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하가 아닌 전력피크 수요관리가 우선이다
전력사용 부추기는 전기요금 인하 신중해야
정부가 서민층과 중소 업체의 전기요금 부담 경감을 위해 가정용 전기요금을 7~9월 한시적으로 인하하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8월 1일부터 1년간 할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경기침체와 메르스 사태로 인해 서민층과 중소업체의 애로움을 덜기 위한 정책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오늘 정부가 발표한 전기요금 인하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정부가 가정용 전기요금 누제구간 4단계 이상 구간의 혜택자가 과연 서민층이 따져봐야 한다. 2014년 8월 주택용 전력요금 현황을 보면, 가구별 평균사용량은 251kWh이며, 4단계 27.7%, 5단계 7.8%, 6단계 이상 2.2%에 해당된다. 또한, 할인혜택을 받는 7~9월 동안의 가구수는 전체의 29.9%(647만가구, 전체 2,162만가구)에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5단계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가구가 대부분 중산층 이상 가구라는 점에서 실질 혜택을 볼 수 있는 서민층이 얼마가 될지 미지수이다. 특히 최근 1~2인 가구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지만2014년 8월 전력사용량이 251kWh였고, 대다수 가구가 여름철에 절전으로 더위를 이겨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서민층을 위한 혜택보다는 중산층 이상을 위한 혜택일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전기요금 인하는 전기사용량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전기사용량의 세계 최고수준이다. 물론 가정용 전기사용량은 OECD의 절반에 불과하고 전기사용의 55%를 차지하는 산업용이 전기사용량의 주원인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부가 지금까지 시행한 전력피크 부하관리 수단을 최소화하고,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가정용 전기요금 인하는 전기사용량을 증가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결국 여름철 전력피크 관리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여름철 전력피크시 전기요금 인하는 발전설비가 과잉되었다는 것을 자임하는 것이다.
셋째, 정부의 정책일관성에 문제가 있다. 정부는 여름철과 겨울철 전력 피크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수요관리와 함께 계시별 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전기요금 인하로 인해 계시별 요금제가 무력화 될 가능성이 있다. 여름철 냉방수요로 인한 전기요금 부담을 경감해준다면, 겨울철에도 난방수요로 인한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해 주기 위해 또다시 전기요금을 인하해 줘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에너지상대가격 정상화를 통한 전기-非전기간의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아 전기사용을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도 이번 발표에도 이런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정부가 진정으로 서민층과 중소업체의 전기요금 부담을 경감시켜주기 위해서는 에너지상대가격과 피크철 수요관리에 대한 정책을 수립한 후 전기요금 인하 등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가 ‘비정상화의 정상화’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체계는 그 무엇보다 비정상적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정상화와 가정용 누진체계에 대한 개선 등 전력요금체계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화하지 않고 이번처럼 포퓰리즘식 정책으로는 정상화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발표로 향후 여름철 전력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이를 명분으로 전력설비를 증가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펼쳐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최근 전력수요는 감소하고 전력예비율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원전 2기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전 세계는 수요관리를 통해 전기사용량을 줄여나가고 있다. 우리 또한 피크관리를 통해 전기사용량을 줄여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여름철 전력피크시 절전 등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후퇴시키고 전기를 펑펑 쓰도록 하는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정부의 발표가 서민층과 중소업체에 실질적인 혜택이 되어야 함을 물론이거니와 앞서 제기한 우려점을 명확히 해소해야 할 것이다.
2015년 6월 21일
국회의원 김제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