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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당원 인터뷰] 엄예은당원①: 생명에 대한 깊은 공감, 채식주의

[청년당원 인터뷰2] 엄예은당원①
정의당 강원도당 청년정치기획단은 청년당원의 목소리를 당 내외에 알리기 위해 청년당원인터뷰를 기획하였습니다. 두 번 째로, 엄예은 당원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총선 본 선거 기간 이전에 한 인터뷰여서 인터뷰 내용에 시간차가 있습니다. (엄예은당원 인터뷰는 ①, ②부로 나누어 게시합니다)

*인터뷰어: 강원도당 부위원장 이효성

 
 

생명에 대한 깊은 공감, 채식주의

 
“영화 「옥자」를 본 후, 돼지도 생명으로 느껴져 채식 시작”
“정의당에서 채식주의는 이제 겨우 옵션수준”
“채식으로 인해 환경, 동물권에 더 민감해져”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엄예은이라고 하고요. 강원도 춘천시에 살아요. 스무 살 전까지는 계속 춘천에서 살다가 대학 때문에 잠깐 서울에서 살았었고, 다시 춘천으로 돌아온 케이스예요. 2017년에 졸업하고 그해 가을에 돌아왔으니 돌아온 지 2년 반 정도 되었네요.



공부는 어떤 걸 하셨어요?

실용음악 보컬을 전공했어요. 고등학교 때 입시 준비를 실용음악으로 해서 대학까지 갔죠. 춘천으로 다시 돌아와서 잠깐 실용음악학원에서 일했었고, 사단법인 ‘강원살이’라는 곳의 법인설립 준비 때문에 거기에서도 10개월 동안 인턴으로 일했어요. 지금은 연습실을 따로 구해서 개인레슨을 하고 있어요.



예전에 채식 관련 영화상영모임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지요. 채식에 관심이 많으세요?

아, 네. 춘천 채식 모임에서 만든 자리였는데, ‘도미니언’ 영화를 같이 본다고 해서 한번 가보게 되었어요. 채식한 지는 1년 조금 넘었어요. 비건(Vegan: 동물에게서 나온, 혹은 동물 실험을 거친 식품을 모두 거부하는 단계)은 아니고 락토오보(LactoOvo : 달걀, 우유같은 유제품과 꿀처럼 동물에게서 나오는 식품까지는 먹는 단계)인데, 고기랑 생선은 안 먹고 유제품이랑 달걀은 먹어요.


(사진설명: 영화'도미니언' 포스터. 눈을 부를 뜬 소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채식을 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영화 ‘옥자’를 보고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옥자가 영화에 나오는 슈퍼돼지 이름인데, 단순히 주인공이 키우는 돼지 그 이상으로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거든요. 공장식 축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담겨 있고요. 그 영화를 보고 나니까 돼지도 생명으로 느껴지면서, ‘그럼 나는 채식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사실 영화를 보고 바로 채식을 실천한 건 아니었거든요. 어느 날 집에 와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에서 자연인이 닭을 잡는 거예요. ‘아 불쌍하다’ 생각하는데 제가 닭볶음탕을 먹고 있더라고요. 채널을 돌리니까 또 맨손으로 물고기 잡는 방송이 나오는데, 저는 집에서 키우는 개의 밥을 챙겨주고 있고. 이런 제 모습이 모순적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채식을 시작했어요.

 


(사진설명: 영화'옥자' 포스터. 덩치가 매우 큰 슈퍼돼지 '옥자'가 한 소녀와 동행하고 있다. 옥자 등 위에는 굴뚝공장이 얹혀있다)



저도 예전에 2년 정도 페스코(Pesco: 채식을 하면서 어패류까지는 먹는 단계)를 했었어요. 중간중간 영화도 보면서 공부를 했어야 했는데 꾹 참기만 하다 실패를 했지요. 여전히 관심이 있긴 해서 채식영화상영에도 갔었던 건데 그때 당원님을 만나서 반가웠고, 어떤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계신 지 궁금했었어요. 채식이면 채식 얘기 좀 더 해 주셔도 좋고 아니면 관심 가는 다른 얘기 좀 더 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페미니즘운동에도 관심이 많고, 채식도 관심 있고, 청년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데 뭔가 당에 필요한 얘기는 채식 얘기인 것 같아요. 녹색당은 채식이 거의 디폴트더라고요. 당 모임을 할 때도 비건 음식을 항상 준비하고. 그런데 정의당은 채식이 이제 겨우 옵션인 느낌이 들어요. 저도 물론 제가 채식을 하고 나서야 그런 게 눈에 보이는 거긴 하지만. 이런 얘기가 당에 필요하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개인적으로 실망했던 건, 최근에 돼지 열병 돌았을 때 심상정 대표님이 행사장에 가셔서 우리 돼지를 소비하자면서 돼지 탈을 쓰고 사진을 찍으신 거예요. 이럴 수가! 돼지 살리기가 왜 ‘돼지 죽이기’가 되나요. 돼지를 지금보다 더 동물 복지적인 환경에서 키우면 병이 크게 번질 일이 없다는 걸 아실 텐데, 그 얘기를 하면 될 걸 왜 그런 실수를 하셨을까 속상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동물권 운동단체와 연대를 하려고 하셨더라고요. 그래서 ‘심대표님은 도대체 어떤 스탠스를 취하시려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심상정 대표님뿐만 아니라 당 내에서도 동물권에 대한 얘기는 아직 많이 안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환경 이야기하시는 분이 많은데, 저는 환경 이야기하려면 축산업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축산업은 채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고요.


(사진설명: 문희상 국회의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등 6명의 정치인이 국회 앞에서 돼지탈을 쓰고 '2019국회 우리 한돈 사랑 캠페인'을 하고 있다)



채식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흔히 하는 질문들이 있잖아요. ‘그러면 뭐 먹고 살라고? 식물은 생명 아니냐? 너네만 잘났냐? 요즘은 채소가 더 비싸다. 채소에는 농약이 있는데 건강에 뭐 좋냐? 성장기 어린이들에게는 우유랑 고기가 필수 아니냐?’ 하는 질문들이요. 이런 질문들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많이 들어요. 그런 질문들은 채식을 시작하면서부터 거의 달고 출발하지요. 처음엔 좀 짜증났어요. ‘왜 나한테 이런 질문을 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게 아니고, 시비 거는 것 같으니까요. 근데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질문하는 사람들이 자기 도덕성의 결여를 느끼기 싫어서 오히려 저를 공격적으로 대하는 것 같아요. 채식한다고 말하는 저를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거예요. 그래서 더 ‘식물은 생명 아니냐!’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제가 그 질문을 제대로 받아치지 못하면 그 사람은 마음이 편해지는 거지요. ‘아, 계속 육식해도 괜찮겠다. 채식은 이런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 못 하는 허술한 신념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요.

친구들은 제 생각을 이해해주려고 해요. 많이 배려해 주려고도 하고요. 아까 같은 질문을 해도, 친구들은 정말 궁금해서 질문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똑같은 질문이어도 틱틱대듯이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제 행동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거죠. 그 사람들에게 제가 채식을 강요한 것도 아닌데요.



여러 지역에서 빙어축제, 산천어 축제를 하잖아요. 이런 행사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채식하는데 산천어 축제에 갈 일이 작년 겨울에 한 번 있었어요. 가서 보니까 진짜 물고기를 죽이는 컨텐츠더라고요. 낚아서, 구워 먹고. 이런 축제들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이렇게 물고기들을 죽여서 돈을 벌 거면 저는 망해도 된다고 보거든요. 애초에 물고기들도 거기에 원래 살던 고기들도 아니고요. 다른 지역에서 끌어와서 굶겼다가 죽이는 거잖아요. 환경에도 못 할 일이고, 길게 봤을 때도 그렇게 해서 행사를 유지하는 게 과연 이익일까 싶어요.



우리나라는 식문화가 육식 중심이라서 채식을 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채식을 고민하는 분들이 채식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1명이 비건을 완벽하게 하는 것보다 100명이 비건 지향으로 나아가는 게 더 낫다’라는 말이 있어요. 비건 활동가인 전범선님도 ‘이상과 현실, 신념과 행동의 부조화를 인정할 용기가 필요하다.’라고 하셨고요. 그래서 당장 모든 걸 끊어버리려 하지 말고, 하루라도 일단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 살면서 알게 모르게 채식 식단을 꽤 많이 먹었어요. 된장찌개에 밥 비벼 먹으면 비건이거든요. 채식이라고 생풀만 뜯어먹는 게 아니랍니다.

사실 저도 한 달에 한 끼니씩은 고기를 먹어요. 채식을 시작할 때부터 ‘고기데이’를 항상 했어요. 아예 절제하는 방식으로만 가면 채식을 오래 할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제 주변 사람들을 위한 거기도 하고요. 친구들이 “이번 달 고기데이 때에는 나랑 먹자!”고 하면 저도 같이 메뉴 고르고 만나서 놀고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채식이 ‘다르지만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삶의 형태’가 아니라, 항상 뭔가를 못 하고 덜어내는 일이라서 잘 살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환경이거든요. 이런 환경에서 하는 채식은 정신적으로 힘들고 지치죠.

처음에는 왠지 제가 채식을 계속 하다 보면 채식을 과하게 제 문제로 끌고 올 것 같았어요. 예를 들면, 환경도 생각해야 할 것 같고, 동물권도 생각해야 할 것 같은. 저는 근데 그게 싫은 거예요. 마주하는 게 사실 불편하고 힘든 일이니까요. 그래서 ‘이건 단순히 식취향이다. 난 절대 깊어지지 않으리라’ 하면서 채식을 시작했는데, 해보니까 깊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동물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고요. 결국, 지금의 저는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멀리 와있더라고요. 이렇게 되지 않으려고 했는데 환경과 동물권에 민감해지는 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거리를 지나다 보면 고깃집을 진짜 많이 발견해요. 그래서 고기를 빼고 나면 식당에서 먹을 게 별로 없어 보이던데, 어떤가요?

채식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는 밖에서 뭐 먹냐?”고 물어보면 저는 “먹을 것 많아!” 이렇게 말해요. 쫄면, 감자튀김, 마라탕 다 비건으로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근데 이건 사람들한테 채식해도 안 굶는다고 말해주기 위한 거고, 솔직히 말하면 밖에 나가서 뭐 먹기가 많이 힘들어요. 채식 메뉴가 아예 없는 곳도 많고, 메뉴가 있어도 한두개라서 선택지가 없죠. 식당에 가도 하나하나 물어봐야 해요. “오므라이스에 고기나 해산물이 들어가나요?”라고 제가 물으면 서빙하시는 분이 주방에 물어봐요. 주방에서 “들어간다”고 하면 서빙 직원이 저한테 전달해주고. “아 그럼 그거 빼 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면 또 아까처럼 말을 전달하고 전달받고. 이 과정이 번거롭기도 하고, 눈치도 보여요. 어딜 가나 채식 메뉴 하나 쯤은 있었으면 좋겠어요.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메뉴가 많으면 더 좋고요. 그게 안 되면 알레르기 유발성분이라도 철저하게 표기하거나. 저야 고기가 섞여 나와도 빼고 먹으면 그만이지만, 정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어떡해요.



마지막으로 채식의 좋은 점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소화 기능이 많이 좋아졌어요. 생각하는 것도 바뀌었고요. 채식은 진짜 모르는 세상이었는데 채식을 하고 나서 시야가 많이 넓어졌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지구를 살리는 식사를 하고 있다는 게 좋아요.


(사진설명: 모자를 쓴 엄예은당원이 찻집에 앉아 머그잔을 쥔 채 카메라를 의식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다)

(1부 끝. 2부는 다음주에 업로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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