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청년본부, 故 이한빛 PD 2주기에 부쳐
[논평] 청년본부, 故 이한빛 PD 2주기에 부쳐

오늘(10월 26일)은 tvN <혼술남녀>의 이한빛 PD가 사망한 지 2주년 되는 날이다. 

“하루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 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 

2년 전 이한빛 PD가 남긴 유서에는 ‘수십억 제작비’ ‘유명 연예인 대거 출연’ 등 화려한 수식어 뒤에 감춰진 노동착취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이한빛 PD에게 휴일은 55일 중 이틀뿐이었고, 하루에 3~4시간 밖에 못 자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한빛 PD는 자신의 일을 ‘가장 경멸했던 삶’이라 칭했다. 입사 9개월 된 PD에게 주어진 일이 중간관리자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독촉하거나 해고당한 외주업체의 계약금을 환수하는 등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나도 노동자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그네들 앞에선 노동자를 쥐어짜는 관리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요.”라고 말했던 이유다. 

이한빛 PD의 죽음 이후 변화를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 그의 이름을 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만들어졌고, 방송스태프노조(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도 출범했다. 외주제작시장의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정부 대책도 발표됐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스태프들과 촬영 및 휴식시간에 대한 산별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죽어나가는 일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지난 8월 SBS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촬영 스태프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고, 1월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미술 스태프가 과로사로 사망했다. tvN ‘화유기’의 스태프가 촬영 도중 추락해 큰 부상을 입은 사고도 있었다. 지난 7월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방송사 노동시간이 ‘주 68시간’으로 제한되자, 주 68시간을 3~4일에 몰아서 제작하면서 노동강도가 더 심해지는 현장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노동력을 갈아 넣어 방송의 질을 높이려는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방송을 만드는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져야 더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고, 시청자들이 더 즐거워질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 절실하다. 스태프, PD, 작가, 배우, 정부까지 모두 힘을 합쳐 장시간 고강도 관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정의당 청년본부 역시 청년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삶을 경멸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청년들의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연대할 것이다. 

2주기를 맞아 다시 한 번 고 이한빛 PD의 명복을 빌며, 장시간 고강도 노동환경 속에서도 꿈을 펼치기 위해 애쓰는 수많은 방송노동자들의 건투를 응원한다.

2018년 10월 26일
청년이당당한나라본부(본부장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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