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의당 동물복지위원회, 4월24일 세계 실험동물의 날(World Day for Laboratory Animals)에 부쳐
최근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의 실험실에서 학대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복제견 ‘메이’가 실험실에서 폐사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실험동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메이’는 공항 탐지견으로 활동하던 복제견인데, 이런 사역견은 동물보호법 제 24조에 따라 실험동물로 쓰이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불법행위이다. 또한 실험동물로써 서울대로 돌아간 이후 급격히 살이 빠지며 코피를 쏟기도 해 동물보호단체들은 이교수의 실험실에서 분명 동물학대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뼈만 앙상히 남은 채 죽은 메이를 뉴스로 접한 시민들은 동물실험을 축소 및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하고 있다.
1. 실험동물법의 대상에 대학이 빠져있다.
이러한 의혹에도 쉽게 이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실험동물법의 대상에 대학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실험동물법 제 3조에는 ‘적용대상’에 식품ㆍ건강기능식품·의약품·의약외품·생물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의 개발·안전관리·품질관리 등의 각호에 필요한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과 그 동물실험시설의 관리 등에 적용한다.’고 명시되어 있을 뿐, ‘대학’이 실험동물법 적용대상에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대학은 ‘실험동물법’에 적용대상이 아니며, 동물실험 윤리기획서에 통과하지 않은 채 실험동물을 구입해서 실험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2. 희생당하는 실험동물 수 매년 300만 마리, 정말 최선일까?
동물실험이 필수불가결하다고 해도 실험동물의 수가 너무나도 많다. 한국에는 수의대를 포함해 동물실험을 하는 수많은 대학원 연구실이 있다. 2017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폐사한 전체 실험동물은 300만 마리이며 이는 1분에 6마리가 죽어나간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 중 40%이상을 대학이 희생시켰다. 동물 실험을 대체하는 방법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에도 매년 실험동물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기에 왜 증가할 수밖에 없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동물실험을 승인하는 실험윤리기관은 관습적으로 동물실험이 행해지는 것은 아닌지 연구자와 연구기관을 제대로 감시하고 있는 것인가?
3. 동물실험 관련 종사자들의 윤리의식의 수준은 검증받은 것인가?
최고의 교육기관인 대학이라는 곳에서 발생한 생명경시 사건을 바라보며, 동물실험을 관계 연구자들의 자질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특히 이교수는 '실험동물자원관리원장'이라는 중대한 직책을 가진 인물이기에 실험동물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윤리의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4. 어린이-청소년 계층을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은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가?
어린이-청소년 계층을 대상으로 한 불필요한 동물실험 또한 문제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대부분의 해부실습은 학교를 통해 이루어지며, 종종 살아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마취에 대해 경험이 전문하고, 훈련받지 못한 학생들에 의해 동물들은 고통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충격도 만만치 않다. 미리 선택권을 주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수업을 빠지는 등의 소극적 방법이 있지만 수행평가 등의 성적과 관련된 실습이라면 이러한 소극적 선택권마저 박탈당하게 된다.
이는 동물복지에 대한 부분만이 아니라, 해부실습 등 어린이-청소년의 실험이 윤리적, 사회적, 환경적 맥락에서 백해무익하며 '비교육적' 환경이다. 생명감수성이 자리잡아가는 시기의 어린이·청소년들이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지하고 공감하는 방법을 배우기 전에 동물 하나의 도구로 보는 태도가 생길수도 있다.
5. 은퇴한 사역견의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일까?
임무를 마치고 은퇴한 사역견(탐지견)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인간 사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임무를 마친 사역견들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동물실험에 다시 이용되었었고 이는 불법 행위가 아니었다. 다행히도 2017년 이후 은퇴한 사역견은 입양시스템을 통해 따뜻한 가정의 품에서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허나 이번 사건을 통해 은퇴 사역견 입양 시스템이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실험과 학대를 당하며 동물들이 겪는 고통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과 동일하다. 똑같이 그들도 느낀다.”
실험동물법의 대상에 대학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더 이상의 구구절절한 이유가 불필요하다. 동물실험을 40%이상 시행하고 있기에 그 대상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이 실험동물법의 대상에 포함함으로써 겪게 될 그들 나름의 난관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잘못된 법을 방치할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을 통해 실험동물법의 미비가 일부 수면 밖으로 조금 표출 된 것일 뿐, 실험동물법은 수정 보완해야할 것이 더 많은 법이다. 고발된 이병천 교수 연구진을 확실히 조사하고 사실을 밝혀내야만 할 것이다.
또한 동물실험을 하기 전 동물실험 대체 실험법을 제대로 수행 하는지, 연구자가 하고자 하는 연구에 꼭 동물실험이 필요한 것인지 동물실험 윤리위원회는 보다 강력한 윤리기준으로 이들을 감시해야 한다.
현재는 동물실험을 할 수 있는 ‘전문가’가 동물실험을 하는 것이 아닌 몇 시간 강의를 수강하면 동물실험을 할 수 있거나 혹은 이런 제도나 교육이수 없는 사람이라도 동물실험을 하게 하는 대학 연구실이 많다. 그뿐 아니라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 또한 마찬가지이다. 동물실험은 자질을 가진 전문가 혹은 수의사 지도 아래 동물학대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기존보다 높은 강도의 규율을 적용시켜야 한다.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은 인간이 동물의 아픔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말 못하는 그들이기에 물건에게 하는 것처럼 실험을 해도, 학대를 해도 내 이익만 챙길 수 있으면 이 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고통을 최소화한 실험을 한다해도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존재한다는 것은 연구를 통해 입증하지 않아도 실험동물들의 모습을 보면 느낄 수 있다.
4월 24일은 실험동물의 날이다. ’미안하고 애도한다.’는 말만으로는 실험동물들의 희생에 진 빚을 1만분의 1도 갚지 못할 것이다.
과학계는 실험동물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에 연구 투자를 증가시켜야 한다. 필수적으로 실험동물 대체 실험을 진행한 뒤에도 동물실험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 최소한의 동물실험이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정의당 동물복지위원회는 불필요한 동물실험이 자행되는 것을 막고 실험 중 동물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실험동물법 개정에 앞장설 것이다.
2019년 4월 24일
정의당 동물복지위원회 (위원장 정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