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쿠팡이 만든 ‘과로사회’의 사회적 책임을 쿠팡에 물어야 한다
자신의 건강을 담보로 무리한 야간노동을 강요하는 사회를 멈춰야 한다. 정의당은 새벽 심야노동 규제에 찬성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함이듯, 심야노동 규제 역시 뇌·심혈관계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새벽배송 규제 논의가 ‘노노갈등’ 또는 ‘노동자-소비자 갈등’으로 흐르고 있는 지금, 정작 쿠팡은 뒤로 쏙 빠져 침묵하고 있다. 돈벌이를 위해 쉼이 없는 사회를 만들고 있는 쿠팡에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심야노동을 규제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일자리 문제와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할 책임은 명백히 쿠팡에 있다.
쿠팡의 새벽배송을 위해 야간·장시간·고정·높은 강도의 노동이 지속되면서 노동자들이 반복적으로 사망하고 있다. 2020년 1월 이후 지금까지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된 것만 쿠팡 노동자 및 관리자 24명이 사망했다. 그중 절반이 야간노동 후 쓰러졌고 대부분 과로로 추정된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이 끔찍한 현실을 만든 것은 바로 쿠팡이다. 소비자들이 필요로 해서 새벽배송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쿠팡이 소비시장 장악을 위해 새벽배송을 만들었기 때문에 ‘새벽배송이 기본이 된 사회’가 된 것이다. 불과 10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노동과 소비, 일상생활 모두 새벽배송에 맞춰 재편돼 버렸다.
최저임금 수준의 주간노동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야간노동으로 내몰리고 있다. 편의와 필수가 구분되지 않는 쿠팡의 멤버십 혜택과 운영 시스템 속에서 새벽배송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이제 쿠팡이 만들고 설계하고 확산한 ‘새벽배송 사회’를 멈춰 세울 때다.
오늘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2025년 3분기 매출액이 12조8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노동자의 과로와 유족의 눈물을 연료로 만든 이익이다. 채용 블랙리스트와 쪼개기 계약으로 현장을 침묵하게 만들고, 에어컨 없는 살인적인 작업환경을 당연시하고, 제도를 악용해 퇴직금을 떼어먹고, 노동부·검찰과 ‘범죄 카르텔’을 형성해 만든 이익이다.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를 넘어 전 사회적 차원의 대화 기구를 만들어 ‘새벽배송 규제 이후’를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새벽배송이 없어도 물류가 원활하게 배송될 수 있도록 물류 시스템을 개편하고, 주간노동의 임금·단가 수준을 높이는 등 야간노동 수요가 주간노동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쿠팡이 지난 10여년 간 축적해 온 막대한 이익이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상적인 야간노동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노동자의 건강권과 야간노동 일자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불안정 노동자들의 노동권, 그리고 새벽배송이 반드시 필요한 시민들의 생존권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방향으로 새벽배송 규제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2025년 11월 5일
정의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