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청년본부, 서초동도 광화문도 아닌 곳에서, 당신과 함께 평등을 말하겠습니다
[논평] 청년본부, 서초동도 광화문도 아닌 곳에서, 당신과 함께 평등을 말하겠습니다.
- 조국 법무부장관 사퇴에 부쳐


집채만한 폭풍이 지나갔다. 덧없다.

"불법도 아니고 사모펀드로 재산 불리는 게 대수인가."
"자식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다 똑같은데 허술한 제도라면 누구라도 악용하지 않았겠나."
"수시보다 정시비율을 높여야 한다. 입시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

조국 정국에 쏟아지는 정보량과 온 정치권의 집중도에 비하면 참으로 보잘 것 없던 논쟁이었다. 한바탕 모래바람이 휩쓸고 간 자리에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뒤덮여있다.

만사를 제치고 먼저 헤아리고 싶다. 
당신의 심경이 어떠했을까. 당신의 심경이 어떠했을까.

법무부 산하의 출입국으로부터 난민심사를 받을 자격조차 얻지 못한 이들, 그렇게 합당한 이유도 없이 9개월을 공항에 묶여있었던 이들의 지난 두 달은 어떠했을까.
광화문 광장이 꽉 메워지기 전부터 매주 성범죄 봐주기 수사와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규탄하며 검·경개혁을 외쳤던 이들은
대법원의 직접고용 판결이 나고도 이행을 피하는 사측에 대항했더니 도리어 경찰에 연행당한 이들과 동료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던 인물이 장관 후보자가 되어 군형법 안의 성소수자 차별조항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광경을 접한 이들의 나날은 또 얼마나 어두웠을까.
그들은 모두 우리 중 누군가다.

한동안 매일 회자되던 개혁이란 두 글자는 정말 누구에게나 옹골찬 소망으로 다가왔을까.

그 헛헛한 심정이 당신만의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의 갈피를 쉬이 잡을 수 없던 밤도
연일 보도되는 엄청난 인파를 보며 들었던 우리 사회를 향한 슬픈 걱정도
당신만의 것이 아니었다고 꼭 한 번 말하고 싶었다.

이상한 일이다. 상황과 인물에 따라 기준이 다르게 적용되다니.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가 그렇다.
그 링 위에선 상식과 책임은 다 헛말이다.

소신 있는 지적은 뒤에서 칼 꽂기로, 신중한 입장은 얌체짓으로 일축하면 그만이다.

자본을 틀어쥔 쪽의 못마땅한 심기는 ‘재계의 우려’로 서술되고
평등한 대우와 안전을 요구하는 이들의 필사적인 청원은 ‘노동계의 반발’로 표현되기 일쑤다.

언론은 절차의 공정성에 의문을 던지는 학생들의 지적을 주요하게 다뤄왔지만, 안락한 성채에 무단 침입하지 말라는 경고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왜, 언제까지 그 성채를 공고히 놔둘 것이냐는 물음이다. 그러나 성채 밖 이들의 허를 찌르는 질문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여러 곳에서 청년층의 박탈감과 분노를 거론해왔다. 동의할 수 없다. 핵심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상심이 아니라 불평등이다.

촛불 이후 출범한 정부의 고위공직자마저 부를 대물림 해주기 바빴던 이 시대의 단면. 그것을 보고 느낀 부당함이다.
또한 권력기관을 비롯해 사회 구석구석 뿌리깊은 적폐을 없애자던 불과 몇 년 전 불길이 속절없이 꺼져가는 오늘날, 아직 살아있는 평등을 향한 열망이다. 이 소중한 마음은 특정 세대만의 것이 아니다. 

자본과 권력에 거리가 먼 사람들. 그리고 사회가 정해버린 ‘정상’성이 가두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최선이란 결국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몸부림이다. 그러나 이내 최선만으로는 메울 수 없는 격차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이 사회의 기울기다.
우리는 그 가파름을 하루에도 몇 번씩 경험하곤 한다.

어지럽고 위태로운 운동장 위에 우리가 버티고 있다.
당장 오늘을 견디며 살고 있다. 평등한 사회는 아득하기만 하다.

정의당 청년본부는 '공감'을 잃어버린 정치권·언론에 실망한 모든 이들과 '공명'하겠다.
동시에 점점 지워져가는 '공존'의 가치를 한국사회에 부단히 제시할 것이다.

또한 묻혀버린 당신의 질문에 주목할 것이다.
결과가 평등하지 않으면 과정의 불공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껍질만 멀쩡한 척 속은 썩어 문드러진 계급사회를 바로잡을 것이다. 또한 수시냐 정시냐의 논쟁을 넘어 서열화된 대학구조 자체를 뜯어 고칠 것이다.

불평등한 구조에 대한 통렬한 물음이 곧 진정한 사회개혁을 말하는 기준이 되도록 정의당 청년본부는 모든 노력과 책임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당신의 오늘이 더 평등하고 안전하길 바란다.

2019년 10월 16일
정의당 청년본부 (본부장 박예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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