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2월 5일(월)
네 달 반 전 철원 총기사고, 예고된 인재였다!
8개 사로 중 5개 사로 표적판 고장, 경계 초소 폭우로 유실 등 정상 훈련 불가 환경
조사본부 제출 자료에 논리성 결여되어 이의제기하자 시간 조작 후 재제출
김종대 의원 “규정 위반·부실 수사·자료 조작·책임 전가 등 부조리 종합선물세트, 철저한 재조사 후 관련자 엄중 징계 필요”
지난해 9월 26일, 철원 5군단 6사단 사격훈련장 뒤편 도로를 지나던 병사 한 명이 난데없이 날아온 총탄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당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동 사건은 애시당초 정상적 훈련이 불가한 환경에서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비례대표?국방위원회)이 국방부·조사본부·육군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은 당시 사격장 8개 사로 가운데 5번과 8번 사로를 제외한 나머지 6개 사로에서 사격 훈련을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군 내부 조사 자료를 확인한 결과, 30m·50m·100m·200m 등 4개 표적판이 모두 정상이었던 사로는 1번·2번·6번 3개 사로 뿐이었고, 3번·4번·7번 사로는 30m 표적판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육군 부대훈련 규정 등에는 표적판 고장 시의 훈련 진행 여부에 대해서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군에서는 표적판 고장과 사망사고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동이 큰 연사의 특성 상 반드시 지향점이 되는 표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사고 당일 5번 사로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50m 표적판이 고장 났기 때문이라는 점 ▲200m 표적기준 총구가 2.39? 만 상향되어도 실탄이 전술도로까지 직선으로 날아갈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고장난 표적판을 향해 사격훈련을 강행한 것은 사격장 관리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준다.
사격장의 부실 관리 실태는 이만이 아니다. 군 내부 조사 자료에 따르면, 사격훈련장 뒤편 도로에 위치한 경계초소가 폭우로 유실되어, 사고 당일 경계병들은 원래 경계초소보다 50m나 떨어진 측각기호(대포의 각도를 재는 참호)에서 경계 업무를 서고 있었다. 심지어 사고 전날인 9월 25일 사격 훈련 당시에는 경계병이 아예 배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즉, 실탄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시간의 문제일 뿐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동 사건의 조사 결과에 대해 국방부가 일부 조작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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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6일, 당일 훈련 시간의 재구성 김종대 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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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 방식(1인 20발/육군 교범) 입사호쏴(5발) → 쪼그려쏴(1발) → 무릎쏴(2발) → 서서쏴(1발) → 엎드려쏴(2발) → 무릎쏴 점사(3발) → 돌격자세 연발사격(6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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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조사본부 최초 제출 자료(2018.0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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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제기 후 재제출 자료(2018.0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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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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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시간 전) 1~7조 전투사격 1조 당 훈련시간=7분 |
앞조와 뒷조의 훈련시간이 다름을 지적 |
14:10~15:00 |
(휴식시간 전) 1~7조 전투사격 1조 당 훈련시간=7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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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5~16:10 |
(휴식시간 후) 8~11조 전투사격 1조 당 훈련시간=3분45초 |
15:45~16:10 |
(휴식시간 후) 8~11조 전투사격 1조 당 훈련시간=6분15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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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 40초 |
사고 발생 ? 12조 6~20발 사격 중 추정 |
16:10 40초 |
사고 발생 ? 12조 6~20발 사격 중 추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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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조사본부가 의원실에 최초 제출한 자료에는 휴식시간 전일 경우에는 각 조 당 사격 훈련시간이 7분으로 확인된 반면, 이후 조는 3분 45초로 약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에, ▲훈련시간 간 차이가 큰 이유 ▲최대 7분 내에 총20발의 사격훈련이 가능한지 여부 ▲ 당시 사격훈련이 교범대로 이뤄졌는지 여부 등을 질의하자 조사본부는 최초 제출자료를 회수하고, 휴식시간 이후 조의 사격훈련 재개시각을 최초 15시 55분에서 15시 45분으로 10분이나 앞당긴 자료로 재제출했다. 조사본부는 시간을 정정한 이유에 대해 “무선중대장은 15:55경 사격을 재개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재연시간을 고려, 사고발생 시부터 역으로 환산 시 15:45경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미 4개월이나 지난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의원실이 문제제기를 하자 뒤늦게 수정한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난 1월 30일 3군사령부 군판사 주관 하에 진행된 현장검증 결과 1개 조당 훈련 시간은 무려 9분이나 소요된 것은 물론 교대에도 1~2분이나 걸려 사고 당일 훈련시간이 최대 7분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교범대로 훈련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
김종대 의원은 “사격장은 가장 빈틈없이 일처리가 되어야 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총체적 부실이 집약돼 누구든 총기 사고의 희생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며 “규정 위반·부실 수사·자료 조작·책임 전가 등 부조리 종합선물세트인 이번 사건을 철저히 재조사 후 상급 책임자를 엄중 징계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김종대 의원은 “군은 사법제도가 독립되어 있지 않아 사건이 발생하면 지휘관이 재판장, 검사, 헌병수사관을 임명하게 되면서 수사 과정 간 각종 부작용이 발발한다”며 “더 이상 꼬리자르기 행태의 징계 조치가 이뤄지지 않도록 군사법원을 민간으로 이관하는 등의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