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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안전해야 모든 사람이 안전하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회원 박태식입니다.

 

차별금지법은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는 세계인권선언 1항을 우리 사회의 기초로 놓겠다는 제안입니다. 또 대한민국 헌법 10조와 11조의 실현을 통해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자는 합의입니다. 약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되어 왔던 우리의 빈약한 민주주의를 성찰하며, 모든 개인의 존엄을 바탕으로 연대와 협력의 공동체로 나가자는 다짐입니다.

 

20206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해서 21대 국회에서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법안은 괴롭힘, 성희롱, 간접차별도 차별로 인정하고, 입증책임을 전환시켜 차별을 한 사람이 차별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의무를 가지게 함으로써 차별을 당한 사람이 용기를 낼 수 있는 조항을 마련했습니다.

 

차별의 구제는 차별의 중지 재발방지를 위한 시정권고가 있고, 권고를 듣지 않으면 인권위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처벌하는 법안이 아니라 피해자를 보호하는 그야말로 보호법으로 처벌조항이 없습니다. 다만, 시정권고 이후 그에 따른 불이익 또는 보복조치가 일어날 경우 1천만 원 혹은 1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의 의미는 차별을 차별이라고 혐오를 혐오라고 부를 수 있게 되고, 차별의 역사와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차별을 차별이라고 혐오를 혐오라고 부르는 것이 이 사회에서 얼마나 큰 용기를 가져야 할 수 있는 일이었는지를 웅변하는 내용입니다.

 

많은 사람이 함께 고통 받는 코로나 시대의 교훈은 차별과 혐오는 방역이나 보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안전해야 모든 사람이 안전하다는 동어 반복의 당위성이 역설적으로 그 가치가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차별의 일상화는 차별이 뭔지 모르게 만들고, 그래서 지적을 받으면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청년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에 환호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까칠하다고 터부시 합니다. 류호정 의원에게 가해지는 무수한 혐오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되겠지요. ‘결정장애라는 표현을 아무렇게나 쓰는 근저에는 장애가 나쁘다는 편견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차별은 우리에게 일상화되어 있고 우리는 그것을 차별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에서 문제는 출발합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저항이 처음에는 상당하겠지만, 자리를 잡게 되면 차별금지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다른 예지만 국민건강보험도 출발이 순탄하지 않았었고, 직장과 지역을 통합할 때는 많은 저항이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건강보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보험급여 부분에서는 남녀노소 지위고하 등에 상관없이 동일한 진료를 보장받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깁니다. 복지의 보편성이 상식이 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무상급식의 경험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주 세력은 보수 기독교계입니다. 종교의 이름을 빌려 반공을 매개로 돈과 권력을 끌어 모으다가 반공 프레임이 먹혀들지 않으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공격으로 돈과 권력을 유지하려는 지극히 탐욕적인 집단의 논리일 뿐입니다. 교회의 기원은 유대인이나 그리스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갈라디아서 3:28)라는 포용과 환대의 선포입니다. 그러므로 복음서의 하느님 나라 공동체와 초대교회의 정신을 기억하는 오늘의 크리스천이라면 차별금지법이 제시하는 차별금지 사유의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거나 포기할 수 없습니다.

 

자신은 주류이고 언제든지 능력을 발휘하고 존중받을 수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히면 차별은 당연한 것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자신이 외국으로 한 발자국만 나가면 불편부당한 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상상도 하지 않는 좁은 시선은 상식적이지 못합니다. 자신이 그 사회의 소수자가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장애인의 인구가 보수적으로 추산했을 때 전체 인구의 5%에 해당되고, 그중 73.3%가 후천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지만(한국장애인고용공단 2020), 나는 절대 장애가 생기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확신 속에 장애인을 차별하는 행태 또한 상식적이지 못합니다.

 

제가 속한 건치 내부에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의견이 있는데, 그 근거가 극페미의 주장이라서 또 정의당의 주장이라서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법안 내용의 일부라도 내 마음에 안 들면 반대하는 행위는 세월호 참사 때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여행을 폐지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하등의 차이가 없습니다.

 

이러한 차별과 혐오가 당연하다는 것은 비판 없이 받아들인 세뇌의 결과입니다. 수영이나 노래, 달리기를 못 할 수는 있지만, 국영수를 못 하면 차별해도 된다는 인식은 학벌이 가지는 힘에 노예로 살아가겠다고 스스로 낙인을 찍는 것이고, 그러니 나보다 힘세면 굽실거리고 나보다 조금만 약하면 밟아도 된다는 천박한 인식이 싹트고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누가 그런 차별적 사고를 심어주었을까요? 당연히 교육과 언론입니다. 그리고 세뇌된 부모가 자식도 세뇌시키는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우리 스스로가 왜 노예로 살아가는지조차 살펴보지 못하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교육과 언론이 제대로 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은 당연히 제정되어야 합니다.

 

비정규직에게 생떼를 쓰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정규직 시험을 봐서 들어가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를 많이 듣습니다. 물론 IMF 이후 왜 비정규직이 급속히 늘어났고, 재벌의 요구만 받아들인 정치권이 왜 비정규직을 그대로 유지하는지 알고자 하는 사람도 많이 없고 더 언급하고 싶지도 않아서 생략하고, 한 가지 알려진 일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대전 MBC 유지은 아나운서 이야기입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간략히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유지은 아나운서는 20145월 대전 MBC에 입사한 후 줄곧 메인 뉴스를 진행하고, 매일 방송되는 대전 MBC 라디오 역시 6년째 맡고 있었습니다. 20199월 이후로 시청자들은 유 아나운서를 더 이상 만날 수 없었습니다. 가을 개편으로 뉴스데스크 대전, 세종, 충남 앵커에서 하차했기 때문입니다.

 

20196, 대전 MBC의 메인 여성 앵커였던 유지은 아나운서는 후배 아나운서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에 채용 성차별로 진정을 넣었습니다. 대전 MBC1980년대까지 정규직 아나운서로 여성과 남성을 동시에 채용하거나 번갈아가며 채용했는데, 1997년 이후 채용된 정규직 아나운서는 공교롭게도 모두 남성이었고, 계약직으로 채용한 아나운서는 모두 여성이었습니다. 그마저도 2014년부터는 여성 아나운서를 계약직도 아닌 프리랜서로 채용하기 시작했고, 2014년에 대전 MBC에 프리랜서로 처음 채용된 아나운서가 바로 유지은 아나운서였습니다.

 

유지은 아나운서는 2000년대 들어 대전 MBC에서 가장 오래 뉴스를 전한 여성 아나운서였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그가 프리랜서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프리랜서는 2년 이상 사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간제법을 피해갈 수 있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부담 없이 숙련된 인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유 아나운서는 편성제작국과 보도국 상급자로부터 업무에 대한 지휘, 감독을 받았습니다. 다른 방송국에 출연하지도 않았고 외부 활동은 회사의 통제를 받았습니다. 책상과 컴퓨터도 제공됐고 정규직과 동일한 출입증도 발급받았습니다. 다른 정규직 아나운서들이 휴가를 가면 대타를 뛰었는데 정작 재직 6년 동안 일주일 넘게 휴가를 다녀온 것은 딱 한 번이었는데 그마저 무급이었습니다.

 

인권위 진정을 넣은 뒤 유지은 아나운서에게 남은 방송은 하나밖에 없고, 함께 진정을 넣은 후배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은 제작비 절감을 이유로 진행자가 정규직 남성 아나운서로 교체됐습니다. 결국 후배 아나운서는 주 1회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다 생계유지가 어려워 다른 회사로 이직했습니다.

 

인권위는 20006월 두 아나운서가 출연하는 프로그램 횟수와 보수가 감소한 것은 인권위 진정으로 인한 불이익 처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 두 사람에게 각각 위로금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권고했지만 대전 MBC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권위는 진정 내용의 핵심인 대전 MBC가 남성은 정규직 아나운서, 여성은 계약직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채용한 것은 성차별이라고 인정한 것입니다. 인권위는 진정인들의 업무 내용 및 수행 방식은 형태만 프리랜서일 뿐 사실상 근로자로서 남성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여성 아나운서의 고용형태를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다시 프리랜서로 고용형태를 전환한 것은 여성은 나이가 들면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는 인식에서, 여성 아나운서들을 원하는 기간 동안 사용하면서도 정규직 전환의 책임을 회피하고 손쉽게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성차별적 채용 및 고용 환경을 유지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두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권고했지만 대전 MBC는 채용 성차별 관행에 대해서는 시정하겠다면서도 정규직 전환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정규직 전환 권고에 대해서는 인권위의 결정이 방송사의 업무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했다이 부분은 다툼의 소지가 명확히 존재하기 때문에 사법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MBC 16개 지역사 전체 여성 아나운서 61%가 계약직?프리랜서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여성 아나운서를 뽑은 경우는 없었습니다. 아예 기회를 박탈하고 들어갈 문조차 만들어 놓지 않았던 것입니다.

 

과연 탈레반이 저지르는 행동만 여성 혐오일까요? 한국 사회에서 흔히 경단녀로 표현되는 여성이 싱글 맘이 되는 경우 정규직으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그 여성이 양육하는 아이는 얼마나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요?

 

피우진 보훈처장이 이야기도 아실 겁니다. 여성 조종사로 헬기를 조종하던 중 유방암으로 절제 수술을 받은 후 신체 좌우 기능이 비대칭이라는 이유로 직무배제되었고, 스스로 다른 가슴도 절제해 버렸지만 신체 훼손을 이유로 강제전역 조치를 당했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과연 그 결과가 같았을까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더라면 변희수 하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본인의 성정체성을 찾은 뒤에도 군복무를 계속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얼마 전 제가 참여하는 이주노동자 진료소에 연조직 질환으로 내원한 이주노동자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환자가 오면 건강보험 유무, 여권 종류, 등록 노동자 여부 등을 물어봅니다. 그는 건강보험이 없다고 대답했고, 진료소에서 진료하기가 좀 어려워서 저희 치과로 재내원해서 치료하기로 하였습니다. 내원해서 그의 외국인등록번호를 조회하니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노동자였습니다. 그는 그때까지도 자신이 건강보험이 있는지 몰랐던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그가 동남아이주노동자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백인 영어강사가 있었다면 그도 건강보험 유무를 몰랐을까요? 저는 단호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피부색을 보는 순간 우리의 말투가 얼마나 달라지는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나와 다르면 차별해도 된다는 발상, 그것도 알아서 기는 수준의 차별은 비겁한 것입니다. 비정규직에게 시험 쳐서 당당하게 정규직으로 취업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다수가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은 나도 차별받으니 너도 차별받으라는 천박한 인식에 기초한 것입니다. 내가 왜 차별을 받는지, 그것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차별금지법이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결과가 아닌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이유들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하고, 그것이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가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두서없는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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