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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책위원장 칼럼]어느 도시철도 기관사의 자살.

어느 도시철도 기관사의 자살.

- 정책위원장 최용-



지난 4월 8일 서울도시철도 기관사 한 분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다가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서울도시철도 기관사가 자살로 돌아가신 경우는 2003년 이후 9번째로 2014년 9월 이후 1년 반만에 발생한 이번 사건으로 다시 기관사들의 죽음의 행렬이 시작된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기관사들의 우울증, 공황장애에 의한 자살 사고는 유독 5,6,7,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에서만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1,2,3,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5,6,7,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의 차이를 살펴보면 서울지하철은 기관사와 차장이 동승하는 2인 승무제를 실시하고 있고, 서울도시철도는 기관사만 탑승하는 1인승무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통계에 따르면 서울지하철은 지상구간을 상당 수 포함하고 있어 평균운행 깊이가 13.7m로 나타나고 있는데 반해 서울도시철도는 지상구간이 전무하고 평균운행 깊이가 22.6m로 서울지하철보다 10m 가까이 더 깊은 지하에서 3시간 남짓 혼자서 열차를 책임지고 운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2인승무와 1인승무의 차이, 지하구간만을 운영하는 근무환경이 도시철도에서 유독 정신질환에 의한 자살사고가 많이 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2012년 3월 이재민 기관사 자살 이후 서울시가 교통·안전·보건 전문가들로 구성한 최적근무위원회는 기관사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도시철도 기관사 사망사건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고 다음의 몇가지 권고를 한 바가 있습니다.
원인으로는 △근무요인으로서 복잡하고 불규칙한 교번근무제(운행에 따른 근무시간 변동) △직무스트레스를 극대화하는 1인승무 방식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부실, 보건관리인력의 절대 부족 △환경적 요인으로서 지하근무의 특수한 조건에 따른 영향등을 지적했습니다.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권고 사항으로는 △2인승무제 도입(조건별) △정신건강증진과 질환예방을 위한 체계 도입 △교대제 개선 △억압적이고 성과 중심의 조직문화(기관사 직급제) 개선등을 권고한 바 있고 서울시와 도시철도공사는 이를 바탕으로 ‘기관사 근무환경 종합대책(안)’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개선권고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지켜지고 있는 부분은 많지 않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2인승무 관련해서는 2015년 3개월의 기간을 두고 7호선에서 시범운영을 했으나 서울시는 기관사들의 2인승무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것과 부산, 대구등 1인승무로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곳에서 자살사고가 나지 않기 때문에 승무여건과 자살사고의 인과 관계가 높지 않다는 이유로 사실상 2인승무 전환을 폐기했습니다.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당시 시범운영에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계약직 노동자들을 투입했을 뿐 아니라 부산과 대구와 서울도시철도의 혼잡도, 차량크기등을 고려하지 않은 방안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신건강 관련해서는 심리상담,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등을 확대하고는 있으나 이번 자살 사건의 경우 돌아가신 기관사분이 이미 정신질환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응이 늦어지면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애초 최적근무위원회 권고처럼 정신질환을 호소할 경우 근무투입 자체를 금지하는 근본적인 처방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난 10여년간 유독 서울도시철도 기관사들의 자살이 많았던 원인, 또한 개선권고까지 냈음에도 자살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근간에는 ‘효율화’만을 중시하는 서울시와 도시철도 공사의 행정에 그 원인이 있지 않나 고민해봅니다. 안전과 생명보다는 ‘효율적’ 운영, ‘효율적’ 인력관리에만 방점을 둔 결과가 이런 비극적인 결과를 불러온 것 아닐까요.
 
세금으로 움직이는 공공기관이 시민들의 돈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도록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효율화’라는 말이 ‘안전’, ‘생명’과 배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효율화가 안전·생명과 배치될 때 국가, 공공기관의 선택은 안전·생명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도 하루 270여만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서울도시철도(2014년 기준, 서울통계)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정의당서울시당은 서울시 최적근무위원회의 권고사항과 서울시와 도시철도공사의 이행실태를 꼼꼼하게 점검해보겠습니다. 점검을 통해 서울시와 도시철도공사의 행정이 안전과 생명을 중시하는 행정이 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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