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고양이 총기 포획·안락사 지침 개정하고
중성화 후 방사 지침 보강해야
국립공원 등지에서 생태계 교란을 이유로 들고양이를 포획한 뒤 안락사를 하는 행위가 2018년부터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공원은 안락사 대신 중성화 수술을 통해 들고양이 개체수 조절에 나서고 있지만, 현 환경부 ‘들고양이 포획 및 관리지침’에는 여전히 총기, 올무, 바디트랙 등을 이용해 들고양이를 포획해 죽일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이 같은 지침이 고양이 학대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지침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환경노동위원회)이 환경부가 제출한 ‘2015~2022년 7월까지 연도별 환경부 관리지역 내 들고양이 포획현황’을 살펴본 결과, 지리산·설악산·한려해상·다도해해상 등 전국 21개 국립공원에서 포획해 안락사시킨 들고양이는 총 324마리다. <아래 표 참조>
21개 국립공원들은 2015년 포획한 들고양이 319마리 중 189마리를 안락사시켰고, 2016년에는 282마리를 포획해 132마리를 안락사시켰다. 2017년에는 동물보호 단체 등을 중심으로 들고양이 안락사를 반대하는 민원이 증가하면서 전국 국립공원에서 들고양이 포획 활동이 잠정중단됐다. 이후 2018년부터는 들고양이를 포획 후 안락사시키는 행위는 중단됐다.
대신 국립공원들은 들고양이들을 중성화하는 방법으로 개체수 조절에 나섰다. 2015년 53마리, 2016년 72마리 등 포획된 개체의 16.6%, 25.5%에 그쳤던 중성화율은 2018년부터는 100%가 됐다. 2018년 중성화 개체는 167마리, 2019년 196마리, 2020년 127마리, 2021년 91마리, 2022년 7월 현재 60마리다.
연도별(’15.~) 국립공원 내 들고양이 포획 및 분포현황 (단위: 마리)
구분 | 2015 | 2016 | 2017 | 2018 | 2019 | 2020 | 2021 | 2022 (7월 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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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 | 포획 | 개체 | 포획 | 개체 | 포획 | 개체 | 포획 | 개체 | 포획 | 개체 | 포획 | 개체 | 포획 | 개체 | 포획 | |
총계 | 442 | 319 | 270 | 282 | 322 | 4 | 322 | 167 | 233 | 196 | 269 | 127 | 268 | 91 | 187 | 60 |
안락사 | 189 | 132 | 3 | - | - | - | - | - | ||||||||
중성화 | 53 | 72 | 1 | 167 | 196 | 127 | 91 | 60 | ||||||||
기타 | 77 | 78 | - | - | - | - | - | - |
*기타: 포획 후 연구기관에 제공 등
국립공원이 들고양이를 포획한 후 안락사하거나 중성화할 수 있는 근거는 환경부 예규인 ‘들고양이 포획 및 관리지침’이다. 환경부는 야생동물이나 그 알·새끼·집에 피해를 주는 들고양이 포획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부턴 안락사를 중단하고 중성화로 정책이 바뀐데다, 해당 지침이 고양이 학대로 악용될 가능성까지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들고양이 포획 및 관리지침’에는 여전히 들고양이를 총기로 죽이거나 올무 등으로 포획한 뒤 안락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학대 및 동물사체 사진을 공유하던 오픈채팅방 참가자들이 ‘길고양이가 아닌 들고양이를 합법적으로 포획해 죽였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지자체에선 민원을 이유로 길고양이를 포획해 원거리로 방사한 뒤 ‘들고양이 포획 및 관리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해 단체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민가에서 사는지, 산에서 사는지를 기준으로 길고양이, 들고양이를 나눠 동물보호법상 보호 대상이 되기도 하고, 들고양이 포획 및 관리지침에 따른 안락사 대상이 되기도 하는 지금과 같은 분류 방식과 지침은 개정돼야 한다는 게 동물보호단체들의 지적이다.
이은주 의원은 들고양이 포획 및 관리지침에서 안락사 규정은 삭제하고, 길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중성화된 개체에 대한 방사 원칙 등의 내용이 보강돼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들고양이 포획 및 관리지침에서 중성화 및 방사와 관련한 내용은 “들고양이 안락사에 따른 반대 민원의 제기가 있거나 일부 기존 개체군을 유지시켜 다른 들고양이들의 자연 유입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한 문장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각 지방유역환경청이 주관하는 ‘들고양이 포획·관리협의회 회의’ 결과에 따라 들고양이를 중성화한 뒤 제자리방사 하는 경우도 있고, 이주방사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이주방사도 있을 수 있겠지만,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며 “제자리 방사를 원칙으로 하되, 멸종위기종 서식지와 들고양이의 서식지가 겹칠 경우에 한해서만 이주방사를 실시하는 등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정해 실효성 있고 합리적인 생태계 보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