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노동위원회, '구의역사고 1주기, 산재예방과 처벌강화로 산재 없는 안전한 일터 만들어야'
[논평] 노동위원회, '구의역사고 1주기, 산재예방과 처벌강화로 산재 없는 안전한 일터 만들어야'
 
오는 28일은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목숨을 잃은 청년노동자 죽음이 있는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사고현장에서 발견된 고인의 공구가방과 허기를 달래던 컵라면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사고 이후 위험의 외주화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재발방지에 대한 후속 대책이 논의됐다. 구의역 사고 1년 후, 일하다가 죽을 수도 있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지는 한국사회의 노동일터는 조금이나마 변했을까.
 
사고가 난 사업장은 1년 전 보다 증원된 인원으로 2인 1조 작업이 가능해졌으나 무기계약직 형태로 고용된 노동자들은 아직도 임금차별과 높은 노동강도를 감내하고 있다. 불과 며칠전에는 노후장비와 무리한 공사일정, 안전검사 미비로 아파트 공사현장 타워크레인이 전도되어 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노동절에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크레인 충돌로 사내하청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메탄올 중독으로 청년노동자들이 실명하고, 인천공항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감전 사고를 당하고, LG유플러스 현장실습 노동자는 실적압박으로 자살했다. 오늘도 일하는 곳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다치고 죽어나간다. 노동자들에게 일터는 생사가 갈리는 전쟁터가 되었다.
 
2015년 고용노동부 산재 발생현황을 보면 한국은 하루 평균 250여명의 노동자가 재해를 당하고, 5명의 노동자가 죽는 OECD 최악의 산재국가이다. 산재사망 만인률(노동자 1만명당 사망자 비율)은 일본·독일의 4배, 영국의 14배에 이른다. 일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장에서 은폐된 산재는 정부 통계의 13~30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취약 노동계층을 중심으로 산업재해가 증가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달 내놓은 ‘2015년 원·하청 산업재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하청노동자의 사고사망 만인률이 0.21명으로 원청노동자(0.05명)보다 4배나 높다. 일자리 양극화와 위험의 외주화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더욱 더 사지로 내몰고 있다.
 
생명·안전관리 업무의 무분별한 외주화와 도급화는 최근 산업안전의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 감정노동, 직장 내 괴롭힘 등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은 매년 10만명 규모로 진행되고 있으나 사전 교육과 투입 후 관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매년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IMF사태를 기점으로 한국 노동시장은 공공과 민간부문을 가리지 않고 이윤추구, 비용절감을 이유로 한 노동유연화, 효율성 만능주의로 점철됐다. 공공성은 무너지고, 위험업무에 대한 하청 떠넘기기, 법적 책임회피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균열일터화가 계속된다면 한국 노동시장은 아래로부터 급격하게 망하는 일만 남았다. 새로운 노동정책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지난 4월 ‘한국판 기업살인법’인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이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기업의 안전관리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때에는 경영자와 기업에게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것이 입법취지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 등의 사업주 및 경영자에게 △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소유·운영, 관리하는 경우, 사업장 및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노동자 등 모든 사람에 대한 위험방지의무 △ 사업장에서 취급하거나 생산·판매·유통 중인 원료나 제조물로 인해 시민·노동자 등 모든 사람이 위해를 입지 않도록 할 위험방지의무를 부과한다. 사업주 및 경영자가 이러한 의무를 어겨 사람이 죽거나, 상해를 입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기업에도 벌금형을 부과하며, 만약 경영자가 명시적·묵시적으로 위험 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도록 지시한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해당 기업의 전년도 수입액의 1/10의 범위 내에서 벌금을 가중하도록 했다.
 
제2, 제3의 구의역 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에 대한 국회의 신속한 입법과 함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 요구 된다.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으로 모든 비정규직의 채용을 금지하고, 한시적인 업무나 계절적 업무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만 비정규직 채용이 가능해야 한다. 무분별한 묻지마 간접고용을 규제하고, 불법파견 근절, 외주화 도급금지로 고용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계속되는 죽음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다. 정의당은 현장의 노동자들과 함께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2017년 5월 26일
정의당 노동위원회 (위원장 양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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