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김 민 기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요
그 깊은 바다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눈 앞에 떠오는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아른거리오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바퀴가 대답하려나
눈 앞에 보이는 수많은 모습들
그 모두 진정이라 우겨 말하면
어느 누구 하나가 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할 사람 어디 있겠소
눈 앞에 떠오는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아른거리오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바퀴가 대답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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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까지
'친구'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단어였어요
하지만 각기 자신의 삶 앞에 놓인 커다란 파도들을 맞아 허우적대다가
이제 그 파도를 느끼고 가끔은 거기에 올라 타기도 하는 시기가 되어서는
'친구'라는 단어가 저의 가슴에 울림을 주지 않더군요
근래 오랜 친구 중에 한 녀석이 하는 '친구'라는 말에서
'뜨거운 울림'이 아니라 '감정 과잉'으로 받아들이는 제 자신을 보면서
그 친구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제 삶을 다시 바라볼 때가 되었구나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