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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땀의 현장을 달린다(8) 창신동 봉제마을

미싱사 심상정 다시 미싱을 타다

심상정, 땀의 현장을 달린다(8) 창신동 봉제마을

 

1980년 어느날, 스물한살 심상정은 서울 명일동 직업훈련원 정문을 나서고 있었다. 품 안에는 수배 중에 어렵게 따낸 미싱사 자격증이 있었다. 그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며 혼잣말로 속삭였다. '전태일 동지, 이제 나도 재봉사가 됐어요!'


선생님이 꿈이었던 사범대생 심상정이 노동자로 생활한 지는 벌써 일년이 지났다. 하지만 미싱사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전태일 열사와 가까워질 것 같은 기쁨을 느꼈던 그였다. 그리고 심상정은 구로공단의 봉제공장으로 향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전태일 열사의 외침이 있은 지 이미 10년이 지났지만 그가 목격한 봉제공장은 전태일 일기의 현장은 그대로였다. 오로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꿈을 안고 올라 온 열서너살 어린 시다들이 온종일 서서 팔목을 가누기도 무거운 다리미와 씨름을 했다. 일당이 미싱사는 1150원, 시다는 540원이던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32년이 지나 진보정의당 대통령 후보 심상정이 다시 미싱을 ‘탔다.’ ‘땀의 현장을 달린다’의 일환으로 12일 창신동 봉제마을의 영세 공장을 찾은 것이다.


“우리 봉제노동자들이 진짜 한류스타”


박경모 서울의류봉제협동조합 회장의 안내로 미싱 소리가 요란한 봉제공장에 들어선 심상정 후보는 노동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격려했다. 심 후보는 “요즘 중국 등에서 한국스타일 옷이라고 하면 날개 돋친 듯 팔린다고 한다. 싸이만 한류스타가 아니라 ‘패션 한류’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우리 봉제노동자들이야말로 진짜 한류스타”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27년 만에 직접 미싱 앞에 앉아 녹슬지 않은 바느질 실력을 뽐냈다. “너무 오랜만이고 미싱도 안 써본 신식이라 잘 될지 모르겠다”며 자신없어 하던 심 후보는 오히려 자로 잰 듯 똑바른 미싱 솜씨를 선보여 현장의 봉제노동자들을 놀라게 했다.


창신동 봉제마을은 전태일 열사 이후 청계피복노동조합이 결성돼 70년대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낳은 뜻 깊은 지역이다. 지금도 창신동 봉제마을에는 2800여개의 소규모 봉제공장이 밀집해 있으며, 봉제마을은 이를 기반으로 한국 의류산업의 중심지역으로 굳건히 뿌리내리고 있다.


심상정 후보는 미싱사들과 함께 재봉 일을 한 뒤, 서울의류봉제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창신동 봉제마을의 노동자와 경영자가 함께 설립한 서울의류봉제협동조합은 올 12월에 정식 설립 인가를 앞두고 있다.




"봉제 제조업 무너지만 다 무너져요"


박경모  회장, 김주현 기획이사, 홍순선 고문 등 20여 명의 조합 관계자들은 “우리는 봉제 일 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라 정치권에 뭘 해달라고 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어려운 점만 얘기 하겠다”면서 현장에서의 고충들을 쏟아냈다.


“경기가 나쁘니 일감을 크게 줄어든 데다 싼 수입 제품과 해외 SPA 브랜드가 쏟아져 들어와 힘든 점이 많아요.”


“지금 봉제노동자들이 대부분 40~50대인데, 젊은 사람들이 충원되지 않아 10년 후쯤 되면 일 할 사람이 없어질 지도 몰라요.”


“외국인 노동자가 3년 숙련돼서 일을 시킬만 하면 고용허가 연장이 힘들어 낭패를 봅니다. 결국 불법체류자를 쓰다가 단속에 걸려 몇 백만원 벌금을 무는 경우도 있죠.”


“옛날 시설 그대로의 좁고 번잡한 근무환경이다 보니 다들 3D 업종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그게 불만이에요.”


“원청을 줄 때 납품을 밤 12시~1시까지 맞춰달라고 하니, 봉제공장도 그때까지 일을 할 수 밖에 없어요. 봉제노동자들은 쉬고 싶어도 주말이 없는 시스템입니다.”


“옷 하나 만들면 퀵이 15번 와요. 부자재 등 봉제 제조에 딸린 산업들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봉제 제조업이 무너지면 다 무너져요.”




“숙련 노동자들이 대접받는 사회 만들어야”


봉제노동자와 영세봉제 사업주들의 고충을 들은 심 후보는 “한국 의류 봉제산업의 메카인 창신동 봉제마을이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며 “아파트형 공장 건설 등으로 환경을 정비하고 젊은 인력이 신규 유입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개선책도 내놓았다. “인근에 아파트형 공장을 만들어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기숙사와 탁아시설 등 부대시설도 추가해 신규 인력이 봉제산업으로 유입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도록 관계 의원들과도 협의하겠다. 지금까지 인건비 절감으로 성장을 추구해온 경제시스템 때문에 기술자가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는 것이 문제다. 숙련된 기술의 노동자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심 후보는 이어 “정치에 관심도 없고 정치 덕 본 적 없다고 생각하는 분일수록 정치를 이용할 줄 모르고 투표도 안 하기 때문에 더욱 정치에서 소외 된다”며 “선거에서 여러분들의 뜻이 정치에 반영될 수 있도록 더 목소리를 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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