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노동상담)

  • [노동일반] 비정규직 교사라는 이유만으로...너무 합니다.
기간제 교사 커뮤니티에서 퍼왔습니다. 이렇게 똑같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아니 더 열심히 가르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받고 천대받는 사람들이 넘쳐 납니다. 이 사람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직장을 구하지도 못합니다. 학생들이 좋아서 학생과 함께한 이 교사에게 과연 무슨 죄가 있어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합니까.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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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계약직 교사입니다.

A학교에서 2년간 교과교실제 강사로 근무했습니다.

학생 18명이 지내는 기숙사 업무도 한 달에 25만원이라는 적은 금액을 받아가며 업무를 했습니다.

강사 신분인 저는 초과근무는 달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했습니다. 돈보다는 학생들이 좋았고, 학생들 또한 저와 함께 있길 좋아했습니다.

도서관을 2년 동안 맡았습니다. 도서관 업무가 뭐가 있겠냐고 하실 테지만, 오자마자 도서관이 4층에서 1층으로 이동했습니다. 계약일인 31일이 안되었는데도 2월 말부터 출근하라해서 출근했고, 학생들과 함께 도서관 정리를 했습니다. 책장 위치가 좋지 않다고 해서 다시 책을 빼고 꼽길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제가 속한 국어과에는 총 세 분의 선생님이 계셨고, 저는 두 학년을 맡아 수업을 했습니다. 제 작년에는 1, 2학년, 작년에는 2, 3학년을 수업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UCC 찍는 게 좋아 주말도 반납하며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돈을 받아내기 위한 아무런 근무를 달지 않고 했습니다. 저도 즐겼고, 학생들은 각종 대회에서 수차례 수상을 했습니다. 백일장을 비롯한 각종 문예공모전에도 제가 지도한 학생들이 수차례 수상을 했습니다. 상장을 갖고 교장선생님께 가면 엄청 좋아하셨습니다. 교장선생님께 잘 보이고자 한 건 아닙니다. 단지, 우리 학생들 매주 월요일 조회 시간에 전교생 앞에서 칭찬 좀 해주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아마 제가 근무했던 2년 동안, 수십 개의 교외상을 수상했을 겁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계약직 신분을 망각한 채, 임용공부를 뒤로 미뤘습니다.

교감선생님은 교과교실제를 앞으로 계속 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학교 기간제 교사에 지원할까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내 첫 제자들 졸업하는 건 보겠다고 2년을 견뎠습니다. 그리고 또 밑에 학년에 정이들어 그래, 3년만 지내보자고 혼자 다짐했습니다. 계약이 만료되자, 늘 그랬던 것처럼 실업급여를 받으며, 형식적인 구직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교감선생님은 1월 말에 연수를 다녀오시더니 교과교실제의 방향을 바꾸게 되었으니 다른 학교를 알아보라는 식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을의 입장에서 뭐라 할 수 없었습니다. 답답한 건, 이미 많은 사립 학교들의 채용이 마감된 뒤라 한숨만 나왔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습니다. 2년 간의 경력으로 여기저기 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방문접수는 무리란 생각에 우편 접수만 30개 이상 보낸 것 같습니다.

어제 저는 제가 졸업한 모교에서 면접을 봤습니다. 기분 좋게 면접을 마치고, 발표를 기다렸습니다. 연락이 없자, 면접관을 알고 있다는 동료 선생님께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복장이 불량하고, 버릇이 없다는...” 이런 식으로 모교 교장선생님께 말씀을 해주셨더군요. 이번 주만 방문접수 하러 3시간 이상 거리도 고속도로 타고 다녀온 저로썬 이 상황이 억울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더군요.

교장선생님.

제가 그렇게 버릇이 없었습니까?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복장도 다른 선생님들처럼 갖출 만큼은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왜 저만 피해자가 되어야 되고, 왜 저만 타켓이 되어야 됩니까? 등산복 입고 출근하는 선생님들한테는 왜 말 한마디 못하십니까. 제가 강사라 그렇습니까? 젊어서 그렇습니까? 마주칠 때마다 저를 교장실로 호출하는 교장선생님 때문에 화장실도 교직원 화장실이 아닌 학생 화장실을 이용했습니다. 작년에 수업을 제대로 안 한다고 뭐라하셨죠. 학생들 재우고, 본인 일처리 한다고. 처음에는 수긍하고 넘어갔습니다. 억울한 점이 있었지만, 재운 건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데 두 번째 호출이 되었을 때는 저도 교장선생님께 대들었습니다. 대들었다기 보다는 억울해서 붙잡고 하소연한거겠죠. 강사한테 3학년 한 반의 자기소개서 첨삭을 맡겼는데 애들이 방학 때 적지 못해 2학기 개학 후, 원서접수 시작 때 써오는데 도대체 제가 언제 학생들의 자소서를 봐줘야 되는 겁니까. 새벽 34시까지 보다가 그래도 첨삭하는 시간이 부족해 진도를 빨리 나가고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제 할 일을 한건데 그게 그렇게 잘못된 겁니까?

본인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말을 안듣는다고 학생들을 교실 밖에 쫓아내 한 학기 이상 수업 시간에 못들어오게 하는 그 선생님보다는 더 낫지 않습니까. 비평준화 지역에서 그래도 학생들 붙잡고 이렇게 저렇게 수업하고, 수업시간에 사건사고 없으면 그것도 다행이지 않습니까. 제가 재수가 없었던 거죠. 학생들을 교실에 방치하고, 강당에서 운동하는 선생님들도 있었는데 저만 계속 걸리니 참 저는 재수가 없는 사람인가 봅니다. 제가 억울하다는 듯이 하소연하니 소리를 지르셨죠. 어디 말대구를 하냐고... 맞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교장선생님이 보시기에는 말대구겠죠. 그런데 언제 한 번 칭찬해주신 적이 있나요? 지적만 할 줄 알지, 칭찬은 할 줄 모르는 분이 바로 교장선생님이었습니다. 새벽 34시까지 자기소개서 봐주는데, 제가 초과근무를 못다는 신분으로 봉사하는 건데, 수고했다, 고생했다. 이런 말씀이 왜 입에서 나오지 않는 겁니까.

제가 자기소개서 봐준 학생들이 대학 수시 모집에 많이 합격했습니다. 교감선생님은 고맙다며 제가 전화를 했는데, 역시 교장 선생님은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으시더군요. 그리고 갑자기 학교에서 나가게 되었을 때, 저한테 전화로 말씀하셨죠.

선생님. 미안하게 되었네요. 우리로썬 어쩔 수 없다. 내가 지금 서울인데 언제 한 번 학교에 놀러와라. 나도 자리를 알아봐주겠다.”

그런데 오늘 면접 본 학교 교장 선생님께 제 욕을 실컷 하셨더군요. 돌이켜보니 지금까지 면접을 3번 봤는데, 교장선생님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더군요. 너무 화가 나서 동료 교사 선생님한테 교장선생님한테 전화해서 뭐라뭐라하고 이 지역을 떠야겠다고.

마침 오늘 올해 졸업한 제자들과 함께 밥약속을 잡았습니다. 도중에 이 사실을 알게되니 표정관리가 안되더군요. 그래도 웃고 떠들며 제자들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서럽더군요, 더럽고 치사하고 토나오게 화가 나더군요. 집까지 40분 정도 차를 타고 오는데 펑펑 울었습니다. 집에는 부모님 계시니 집에 바로 못들어가고 도착하고 나서도 울다가 집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선택한 길입니다. 그러니 부모님께 이런 모습 보여주기는 싫었습니다.

오늘도 아침 일찍 면접이 있습니다. 우체국에 들려 우편으로 또 다섯 통을 보냅니다. 교장선생님은 아마 저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하셨겠죠. 그래도 꿋꿋하게 교직생활 할겁니다. 당신의 한 마디에 오늘 참 많이 울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아름답게 떠나고 싶었고 이별하고 싶었는데 이제 발걸음도 하기 싫은 학교가 되어버렸습니다. 임용만이 살길이라고 매번 느끼고 있는 요즘, 하루하루가 힘듭니다.

! 그리고 교장선생님. 수업으로 저를 비롯한 여러 선생님 수업 지적하시는데, 선생님 젊으셨을 때 생각해보시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들 교장선생님 젊었을 때 수업 비꼬면서 얘기합니다. 다시는 당신과 같은 사람 교직에서 안봤으면 좋겠습니다

참여댓글 (1)
  • 노동부

    2018.02.26 10:19:02
    안녕하세요

    정의당 비상구 입니다.

    말씀하신 내용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의당 이정미의원실에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의당은 총선과 대선공약으로 상시 지속적 업무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으로 기간제 등 모든 비정규직의 채용을 금지. 계절적 업무와 질병과 사고로 인한 결원 대체, 기간이 정해진 한시적 업무에 한해서만 비정규직채용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공공기관과 대기업부터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약 20만 명)하되, 중소기업은 시행시기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정규직 전환에 대한 지원 확대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하기 위해, 업종별 임금산정 가이드라인 설정하고 비정규직의 임금차별을 금지하고 적정임금 보장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비정규직 차별없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이후 정책적인 제안이나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한 경우

    정의당 정책위원회(02-788-3218~20)로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의당 비상구(1899-0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