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하동 신화개타운 공사대금 체불, ‘직불합의’는 어디로 갔나
- 하도급 노동의 희생 위에 세워진 탑…집행력 없는 합의서, 제도 무력화 방치한 행정 책임도 따져야
하동군 신화개타운 조성사업의 공사대금 체불 사태가 장기화되며 하도급 업체와 하청노동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공사대금 체불 당사자의 주장과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을 보면, 현재 하도급 업체 16곳 이상이 A 시행사로부터 17억 원 상당의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고, 일부 업체는 3년간 작업비의 10~15%만 수령한 채 버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도급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직불합의서’는 현실에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사실상 휴지조각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이번 사태의 구조는 단순하다. A 시행사가 발주한 사업을 종합건설사인 B 원청이 수주했고, 하도급 업체들이 전기·설비·방수·미장 공사를 진행했다. 하도급 업체들은 A 시행사와 ‘직불합의서’를 작성했기에 원청을 거치지 않고 발주자인 A 시행사로부터 직접 대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 그러나 시행사는 자금난을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고, 원청은 “직불합의 이행주체는 명백히 ‘시행사’와 ‘하도급업체’”이라며 발을 빼고 있다.
이 사건을 통해 두가지 중요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첫째, 제도의 취지가 무력화됐다는 점이다. 직불합의서 제도는 하도급 대금 체불을 예방하고, 원청의 부도나 지급 거부로부터 하도급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직불합의서는 강제력이 없는 형식적 문서에 불과했다.
둘째, 지자체가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는 건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도급 대금 체불이 반복되는 구조를 알고 있음에도 사전·사후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특히 인허가 과정이나 사업 준공 과정에서 시공 참여 업체의 대금 수령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체불을 발생시킨 B 원청 대표가 지역 내 다른 대규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지역 건설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것이다. 하도급 업체들이 줄줄이 피해를 겪고 생존 위기에 내몰리는 동안, B 원청은 새로운 사업을 통해 또다시 계약을 체결하고 수익을 얻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정의당 진주시지역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1. 진주시(원청 소재지), 하동군(공사지역), 경상남도는 신속히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대금 체불 업체에 대해 향후 지역 공공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 직불합의서 제도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법률과 조례 개정을 통해 대금 지급에 강제력을 부여하고 채권 우선순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3. 피해 하도급 업체들이 장기간 소송과 체불로 인한 경영난에 빠지지 않도록 실태 파악 후 긴급 금융·법률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
건설 현장은 지역 주민들의 노동과 땀이 모여 건물이 완성되는 일터다. 하도급 대금 체불은 단순한 금전 분쟁이 아니라, 노동 계약의 기본 질서를 무너뜨리는 사회적 범죄에 가깝다. 이번 사건이 법원의 판단에만 맡겨진 채 끝난다면 제2, 제3의 신화개타운 사태는 또 반복될 것이다.
2025.8.12.
정의당 진주시지역위원회 (위원장 김용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