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명 건강정치위 정책교육팀장]
그간 ‘사보험 대신 건강보험 하나로’에 대한 여러 의문점 혹은 비판들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비판(특히 새누리당!)도 있지만, 소중히 경청해야할 비판지점도 분명히 있다. 대표적인 것이 건강보험 하나로 무상의료를 하게 되면 건강보험 재정이 폭증하여 재정이 파탄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민간의료기관이 대부분인 조건에서 추가적인 재원투입이 정말로 보장성 확대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제 이에 대한 문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지난 대선전 새누리당은 건강보험 하나로 무상의료를 하게 되면,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나고 건강보험료가 지금보다 2배 이상 증가한다고 하던데요?
무상의료를 악의적으로 비판하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새누리당과 조선일보였습니다.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지난 대선시 야권은 연간 100만원 상한제 등 건강보험 하나로 내용을 차용하여 공약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민주당은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재원을 8조원 정도로 대폭 축소하여 발표한 문제가 있었긴 했지요.
무상의료가 건강보험료 폭탄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근거없는 흑색선전
이에 대해 당시 새누리당은 건강보험 하나로 무상의료를 하게 되면 14조원이 아니라 28~36조가 소요될 것이라며 이는 국민에게 건강보험료 폭탄을 안길 것이라 주장했죠. 근거도 없이 국민을 협박한 매우 파렴치한 정치행위였습니다. 그래놓구선 자기들은 4대중증질환에 대해 100%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특정질환에 대해서만 무상의료하겠다고 했지요. 당선되자마다 오리발을 내민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당시 새누리당의 주장은 너무도 황당한 주장이었습니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을 관할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추계자료만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은 2012년 대선 전에 ‘실천적 건강복지 플랜’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합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부과체계 개편, 의료공급체계 개선 등 보건의료체계 전반적인 개혁안을 담고 있었지요. 당시 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의 보장목표를 80%로 제시하였고, 소요되는 추가 재원은 연평균 11조원 정도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많은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건강보험공단의 보장성 목표와 소요재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공신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당시 새누리당은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확대되면 건강보험 재정이 폭등하여 11조나 14조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몇배 많은 28~36조가 필요할 것이라며 허위 주장을 하였던 것입니다. 새누리당이 국민을 상대로 사기치고, 협박한 것이지요.
조선일보의 무상의료에 대한 악의적 흑색선전
조선일보도 새누리당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엉터리 통계를 들이대며 정당화한 적이 있었습니다[‘노정부때 시도한 무상의료, 2년도 못버티고 폐기됐다’ 기사 참고]. 노무현 정부시절 6세미만 소아를 대상으로 입원진료시 법정본인부담금(비급여는 제외)을 ‘0’원으로 하는 무상의료정책을 시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조선일보는 당시 노무현 정부의 6세미만 무상의료정책 시행후에 진료비가 무려 39%가 갑자기 폭증했다고 대대적으로 기사화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무상의료를 하게 되면 재정이 파탄나고 국민의 건강보험료가 대폭 오를 것이라 주장했지요. 새누리당은 이를 근거로 대대적으로 무상의료정책을 비판하였습니다.
조선일보의 기사는 완전한 오보였지요. 통계상으로는 39% 증가한 것은 맞지만, 그건 소아 진료비 산출방식이 하필 그때부터 변경되었거든요. 그 전에는 소아진료비 통계에 신생아의 진료비는 포함되지 않고 산모 진료비로 합산하였습니다. 근데 하필 6세미만 입원무상의료를 시행하게된 그 해부터 신생아 진료비를 소아진료비 통계로 전환시켰던 것입니다. 그러니 갑자기 소아진료비가 확 증가한 것으로 보인 것이지요. 실제로는 시 건강보험 재정 증가의 평균인 11%정도만 증가한 것에 불과하였지요. 이런 해명은 이미 2007년 7월 2일 보건복지부도 보도자료‘6세미만 입원진료비 1인당 83만원 전액 공단 부담’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을 한 것입니다. 지금도 복지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상의료가 되면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나고 건강보험료가 2배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현혹되어선 안됩니다.
2. 그래도 건강보험하나로 무상의료를 하게 되면, 의료비 부담이 사라질 것이므로, 의료이용량은 증가하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새누리당과 조선일보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몇 배로 뻥튀기한 엉터리 주장이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해보아야할 점은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더라도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대폭 개선되어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면 의료이용량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증가합니다. 인정하죠.
문제는 그럼 어느 정도 증가할 것이냐. 왜 증가할 것이냐. 그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냐일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건강보험 보장률을 80%이상으로 올리고 연간 100만원 상한제 등을 시행하는데 필요한 추가 재원이 14조원(당시 건보하나로 시민회의 안)이 아니라 28~36조로 계산하였는데요. 그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가격탄력도 개념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의료비에 대한 가격탄력성을 매우 높게 추정한 것입니다.
보건의료서비스는 가격비탄력적 특성
경제학 개념에 가격탄력성이 있습니다. 가격이 하락할 때 수요량의 변화를 평가하는 경제학적 방법인 데요. 가격탄력도가 높은 재화가 있고, 가격탄력도가 낮은 재화가 있지요. 대표적으로 사치재는 가격탄력도가 높습니다. 백화점에서 명품 핸드백을 반값에 판매하면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이유도 가격탄력성을 설명할 수 있지요.
반면, 의료비 지출은 가격탄력성이 매우 낮습니다. 필수재는 가격탄력도가 낮지요. 가격이 비싸다고 이용을 확 줄이거나, 반대로 가격이 낮다고 이용량이 급격히 증가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아프지도 않는데 병원비가 공짜(본인부담이 없다고)라고 굳이 병원가서 약먹고 주사맞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공짜라고 멀쩡한 맹장 떼는 수술 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은 없을 거란 말이죠. 그래서 의료비는 가격탄력성이 매우 낮은 특성이 있습니다.
물론 가격탄력성이 낮더라도 병원비가 하락하면 당연히 의료이용량이 늘어나서 전체 진료비가 늘어나기는 합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방안은 의료비 부담이 큰 입원 병원비 중심으로 확대하자는 방안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60%를 차지하는 외래 진료비와 약값의 본인부담률은 변화가 없습니다. 외국의 연구에 의하면 입원 병원비의 가격탄력성은 -0.14~0.17정도라고 합니다. 가격이 10% 내리면 이용량이 1.4~1.7%정도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는 그리 크지 않은 증가입니다. 이를 적용해 계산해보면 건강보험하나로 보장성을 확대하게 되면 대략 2조 내외 정도 총 진료비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28~36조와는 차이가 나도 너무도 큰 차이가 나죠. 그 정도의 변화는 건강보험 재원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의료이용량 증가는 주로 저소득층의 미충족 의료가 충족되는 긍정적 효과 때문에 발생
좀 더 생각해보아야할 것은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확대될시 나타나는 의료이용량 증가의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점입니다. 의료이용량의 증가는 왜 나타나는 걸까요? 그것은 바람직한 걸까요? 아니면 바람직하지 않은 걸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한가지는 매우 바람직한 이유이며, 다른 한가지는 우려가 되는 이유입니다. 두가지가 동시에 나타납니다.
첫째, 바람직한 이유입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확대되면 의료장벽이 낮아지므로, 그동안 아파도 병원비 부담이 커 의료이용을 하지 못하였던 저소득층이 드디어 병원에 가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효과이며,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려는 이유,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둘째, 과잉진료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병원비 부담이 없다보니 수익성을 추구하는 의료기관이 과잉진료를 더 남발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 부분은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건강보험 보장이 확대되어 그 동안 적절히 규제되어 오지 못한 비급여가 오히려 규제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게 됩니다. 또한, 보장성이 확대되게 되면, 그간 과잉진료의 원인이었던 의료수가의 저수가가 동시에 해결될 수 있으므로 의료기관이 과잉진료를 해야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물론, 비정상적으로 과잉진료가 나타나는 경우에는 건강보험 공단이 적절하게 통제할 것이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3. 보장성이 확대되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던데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가 대형병원 쏠림을 좀 더 유발할 수 있는 측면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직접적인 인과관계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대형병원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황당한 결론이 도출되기 때문이죠.
사실 지금도 대형병원의 보장률은 매우 낮습니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평균 62.7%라지만, 대형병원 보장률은 훨씬 낮습니다. 보장률로 따지면 의원급 의료기관 보장률이 가장 높고, 대형병원(상급종합병원)으로 갈 수록 낮습니다.
<표1> 의료기관 종별 건강보험 보장률, 2010년
종별 |
건강보험 보장률 |
법정 본인부담률 |
비급여 본인부담률 |
전 체 |
62.7 |
21.3 |
16.0 |
상급종합 |
56.4 |
16.2 |
27.4 |
종합병원 |
58.0 |
21.8 |
20.2 |
병 원 |
57.3 |
20.7 |
22.0 |
의 원 |
65.6 |
21.6 |
12.8 |
약 국 |
71.6 |
25.5 |
2.9 |
보장률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지금도 대형병원의 환자쏠림 현상은 극심합니다.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분석된 연구는 별로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건강보험 보장률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낮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몇 가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와 함께 일차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으로 판단합니다. 일차의료기관에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도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 하는 경향이 크죠. 훨씬 병원비가 더 많이 나오는데도 말이죠. 이것은 의료전달체계의 미비로 인해 의료기관들이 서로 무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종합병원의 입장에서는 입원진료보다 외래 진료 수익이 훨씬 많이 남습니다. 그러다보니 종합병원의 외래기능을 대폭 확대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경쟁우위라는 조건을 활용하여 동네의원의 환자라 빨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종합병원은 입원중심으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외래진료는 중증환자 중심으로 최소화하도록 하여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또한, 동네의원에서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들을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종합병원에서 진료받음으로서 발생되는 불필요한 진료비도 줄일 수 있지요.
둘째, 사보험의 영향도 클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의 대형병원에 입원한 환자들 중, 지방 환자들은 대부분 암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보험은 그야말로 의료전달체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합니다. 특히 사보험 가입은 소득격차간의 가입률에 급격한 격차가 발생되는데, 이로인해 의료이용의 양극화도 유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보험이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건강보험 하나만으로 의료비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돈이 있든 없든, 사보험이 있든 없든 차별없이 의료이용이 가능해집니다.
셋째, 종합병원간 의료의 질적 격차입니다. 환자들이 의료의 질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없지만, 대체로 서울의 대형병원일수록 치료를 더 잘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일면 사실이기도 하고, 일면은 틀리기도 합니다. 특히 몇몇 자본조달 능력을 갖춘 재벌병원들이 적극적 투자를 통해 몸집을 부풀리고 의료인력을 대거 흡수해 감에 따라 서울과 지방간, 대형병원과 종합병원간 양극화가 진행되었고, 그런 외형적인 변화가 국민에게 의료 질에 대한 잘못된 메시지를 심어주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에 따라 지방의 중증질환자들이 지역의 큰 병원에서 충분히 치료받으려 하기보단 서울의 큰 병원으로 무작정 몰리는 경향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를 강제적으로 막을 수단은 사실 없습니다. 오히려 지역의 큰 병원에서도 충분히 중증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하고, 실제 그럴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즉, 종합병원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공적인 투자로 의료의 질을 상향평준화하는 것만이 해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따라서, 이와같은 문제 때문에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주저할 이유가 되진 않습니다. 우리의 보건의료체계의 문제들은 매우 복잡하고 서로 얽히고 설켜 있습니다. 건강보험 보장을 확대하자는 것으로 우리 보건의료체계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따라서 보장성 확대문제와 함께 어떻게 우리의 의료체계를 정상화할지에 대한 해법도 동시에 모색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4. 건강보험의 보장확대가 의사나 병원 수익만 늘려주는 거 아닌가?
아닙니다. 건강보험의 보장이 확대되더라도 의료기관의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보장성을 확대하자는 것은 병원비에 대한 건강보험공단의 비중을 늘리고, 환자의 직접 부담을 줄이자는 것입니다. 즉 공적 지출을 늘리고, 사적 지출을 줄여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죠.
다시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쉽게 이해할 것입니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확대하자는 것은 총 진료비 중 건강보험의 부담분을 늘리고, 환자의 본인부담을 줄이자는 것입니다. 총 진료비는 변화가 없습니다. 단지 그 내에서 건강보험재정의 부담률을 조정하는 것일 뿐이니깐요.
<국민건강보험 보장률 62.5→80%로 증가시 건강보험 재정 변화, 2013년>
|
총 진료비 |
건강보험급여 |
본인부담 |
현재 보장률 62.5% |
64조 |
40조 |
24조 |
목표 보장률 80% |
64조 |
51.2조 |
12.8조 |
따라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총 수입에 변화는 없습니다. 이론적으로요. 의료기관 수입은 총 진료비이기 때문입니다. 진료비를 건강보험공단이 더 부담하든, 환자가 더 부담하든 총 진료비수입은 같습니다. 즉, 건강보험의 보장을 확대하자는 것은 국민의 의료비에 대한 직접 부담을 줄이는 대신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늘리자는 거지요.
물론 실제로는 의료기관 수입은 조금 늘어납니다. 그건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건강보험 보장이 확대되면 그간 높은 본인부담으로 의료이용을 하지 못하였던 저소득층의 미충족 의료가 해결되기 때문이지요. 그만큼은 추가적으로 재정이 소요될 것이며, 그만큼 의료기관의 수익이 조금 늘어나는 효과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될 이유는 전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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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하기 전에 공공의료 확대가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여기에서 얘기하는 공공의료는 아마 공공병원을 말씀하는 것 같습니다. 일부에서는 공공병원이 충분하지 못한 조건에서 보장성 확대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꼭 선행되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공공병원은 주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해야 하는데, 지금당장 그것을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또, 많은 지방단체장들은 공공병원을 설립하는데 주저합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의사로서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환자에게 진료한다면 파산하지 않을 병원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우리의 수가체계는 과잉진료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또한 비급여진료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부대사업에도 치중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는 건강보험 체계를 정상화하기보다는 의료기관에게 부대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라며 부대사업범위를 대폭 확대해주고, 영리 자회사까지 만들라고 재촉하고 있지요.
이런 조건에서 공공병원은 유지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진주의료원 사태에서도 드러나듯이 공공병원의 적자는 매우 큽니다. 그 핵심이유는 바로 ‘착한 적자’ 때문이었죠. 공공병원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민간병원보다 과잉진료를 덜 합니다. 비급여도 훨씬 적게 하죠. 부대사업도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대신 돈이 안되는 공공의료 사업은 많이 합니다. 그러니 적자가 많이 납니다. 적자를 메우려면 어차피 지방정부의 예산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지방정부치고 적자에 시달리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지방의 공공병원들은 수익을 창출하라는 압박이 심합니다.
따라서, 공공병원이 정상화되려면 정상적이고 교과서적인 진료에 충실하더라도 충분히 병원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보험수가-저수가, 비급여수가-고수가를 전면적인 비급여수가를 급여화함으로써 재정중립의 원칙하에 적정수가로 전환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공공병원의 적자문제가 해결될 수 있고, 공공병원을 확대하려는 지방 정부도 늘어날 것입니다.
6. 그간 건강보험료는 지속적으로 조금씩 인상되어 왔지만, 보장성 확대는 되어 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네, 그간 건강보험료율은 조금씩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는데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정체되어 왔습니다. 의아해 하실 것입니다. 혹자는 이를 근거로 건강보험에 재원을 쏟아부어 보았자, 보장성 확대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로 삼기도 합니다. 또다른 혹자는 건강보험료율이 증가하는데도 보장성 확대가 안되는 이유는 의료공급체계의 과잉진료로 인해 엉뚱한데로 낭비되고 있다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르게 판단합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의 변화를 보면, 건강보험료율은 총 29.3%가 증가하였지요. 건강보험의 재정지출은 2006년 21.4조원에서 2012년 37.3조원으로 무려 74.1%가 증가하였습니다. 국민 1인당 진료비도 57.9%증가하였습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60%초반에 계속 머물러 있지요<표 2 참고>.
<표2> 건강보험의 주요 지표 증가율,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및 통계청
|
2006 |
2007 |
2008 |
2009 |
2010 |
2011 |
2012 |
총 증가율 |
건강보험료율 |
4.48 |
4.77 |
5.08 |
5.08 |
5.33 |
5.64 |
5.8 |
29.3% |
건강보험 보장률 |
64.5 |
65.0 |
62.6 |
65.0 |
63.6 |
63.0 |
62.5 |
-3.1% |
건강보험급여지출(조원) |
21.4 |
24.6 |
26.4 |
30.0 |
33.8 |
36.0 |
37.3 |
74.1% |
건강보험진료비(조원) |
28.4 |
32.4 |
34.9 |
39.3 |
43.6 |
46.2 |
47.8 |
68.4% |
1인당진료비(천원) |
654 |
737 |
791 |
873 |
961 |
1,009 |
1,033 |
57.9% |
왜 일까요? 일각에서는 이것이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때문으로 해석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노인의료비 증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보험료율이 증가하는데도 보장성 확대가 안되는 핵심 이유는 고령화 때문
우리사회의 고령화가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하게 위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1인당 진료비 증가율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아래 <표3>와 같습니다. 6년간 1인당 평균 증가율이 57.9%인데 반해 70세 이상에서는 64.8%로 매우 높습니다. 반면, 청장년층에서의 증가율은 대체로 30%~40% 사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진료비증가의 핵심이유는 70세이상의 의료비 지출이 높기 때문입니다. 청장년층에서는 6년간 30~40% 증가하였지만, 이는 6년간 소득증가율이 31% 수준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연령층에서는 소득증가율 정도 의료이용량만 늘어났지만, 70세 이상에서는 그보다 훨씬 높게 증가한 것이지요. 즉, 고령화효과가 없다면 건강보험료율은 증가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지요.
<표3> 2006~2012년동안 연령대별 1인당 진료비 증가율, 단위: 천원, %
|
합계 |
0-4 |
5-9 |
10-14 |
15-19 |
20-24 |
25-29 |
30-34 |
35-39 |
40-44 |
45-49 |
50-54 |
55-59 |
60-64 |
65-69 |
70이상 |
2006년 |
654 |
634 |
382 |
237 |
243 |
275 |
353 |
397 |
419 |
500 |
654 |
875 |
1,116 |
1,386 |
1,708 |
1,960 |
2012년 |
1033 |
940 |
584 |
351 |
331 |
377 |
465 |
572 |
590 |
659 |
852 |
1,136 |
1,455 |
1,852 |
2,341 |
3,231 |
증가율 |
57.9 |
48.4 |
52.9 |
48.4 |
36.2 |
37.0 |
31.7 |
44.2 |
40.7 |
31.7 |
30.3 |
29.9 |
30.4 |
33.7 |
37.0 |
64.8 |
따라서, 보장성이 확대되고 있지 않는데도 건강보험료율이 조금씩 상승하는 이유와 건강보험 재정이 동시에 증가하는 주범은 우리사회의 급격한 고령화라 할 수 있습니다. 평균 수명의 급격한 증가(2000년 76세→ 2012년 81.4세)와 함께 급격한 고령화(65세이상 인구 2000년 7.6%, 2013년 12.2%)가 진행되고 있어 그만큼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보장성이 확대되지 않더라도 그렇습니다.
그로인해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GDP 7.6%) 역시 OECD 평균(GDP 9.2%)에 비해서는 현재로는 낮지만, 장기적으로는 OECD 평균에 근접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증가추세가 당연하다고 그대로 놔둘 순 없습니다.
정부는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문제를 건강보험보다는 실손의료보험과 같은 사보험으로 해결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닙니다. 지금 정부의 정책대로 건강보험 대신에 사보험으로, 공공의료 강화대신에 의료영리화를 추진하게 되면, 우리의 국민의료비 지출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입니다. 아마도 OECD 평균을 훌쩍 뛰어넘을지도 모릅니다. 무상의료를 하고 있는 거의 모든 나라들의 국민의료비가 GDP 대비 9~10%인데 반해 의료가 민영화된 미국은 GDP대비 국민의료비 지출이 무려 17%가 넘습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과다하게 지출하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미국의 의료시스템을 지향하고 있어 매우 우려되는 현실입니다.
국민의료비 지출에 대한 많은 연구는 국민의료비를 공적으로 지출하는 비중이 클 수록 오히려 사회전체적으로 의료비를 적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우리 역시 당장 고령화로 인해 의료비 지출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향후 적정하게 국민의료비 지출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국민의료비 중 공적 지출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그 방법이 바로 우리가 제시하는 ‘사보험 대신 건강보험 하나로’라고 할 수 있죠. 이 방안은 장기적으로 국민의료비를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과다한 사보험(민간의료보험) 지출을 줄일 수 있어 오히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라는 점은 앞의 기획연재를 통해 충분히 설명한 바 있습니다.
7. 보장성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사회연대적 보험료 인상으로 확보하는데 국민이 동의해줄까?
네, 동의할 것입니다. 저는 확신을 갖고 있죠^^. 그 근거도 있습니다. 이미 많은 여론조사에서 최근 복지확대를 위해 기꺼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는 의견이 절반이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2012년 10월 경향신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복지확대를 위해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55.2%가 동의했었죠. 단순히 증세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인식을 묻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이었는데도 절반이상의 국민이 지지하고 있음을 알수 있지요. 다른 여러 여론 조사에서도 절반내외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여론조사는 세금에 대한 것이고요. 건강보험료에 대한 여론조사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불리한 여론조사 하나를 예로 들겠습니다. 이는 보험회사의 이해를 대변하는 보험연구원이 2011년에 보험소비자조사에서 시행한 결과입니다. 사보험사측에서 시행한 여론조사인 만큼, 그들에게 더 유리한 표현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조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약 60%입니다. 이러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할 경우 재원 마련을 위해 보험료 인상이 예상됩니다. OO님께서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확대방안과 관련하여 다음중 어느 방안을 선호하십니까?
①보험료 인상이 있더라도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 ②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필요하다면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하여 개별적으로 해결 ③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더 낮추어 보험료를 인하하고 개별적으로 의료비를 해결 |
결과를 보면 국민의 43%가 보험료를 인상하더라도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45%는 현 수준 유지, 11%는 건강보험 보장을 낯추고 보험료를 인하하고 개별적으로 의료비를 해결하자고 대답하였죠. 이런 방식의 여론조사는 매우 편파적이라 할 수 있죠. 건강보험의 보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이라를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민간의료보험으로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표현에는 오히려 보험료인하라는 표현을 썼거든요. 건강보험의 보장이 줄어들면 민간의료보험료를 더 훨씬 인상되겠죠. 의료비부담도 훨씬 커지구요.
그런데 이런 조사에서도 43%가 동의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적어도 국민의 절반가까이는 보험료를 기꺼이 더 내겠다는 것에 찬성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또, 현 수준을 유지하자는 45%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에게 건강보험의 사회연대성을 제대로 알리기만 하더라도 쉽게 건강보험 보장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기꺼이 부담하겠다고 할 것입니다.
그간 사보험의 문제점을 살펴보았듯이 사보험 지출 부담이 너무도 큽니다. 국민들은 이미 현실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의 보장이 확대되면 그 비싼 사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요. 그리고 건강보험의 혜택이 매우 우수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보험이 아니라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를 해결하자는 운동을, 그에 필요한 재원을 사회연대적인 보험료 인상으로 확보하자는 운동을 반대할 국민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우리는 국민에게 확신을 갖고 우리의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 23편을 마지막으로 보험이야기 기획연재를 마무리 짓습니다. 그간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