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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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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공감 4호] 나의 삶, 나의 생각 - 거시기해서 다들 고마웠네
거시기해서 다들 고마웠네
 


장종수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연맹 전북본부장
 
2018년-2019년 4월 2일, 전면 파업 185일! 집단 단식 농성 27일!
LG를 상대로 노조할 권리를 위해 싸우는 동료들을 묵묵히 지키며 힘이 되어준 민주노총 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장종수 전북본부장
긴 시간 전북의 노조 활동을 이끌어 온 그의 따뜻한 생각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본다.

 

살아오면서 누구나 인생의 굴곡을 한번쯤은 느껴보았을 것이다. 때로는 즐거움으로 때론 슬픔과 고통으로.... 그리고 그 굴곡득은 세월이 흐른 후에는 아련한 추억이 되어 가슴 한켠에 둥지를 틀고 잠들어 있다가 고비고비마다 꺠어나 울림을 줄 것이다. 그래서 우린 그것을 인생이라 표한하는지도 모르겠다. 

내 깜냥에는 노동운동을 한다면서 살아온 시간인데 돌이켜보니 내가 참 "이기적인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 일이지만 내 가족에게는 내 삶의 일부가 되어주길 무언의 강요로 구속해온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언제나 곁에서 내 편이 되어준 가족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러고보니 참으로 많은 일이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일어났던 것 같다. 때로는 승리의 함성으로 막걸리 잔을 들게 하였고, 때로는 참담한 패배의 서러움으로 쥐구멍을 찾게 하기도 했고.... 언젠가 폐업한 회사의 조합원을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적 있다. 그 친구에게 정말 미안하기도 하고 그떄의 그 결정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라는 질문을 나 스스로 던져보았는데 오늘 이 순간까지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매 순간 투쟁이라는 것을 해오면서 힘들고 지치는 경우는 있었어도 두려운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는데 이번 남원의 한국음료 파업 투쟁을 하면서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주변에서 단식 투쟁을 한다고 하면 나는 언제나 "바보같이 왜 밥을 굶냐, 잘 먹고 더 힘내서 싸워야지"라고 말했었는데 이번 투쟁을 겪으면서 단식하는 동지들이 왜 목숨을 담보로 하는 단식까지 해야하는지 이제는 감히 조금은 일 것 같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또 하는 일이 옳은 일인데도 거대한 자본 앞에서 속절없이 항복하는 길 이외에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과연 노동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가?

신념을 버리기 전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이런 극단적인 방법 외에는 우리사회에 아직 다른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처절하게 느낀 순간 그동안 내가 노동운동을 빙자하여 너무 겉멋만 부리며 살아온게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전면 파업 185일! 무기한 단식농성 27일!

한국음료의 파업 일지이다. 
단식하는 동지들 곁에서 나는 아침이 밝아 오는게 너무도 두려웠고 매일 아침 하루를 시작하는게 너무도 무서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일 아침 단식하는 동지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찌어찌하여 노·사 합의로 단식이 마무리되고 정리하는 순간 합의 사항들이 한없이 부족했을텐데도 서로에게 하염없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조합원을 보며 우리 사는 세상에 더는 노동자가 밥 굶지 않고 굴뚝으로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 좀 왔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희망을 빌어 본다. 

화섬전북이라는 노조명 앞에 감히 한 잔 술을 올리며 넋두리 해 본다. 
나 혼자 걸어온 길이 아니라 동지들과 함께 걸어온 길이라서 행복했고 동지들과 함께해서 극복할 수 있었으며 동지들과 함께 가는 길이기에 새로운 희망을 품어봅니다. 머지않은 시간에 오늘처럼 벚꽃이 만개하는 날 스치듯 다가와 소주 한 잔에 추억을 논하는 여유로움이 우리에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거시기헌디~ 참으로 거시기해서 다들 고마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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