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공아파트 당첨의 허와 실
저는 인천에 살고 있는 1급 뇌성마비와 4급 시각장애인 김현주입니다. 7년동안 힘겨운 월세살이 끝에 인천 갈산주공아파트 임대에 당첨되었지만, 이 일로 인해 앞으로의 삶을 더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정보의 제한과 일방적 배정
순번을 기다릴 당시, 주민센터나 구청 그 어디에서도 임대아파트에 대한 실제적 정보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저 주민센터의 말만 믿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임대주공같은 경우, 사전에 볼 수도 없고 호수나 구조를 선택할 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배정해주는 형태입니다. 그러다 영구임대주공아파트가 당첨이 되어 마침내 볼 수 있었습니다만 그곳은 참으로 암담했습니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
현관출입구가 좁아서 휠체어가 출입할 수 없었고, 화장실 입구 턱은 육안으로만 봐서도 30센티미터를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화장실 내부의 크기가 한사람이 서서 있기도 힘들 정도여서 저 같은 장애인은, 활동보조 선생님이 도와주셔야 하는데 둘이 들어가기는커녕 혼자 들어가서 움직이기조차 버거웠습니다. 화장실 벽 또한 얇은 합판내지는 플라스틱 재질로 되어있었습니다. 혹시 제가 넘어지는 경우 벽이 깨지는 것은 당연지사고 저도 깨질 것 같았습니다. 저같은 중증장애인은 쉽사리 넘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방적 강요
그래서 다른 구역의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옮기고 싶지만, 이일을 처리하려고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저에게는 처음부터 선택권이 없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이 집에 들어와서 살던가 아니면 입주를 포기하는 것뿐인데, 만약 제가 입주를 포기할 경우 제 순번이 뒤로 밀리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영구임대주공아파트에 신청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에 이와같은 구조는 제 의사나 선택은 무시된 채 일방적 강요를 당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더 괴로운 것은 저의 이 상황을 누구도 이해해주려하거나 해결해 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관계당국에서는 살던지, 포기하던지만을 선택하라고 예기하고 있습니다. 제 현실을 예기하려들면 도대체 누구도 들어주려하지 않는 느낌입니다.
갈산주공임대아파트는 제가 당첨되기 이전에도 상당히 많은 장애인들이 저와 동일한 경우를 당해왔고, 어떻게든 살아보려 들어왔다가도 도저히 안되서 몇 달을 살지 못하고 나왔던 곳임을 이번에 이 일을 해결하려 들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억울한 심정
7년이란 세월을 제가 감당하기에 버거운 월세비를 지불하며 견뎌온 것은 오로지 영구임대 아파트 입주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살 수 없는 곳을 일방적으로 배정해주고는 만일 포기한다면 ‘자발적 포기’이기 때문에 영구임대주공에 살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향후 입주신청 자체를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이런 행정구조가 저한테는 일종의 폭력으로 느껴집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정말 모르겠어요. 한달에 월세비37만원, 공과금에 관리비 13만원을 지불하는 힘겨운 삶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원하는 것은 단순합니다. 제가 살 수 있는 구조의 다른 호수로 옮겨 주시던가.. 아니면 신청자체가 무산되는 것이 아니라 제 순번이 뒤로 밀리지 않도록 해서 다른 곳에 신청을 할 수 있게 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제가 바라는 것이 부당한 요구라는 생각이 들지않는데도, 이런 요구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이 마치 제가 장애인이라서 무시당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너무 괴로습니다.
정치하시는 선생님들, 제발 도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