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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당원 인터뷰] 엄예은당원②: 저는 지금 여기에서 이렇게 살고 있어요

[청년당원 인터뷰2] 엄예은당원②

정의당 강원도당 청년정치기획단은 청년당원의 목소리를 당 내외에 알리기 위해 청년당원인터뷰를 기획하였습니다. 두 번 째로, 엄예은 당원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총선 본 선거 기간 이전에 한 인터뷰여서 인터뷰 내용에 시간차가 있습니다. (엄예은당원 인터뷰는 ①, ②부로 나누어 게시합니다)

*인터뷰어: 강원도당 부위원장 이효성

 
 

저는 지금 여기에서 이렇게 살고 있어요

 
 

“두 달 동안 싼 수 차례의 이삿짐, 너무 서러워”

“왜 내가 쉰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여기 이렇게 살고 있는데”

“당은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 엄예은으로서 여러 가지 고민이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대학 때문에 서울에서 살았다고 했잖아요. 그 이후로 집에 대한 고민이 끊이질 않아요. 서울에서 처음 살았던 방은 반지하였어요. 여름이 되니까 패딩에 곰팡이가 피더라고요. 두 번째 집은 LH에서 전세자금을 지원받아서 쾌적한 투룸으로 갔어요. 하지만 집주인이 사생활침해를 많이 했어요. 세 번째로 이사간 곳은 반지하도 아니었고, 사생활침해도 받지 않았지만 제가 알바해서 번 돈의 절반을 월세로 내야 했어요. 이런 곳들을 거친 후에 다시 춘천으로 왔어요. 일하고 돈을 벌면서 경제적인 관념이 쌓이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내가 벌어서는 도저히 내 집을 살 수 없겠구나’. 요즘에는, ‘왜 나라에서 집을 주지 않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아파트는 많아지고, 인구는 줄어가는데 왜 제가 살 집은 없는지 모르겠어요.

지난겨울에 남자친구랑 춘천 애막골에서 잠시 같이 살았어요. 남자친구가 원래 다른 지역 사람인데 춘천에 실습할 일이 있어서 왔었거든요. 재임대를 받아서 방을 구했어요. 방학이라 비어있는 강원대 학생의 방에 잠시 들어가 있었던 거지요. 실은 재임대가 불법이잖아요.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었어요. 근데 그 집주인이, 방학 때 세입자가 빠지고 들어오고 해야 하는데 기숙사를 너무 많이 지어서 방이 안 팔리니 리모델링을 하겠다면서 그동안 자기가 가지고 있는 다른 방으로 잠깐 이사를 가달라고 하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두 달 동안 이삿짐을 진짜 몇 번을 쌌는지 몰라요. 너무 서러웠어요.


(사진설명: 한 사람이 벽면에 빼곡하게 붙은 하숙집전단들을 보고있다)



얼마 전에 청년정치기획단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요즘 가장 큰 고민에 대해 거리 설문 조사를 했었어요. 문항을 일, 빚, 집으로 나누었고 일이 제일 많이 나오긴 했어요. 그런데 조금 특징적이었던 것이 여성 청년은 집도 많이 선택하더라고요. 안전한 주거공간에 대한 고민이 더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어요.

맞아요. 안전비용이라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안전한 공간에서 살려면 돈이 더 드는 거지요. 저는 환기하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서울에서 자취할 때에는 환기하는 게 무서웠어요. 문을 열고 설거지를 하다가도 뒤를 돌아보면 누가 있을 것 같은 거예요. 그때가 한창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떠들썩할 때여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여성 청년은 단순히 주거공간만이 아니라 동네, 골목 이런 것까지도 다 보면서 집을 결정하게 되어요.


(사진설명: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에 대한 추모 메시지가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 붙어있다)




청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저도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요즘은 계획을 세워도 제 의지와 상관없이 일이 어긋남을 몇 번 겪으면서 이제 미래보다는 현재에 집중하자는 편으로 돌아섰어요. 청년에게 미래가 잘 안 보이는 사회에서 누군가가 향후 계획이나 미래를 물으면 어떤가요?

저도 비슷해요. 예전에는 장래희망이나 꿈 얘기를 좋아했는데, 요즘은 큰 계획이 없어요. 저는 사실 지금 제가 이래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친척들도 사람들도 자꾸 앞으로 뭐 할 거냐고 물어봐요. 제가 아무것도 안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는 여기에서 이렇게 살고 있는데, 부모님께 돈 안 받고 알바하면서 친구들도 만나고 노래도 들으면서 이렇게 살고 있는데, 사람들은 왜 제가 쉰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당장은 지금 하는 거 잘해야죠. 아빠 선거 유튜브 잘 돕고, 개인레슨하는 거 수강생 늘리고요.




이번 총선 춘천에서 출마한 엄재철 정의당 춘천시위원장이 아버지이시죠? 아버지께서 출마한다고 했을 때 가족의 한사람으로서 여러 고민이 들었을 것 같아요.

출마를 반대하진 않아요. 아빠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죠. 근데 가족으로서 가장 큰 고민은 ‘내가 이 선거에서 가족으로서 무슨 역할을 할 것인지’예요. 가족이 선거를 함께 뛰면 후보에게는 좋거든요. 심적인 응원도 되지만, 실질적으로 명함도 뿌릴 수 있고 함께 다니는 이미지도 있고요. 하지만 선거는 정말 힘들어요. 재작년 지방선거 때 뼈저리게 느꼈어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지치는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선거는 조금 소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아빠가 필요하다고 할 때 사진 찍어주고, 웹 홍보물 만들어주고 영상 찍어서 편집해서 업로드하는 정도예요.

그래도 선거가 매 순간 힘든 건 아니에요. 뿌듯할 때도 있어요. 예를 들면, 친구들이 로터리에서 인사하는 아빠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거나, 응원한다고 말해줄 때.



아버지를 돕는 차원도 있겠지만 정의당 당원으로서 이번 선거를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생각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고민도 물론 있어요. 저도 춘천시민으로서 그리고 당원으로서 우리 지역과 당의 이름으로 선거에 나가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으니까, 이 사람을 좋은 후보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껴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주는 표의 무게를 늘 생각하고요.


(사진설명: 춘천에 출마한 정의당 엄재철 총선후보가 손으로 기호 6번을 표시하며 미소짓고 있다)



이제 당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게요. 당내 여러 공간에서 청년을 찾아보기가 쉽진 않은 것 같아요. 당에서 활동하는데 힘든 부분은 없는지요?

정의당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른 커뮤니티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기존의 구성원들이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사회에 나온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스며들어야 하는데, 열려있지 않으니 청년이 진입할 수 없는 거죠. 아빠가 저 초등학생 때부터 선거에 출마했는데요, 그 당시에 선거를 도왔던 이모 삼촌들이 지금도 선거를 도와요.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그런 것 보면 구성원끼리 익숙하고 편해서 새로운 사람을 별로 원하지 않는 느낌이에요.

저는 부모님이 당에서 활동을 하고, 오래 본 사람들이 당 안에 많으니까 상대적으로 진입하기가 쉬운 편인 거죠. 과연 정의당에 대해서 저와 비슷한 호감도를 가진 다른 청년이 당 행사에 올 수 있을까요? 저는 이런 분위기라면 힘들 것 같아요.

당원 중에서는 가입만 하고 당 활동에 별로 관심 없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당비를 내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한 응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어쨌든 당의 고민은 이런 분들이 활동을 많이 하게끔 하는 거니까 당이 이런 분들에게도 열려있는 곳이라는 게 더 드러나면 좋을 것 같아요.



당의 문턱을 없애는 일이 필요하겠네요.

한편으로는 당직자분들이나 당내에서 역할이 있는 분들도 마음으로는 열린 당이 되기를 원하지만, 그런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여유가 없는 것 같기도 해요. 당장 아빠만 하더라도 춘천시위원장인데 생계는 따로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일에 치여서 열린 당을 만드는 데에 시간을 충분히 쏟지 못하는 것 같아요. 선거캠프에서도 이거 해보자 저거 해보자 말은 많이 나오지만, 구체화하고 실행할 인력과 시간이 부족해서 못 하듯이요.



마지막으로 당에 하고 싶은 말은?

음, 저는 지난 선거에서 무효표를 많이 냈어요. 제 얼굴을 하고, 제 목소리를 대변하는 후보를 뽑고 싶은데 대부분 50대 남성이더라고요. 정의당에서는 다양한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당의 후보로 많이 나섰으면 좋겠어요. 저를 많이 닮은 정당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진설명: 엄예은 당원이 과자를 먹으며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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