 차이로 인해 폭력적인 상황에 대한 암묵적 동의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성폭력이었음을 끊임없이 증명해 내야 하는 책임이 피해 여성에게 전가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순히 ‘저항없음’이 ‘화간’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온힘을 다해 성폭력을 피해야 여성은 성폭력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목숨이라도 걸고 싸웠어야 경찰은 성폭력을 원치않은 성폭력으로 인정해준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은 은장도라도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하는 건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진 사건은 교장을 포함, 남성교사 5명이 가해자로 지목되었으며 피해자는 여교사 최소 8명, 학생 130여명에 이르고 있다. 추가적인 조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더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학교의 책임자인 교장마저도 직간접적으로 성희롱 가해자로 감사를 받고 있으며, 심지어 성추행을 저지른 교사는 별다른 징계없이 다른 학교로 옮겨 여전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등, 성폭력적인 상황을 방치, 확대시킨 학교 측과 서울시 교육청의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제일 처음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는 교내 성폭력고충처리위원이라는 직함도 갖고 있어 얼마나 학교 사회가 성폭력과 성희롱에 대한 경각심이 없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다수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성폭력이 이 학교에서 ‘자연스럽고 당연한’ 문화로 유지되어 왔음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교사와 학생, 그리고 정교사와 기간제 ? 신규 교사의 권력 차이를 이용한 성폭력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두 사건 모두 조사 중이며 보다 명백한 진실이 드러나야겠지만, 지금껏 드러난 사실로 본다면 국회의원이나 교사라는 지위나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여성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사건이다. 지위나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 사건이 이토록 지속되고 은폐되는 것은 그 지위나 권력으로 인해 사건이 잘 드러나지 않고, 해결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위나 권력을 배제한 철저한 진실규명과 그에 따른 엄격한 일벌백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껏 솜방망이 조사와 처벌이 있었기에 이러한 권력형 성폭력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것이다.
경찰은 전근대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성폭력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세우고 조사에 임해야 하며, 성폭력사건을 근절시켜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5년 8월 3일
정의당 전국여성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