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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노동본부, 기능경기대회 운영 개선 방안에 붙여

“학교는 직업훈련소가 아니다.”
지난 4. 8. 장래가 촉망되던 이준서 신라공고 기능영재반(기능반) 3학년 학생이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합숙 훈련 중 학교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을 매 생을 마감했다. 이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학교별, 지자체별 실적을 위한 과잉 경쟁, 직종의 산업현장성 부족, 입상자 취업 저조 등 기능경기대회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었다. 그로부터 2개월 이상이 지난 어제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참여한 제8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기능경기대회 운영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기능경기대회의 수준을 높이고 학생들의 대회 참여 여건을 개선한다며, 산업현장에 맞게 종목을 개편하고, 대회 일정을 방학 기간으로 변경하고(지방 4월 → 2월말, 전국 9월 → 8월말)과 대회방식(일반부와 학생부 분리 등)을 변경하는 기능경기대회가 학생들의 건강권?학습권 보장 하에 제대로 된 숙련기술의 장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교육부가 고 이준서 학생의 죽음을 통해 직업계고등학교의 어두운 교육현실을 제대로 성찰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정책이 발표되기를 희망했다.

그런데 정부의 발표는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직업계고 교육에서 기능경기대회에의 출전과 경쟁이라는 틀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직업적 경험과 숙련으로 형성되는 기능을 검증해야 할 기능경기대회가 직업계고 교육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학교는 ‘기초지식의 함양’과 ‘전인적 교육’이라는 교육 목표로부터 멀어져왔다. 기능반 중심의 직업계고 학교 운영의 문제점은 대부분의 학생을 소외시키는 불평등한 교육환경을 낳았고, 기대주였던 수혜 당사자들도 예상과제에 대한 기계적 반복 훈련에 매달리게 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술인으로의 성장가능성을 상실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현재 당면하고 있는 직업계고 교육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다.

이번 정부의 개선 방안이 직업계고 학생들 다수를 미래지향적인 기술인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과학적?기술적 기초지식과 창의성 배양을 위한 개혁방안이 아니라 기능경기대회 강화론과 같은 안이라는 점에서 거꾸로 가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학교는 직업훈련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의 개성방안은 특혜와 차별, 그리고 메달 경쟁을 부추기는 기능경기대회 중심 교육의 폐단을 그대로 두고 잔가지를 손보는데 그치고 있다.

세부방안 몇 가지를 살펴보더라도 개선 방안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기능대회 출전 선수의 95% 가량이 직업계고 학생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학생부와 일반부 분리를 통한 불필요한 경쟁완화 대책’은 현실을 외면한 헛발질이다. 95%를 5%에서 분리하면 경쟁이 완화된다고 생각하는 발상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기능반 학생들의 학습권(수업 참여)과 건강권을 위한 보호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업 참여를 보장할 구체적인 기준은 미루어졌다. 현재도 수업 참여는 학생의 의무다. 그럼에도 기능반 운영과 기능경기대회 준비 앞에서 학습권과 수업 참여는 간단히 무너졌던 것이다. 어제의 발표는 실효성 없던 정책의 되풀이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학생의 건강권을 고려하여 밤 10시 이후 훈련금지라고 쓰고 학생과 학부모가 희망하고 학운위가 승인하면 야간 및 휴일 훈련도 가능하다는 예외를 두어 코로나19 정국에서도 학생과 학부모 동의서로 합숙훈련을 시켰던 문제의 판박이다. 게다가 학교 밖에서도 숙련기술진흥원 내 기능경기특별반을 운영하도록 해 이제는 학교 안팎으로 훈련이 가능하도록 했다. 온통 기능훈련 강화에 초점을 둔 듯한 느낌이다. 학교 내 훈련시간의 원칙적 제한이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

기능반의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 “기능반을 정규 ‘전공심화동아리’로 구성?운영하고 학교는 전공심화동아리 운영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존재했던 기능반 역시 공식적으로는 교육과정 내 동아리였다. ‘자율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한 기능반 활동’은 메달과 취업 경쟁 앞에서 무력화된 지 오래다. ‘기능반’에서 ‘전공심화동아리’로 이름을 변경한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는가? 오히려 ‘정규’ 전공심화동아리로 운영한다고 함으로써 기능반보다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게 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과제출제를 문제은행 방식으로 전환하면 과도한 경쟁구도를 완화한다는 대책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도대체 기술을 테스트하는 곳에서 왜 예상문제를 미리 주고 그것을 훈련하게 하는 것인가? 우리의 암기식 입시제도에서 한 치도 벗어나있지 않다. 기술력을 위한 기초지식과 그 응용력을 충분히 공부한 학생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대회로 구성해야 직업계고 학교 수업이 정상화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요구한다. 기능경기대회 실적에 따른 직업계고 지원과 서열화 교육 방향을 전면 수정하라. 그리고 이를 위한 기능반 운영을 즉각 폐지할 것을 촉구한다.

2020년 6월 25일
정의당 노동본부 (본부장 권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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