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의 변
모든 게 완벽한 도시 지하실에 한 아이가 묶여있습니다. 아이는 끔찍하게 학대당한 채 고통받고 있습니다. 도시 사람 누구라도 그 아이를 돕는 순간 그 도시 사람들이 누리던 완벽한 행복은 사라진다는 저주가 걸려있습니다. 도시 사람들은 고통받는 아이를 보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낙원을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이죠.
이 이야기는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란 어슐러 르 귄의 소설입니다. 결국 이 이야기의 결말은 이렇습니다. 어떤 이들은 행복을 마다하고 오멜라스를 떠나 어둠속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그들은 왜 떠났을까요. 지하실에 묶인 아이를 잊을 수가 없던 이들은 차라리 그 낙원에서 스스로를 추방함으로써 그러한 낙원의 존재에 동의할 수 없음을 선언했던 것입니다. 거짓된 낙원을 등지고 어둠속으로 들어가 그 사악한 거래로부터의 해방을 수행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에겐 가지 않는 길, 다른 곳을 지나 도달하는 통로, 저 아이가 있던 지하 감옥을 부수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저는 정당에 가입했습니다. 백남기 농민이 쓰러졌을 때 저는 당의 운영위원을 자처했습니다. 촛불을 들었을 때, 이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대선, 총선, 지선을 모두 경험하면서 저는 제가 한국의 거대양당 밖 ‘소수자 되기’를 감행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수차례 당원 행사를 열고 활동하면서 ‘바로 지금 여기서’ 제 자신의 실존 그 자체를 받아드리고 그것들을 통해 일상의 작은 혁명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상투적 정치의 수사, 권력의 환영에 젖어 획일화된 대안을 내세우기보다는 바로 지금 여기서 한걸음이라도 당원들과 함께 가자고 다짐했습니다.
4기부터 6기 지역강화TF 부위원장과 교육팀장 진보정치학교 팀장을 경험하며 무엇을 할지 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 약속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어떤 쟁점이든 노동 의제를 배제하지 않겠습니다.
둘째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평등에 대해 배제하지 않겠습니다.
셋째 녹색. 여성, 소수자, 노인 지역 풀뿌리 의제를 잊지 않겠습니다.
넷째 당원의 권한을 당직자를 선출하는 수준에만 두지 않겠습니다.
다섯째 손쉬운 자기 정당화와 업적, 자가당착에 빠져 귀를 닫지 않겠습니다.
당원 여러분, 제 자신의 수다한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의 파수꾼이 되고자 합니다. 우리 시대의 진보정당이란 무능의 수긍과 더불어 더 낮은 곳으로 향해야 할 때입니다. 당원과 주민이 직접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고장 난 제도를 손보며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인간다운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임기 시작과 동시에 정의당 성북구 위원회 월간 기관지를 매월 발행하겠습니다. 당내외 소식, 정세, 지역현안, 당원들의 소식을 성북구 월간 기관지를 통해 매월 알리겠습니다.
우리가 CMS 당비납부 서류철에만 있는 당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 시켜드리겠습니다.
비대면 언텍트 시대의 도래 속에서 그럼에도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수-발신하는 성북구 위원회 위원장이 되겠습니다.
여미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