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20일(금) 국회에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하 호칭 생략)의 주최로 ‘한국 청소년 사관 육성 지원법 제정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는 작년 9월 성일종 등이 ‘한국 청소년 사관 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것의 연장선이다. 평화의 가치를 추구하는 정의당 청소년위원회는 사회의 군사화를 목적으로 하는 해당 법안에 반대하며, 성일종 등의 입법 시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청소년 사관 제도는 직접적으로 군사주의를 지향한다. 의안 원문에 따르면 청소년 사관 연맹은 “청소년에 대한 사관 교육”을 실시해, “국방 인력의 양성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존재한다. 제안 이유를 보면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을 엿볼 수 있는데, 해당 대목에선 청소년 대상의 군사교육을 통해 “올바른 국가관의 확립” 등을 추구하는 해외의 청소년 사관 제도를 예찬하고 이를 본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드러난다. 노골적으로 군사화의 야욕을 드러내는 것이다. 현재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는 청소년 사관 프로그램을 보면 이 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사단법인 한국 청소년 사관 연맹 홈페이지 상의 계획표에서는 ’안보 교육‘, ’병영 체험 캠프‘, ’전적지 탐사 및 전승 의식 함양‘ 등의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다.
청소년 사관과 같은 군사주의적 제도가 사회에 만연해지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 군사 조직이 아님에도 군사 조직의 형태를 보이며 병영식 교육의 요소를 포함하는 각종 제도는 사회 전반을 군사화할 위험이 있으며, 그것을 암암리에 목적하는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 사관 제도의 주요 목적이 “올바른 민주시민 의식 및 리더십 배양”임을 고려할 때, 이 제도가 단순히 우수한 인력을 병역 자원으로 확보하기 위한 수단적 목적을 넘어, 청소년을 군사주의적인 방향으로 의식화하려는 것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군사주의가 횡행하던 시절의 잔재가 아직도 청소년을 옭아매고 있다는 맥락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정의당 청소년위원회가 규탄해 온 결사의 자유 제한, 용모 규제, 체벌과 같은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청소년 인권에 대한 탄압은 모두 권위주의 정권이 강요한 군사 문화의 산물이다. 청소년 사관 제도가 국가의 지원을 통해 점차 확대된다면, 청소년을 권리의 주체로서의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이들은 제도를 발판 삼아 청소년 사회 전반의 군사화를 목적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청소년을 권리의 주체로 보지 않고 특정한 규범에 끼워서 맞추려는 일각의 퇴행적인 시도가 점차 세를 불려 나갈 것이고, 이는 청소년 인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일 수밖에 없다.
한편 법안의 제안 이유에서는 국제 정세가 급변함에 따라 해외 국가들에서도 JROTC 제도를 운용하거나 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당 법제화 시도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었다고 추정되고 있는 미국의 JROTC 제도 역시 수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은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는다. JROTC 교육이 특정 지역에서 사실상 반강제로 시행된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으며, 폐쇄적 환경 내에서 일어나는 가혹행위, 교육 과정에서의 역사 왜곡, 군국주의적·국수주의적 가치관 주입은 수십 년째 주기적으로 논란이 되곤 한다. 청소년 사관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주로 퇴역 장성이나 극우 인사로 구성된 이들이 이런 단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25년을 훌쩍 넘은 한국 진보 정치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일관되게 군사화에 반대하는 평화주의의 길을 걸어왔다. 인간이 인간답게 대우받는 사회를 지향한다면 마땅히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군사주의는 본디 구시대의 낡은 권력이 자신을 연명하고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감추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군사주의의 확산은 타민족에 대한 적대심을 부추겨 노동계급의 국제적 단결을 방해하고, 정상성 규범으로의 획일화를 강요함으로써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강화한다.
미국, 튀르키예, 러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권위주의적 지도자는 군사화를 통해 정권 유지를 꾀하고 역사의 시곗바늘을 되돌리려 하고 있다. 정의당과 정의당 청소년위원회는 이러한 모든 시도를 반대하고 세계 진보정당 운동의 반전·평화 정신을 이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시작은 한국 사회의 재-군사화를 저지하고 그 망령을 뿌리 뽑는 것이다. 성일종은 “국제 정세가 급변함에 따라“ 청소년 사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세계 정세는 혼란과 폭력이 난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정세가 급변할 때 우리가 지녀야 할 것은 군사화가 아닌 평화를 향한 굳건한 신념이다.
2026년 3월 27일
정의당 청소년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