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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동원] 사적지 제10호 서울성곽 국유지 일부, 신라호텔 면세점 주차장 설치돼

[경제]남산성곽길 진입로 점령한 신라호텔 주차장

2012 10/30주간경향 998호
ㆍ사적지 주변 국유지에 공공성 거리 먼 시설물 눈총…
문화재청 “불가피한 경우엔 승인해줘”

사적 제10호로 지정된 서울성곽 주변 국유지가 ㈜호텔신라에 유상으로 임대됐고, 국유지 중 일부 부지에 신라호텔 면세점 주차장이 설치된 사실이 밝혀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소속 강동원 의원(무소속)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유지가 무상 혹은 유상으로 임대가 된 사례는 많지만, 대부분 공공성이 있는 경우에만 사용허가를 내주고 있다. 신라호텔은 신라면세점 영업에 필요한 주차장 건물을 설치했기 때문에 공공성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특히 주차장 건물이 놓인 국유지는 사적지 주변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대기업 특혜로 논란이 될 소지가 크다.

신라호텔 면세점 주차장 부지를 촬영한 항공사진. 파란색으로 표시한 곳이 문화재청 소유의 국유지다. 두 갈래 길 사이로 보이는 건물이 신라호텔 면세점 주차장으로, 국유지 일부분이 주차장으로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 서울 중구청 제공


조선시대 태조 4년 서울 방위를 위해 인왕산~북한산~낙산~남산으로 이어지는 18.7㎞의 성곽길은 서울판 ‘올레길’로 불린다. 서울 성곽길은 중간중간이 끊어져 있다. 서울 성곽길은 4개의 코스(북악산·낙산·남산·인왕산 성곽길)로 나뉘어 있다. 이 중 신라호텔 특혜문제가 불거진 코스가 남산 성곽길이다. 숭례문에서 시작해 장충체육관까지 이어진 곳이다. 장충체육관 방향에서 서울 성곽길로 오르다보면 정면에 신라면세점 주차장을 볼 수 있다.

장충체육관 방향에서 성곽길로 올라가는 길은 문화재청 소유의 국유지다. 지목(토지의 사용 목적)은 ‘도로’로 되어 있고, 총 773.6㎡ 면적이다.

2006년 사용허가 받고 임대료 지불
서울 성곽길로 향했던 길은 두 갈래로 나뉘는데, 한 갈래의 길 부지에 신라호텔 면세점 주차장이 들어섰다. 2006년 사용허가를 받아서(3년마다 사용허가 기간을 갱신하고 있음) 매년 사용료(2012년 경우 5441만원)를 문화재청에 내고 기업의 영업활동에 필요한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서울 성곽길 주변 부지에 앙각(사람의 눈으로 올려다보는 각을 기준으로 하는 높이 규정) 규제만 지키면 건물은 들어설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이 영업활동을 위해 국유지에 건물을 짓는 경우는 드물다. 눈총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라호텔 면세점 주차장을 지으려면 문화재청 소유의 국유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작은 길이 주차장 부지 중간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고도보존팀 관계자는 “국유지가 주차장 부지에 있으니까, 신라호텔에서 사용승인을 신청했다”면서 “국유재산 부지에 영구적인 건물을 짓는 경우에는 국가에 기부채납을 해야 한다. 신라호텔은 주차장을 공작물(가설건축물이나 시설물을 뜻함)로 해 사용허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공공성도 없는 건물인데, 사용허가를 받은 것은 신라호텔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불가피한 부분들은 승인을 해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신라호텔 측은 “문화재와 관련 없는 부지는 개인이나 기업들이 허가를 받아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주차장 건설을 승인해준 서울 중구청 건축과 관계자도 “사적지 주변 부지에도 앙각 규정만 지키면 어떤 건물이라도 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라호텔 면세점 주차장은 문화재청의 해명과는 다른 점이 있다. 현장에 가서 보면 신라호텔 면세점 출입구 우측에 설치되어 있는 주차장은 공작물이라고 하기보다 건물이라는 설명이 어울린다. 서울성곽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얻은 혜택도 별로 없다. 서울성곽길로 올라가는 길에도 사유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어서 위압감이 들 뿐이다. 주차장 건물이 남산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가려 주변 경관도 좋아지지 않았다.

강동원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현재 국가지정문화재 부지 중 사용허가를 해준 것이 총 288건이 있는데, 대부분 공공성이 있거나 문화재 보호구역 안에서 개인들에게 매점을 하도록 빌려준 경우밖에 없다. 강동원 의원은 “사적지 부근의 국유재산을 신라호텔에 임대해주는 것은 특혜 소지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경기대 안창모 교수(건축대학원)는 서울성곽 주변은 녹지공간 등 공공성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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