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정책미래내각 생태에너지부, 전력요금체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논평] 정책미래내각 생태에너지부, 전력요금체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전례 없는 폭염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수준에 달하는 폭염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정부의 폭염대책은 전무했다. 대다수 국민은 냉방기를 가동해 폭염을 피하거나 그렇지 못한 경우는 땀흘리며 고통을 견뎌내고 있다. 올 여름철 폭염으로 냉방수요가 급증하면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시민의 불만과 개선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80%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용이나 일반용에는 적용하지 않는 누진요금을 주택용에만 적용하는 것은 형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산업용 전력사용량 중 50%에 달하는 대기업이 주로 쓰고 있는 경부하 산업용 전기는 턱없이 싼 특혜요금으로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6단계의 누진구간과 11.7배의 누진율은 지나치게 많고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기업 한전이 2015년 순이익 13조를 내고 배당잔치를 했다는 것이 시민들의 분노에 더욱 기름을 부었다.

공기업 한전은 전기를 팔아 엄청난 이익을 내고 배당잔치를 벌이고, 대기업들은 싼 전기를 쓰면서 연간 수천억 원의 할인혜택을 받는데, 일반 국민은 여름철에 에어컨 누진요금으로 엄청난 사용료를 지불하니 매우 불평등한 것은 분명하다.
 
수년째 여름철에 반복되고 있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한 고통을 해결해 달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정부는 그동안 오락가락하며 뒷짐 지고 있었다. 지난 8월 9일 산업통상자원부 채희봉 에너지자원실장은 “여름철 전력대란 위기 상황 속에서 여름철 전력수요를 낮추려면 누진제가 필요하다”, “주택용 요금은 지금도 원가이하이다’며 누진제를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올 여름 전력수급 비상상황에 대비한 어떠한 대책도 없다가 8월 8일 전력예비율이 한자리수로 떨어진 다음날 9일 ‘참고 견뎌라’며 절전을 강요했다.

폭염으로 분출한 ‘누진제 완화하라’는 국민의 분노에 ‘부자감세’라 할 수 없다는 황당한 말로 버티던 정부는 성난 민심에 밀려 급기야 8월 11일 긴급 당정협의회를 열어 7~9월 한시적인 누진제 인하 조치를 발표했다.

폭염으로 분출한 불합리한 누진제 요금에 대한 시민의 분노와 요구는 정당하다. 수많은 국민들이 폭염으로 겪는 신체적 고통, 경제적 부담을 국민안전과 민생대책 차원에서 덜 수 있는 이번 정부대책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폭염에 따른 일시적인 민생대책이지 전력요금체계 개선의 첫발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둔다. 불합리한 전력요금체계를 공정하고 형평하게 개혁해야 하는 중장기 과제는 지금부터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정부가 손 놓고 있었던 전력수급 비상상황에 대비한 수요관리 대책을 7~9월 한시적인 누진요금 완화조치에 상응하게 시급하게 내놓아야 한다. (8월 5일 국회에서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전력수요 관리를 위해 현재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여름철 전력대책에서 지금까지 반복되어 온 정부의 무책임하고 일관성 없는 태도가 전력대란의 위기와 시민의 고통을 키운 점에 대해서 분명한 사과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난 2011년 전력대란 이후 비정상적인 전력요금의 정상화를 통한 전기화 현상 완화 대책,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불평등한 교차보조제도의 개선, 하계 및 동계 피크전력 수요관리 대책 등을 마련하라는 국회와 시민의 요구에 정부는 지금까지 임기응변으로 대응하거나 무대책으로 일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13년에는 새누리당과 정부가 당정협의를 통해 졸속적인 누진제 3단계 안을 내놓았다가 비판을 받고 부랴부랴 철회를 한 바 있다. 2013년 원전비리로 야기된 여름철 전력대란 위기를 국민들에게 전가하여 대다수 국민은 생땀을 흘리며 절전을 해야 했고, 전력다소비업체 의무감축 등으로 전력 718만kw를 절전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정부는 성과를 내고 있는 수요관리를 포기하고 불쑥 여름철 전력요금 할인제도를 시행하여 전력수요를 부추겼다. 그리고 올해는 한 달이 넘도록 폭염대책에 손 놓고 있다가 뒤늦게 전력대란 위기라며 ‘절전’을 강요하며 ‘누진제 못 바꾼다’고 맞섰다. 이처럼 전력당국은 종잡을 수 없이 오락가락하며 무능과 무책임을 반복해서 드러내고 있다. 전력마피아의 이익을 쫒거나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 제대로 된 전력대책이 나올 수 없다. 전력요금 체계 개편을 기회로 제대로 된 전력정책의 대전환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정의당은 시민들이 폭염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여름철 주택용 전력요금 누진제 문제와 전력요금의 형평성에 대한 이의제기를 정당하게 받아들이며 그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말씀드린다.
 
누진제도의 불합리함을 찾아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공론의 장을 만들고 원칙과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여름철에 뜨겁게 들끓다 식어버리는 쟁점으로 반복되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전력요금 체계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금은 기후변화 위기와 에너지 위기 앞에서 지구온난화 및 미세먼지 문제, 원자력 위험성에 대응한 지속가능한 전력정책, 에너지 공공성 확립, 형평한 전력요금 체계, 원가를 반영한 전력요금의 정상화, 시민의 에너지권리와 에너지 복지 등을 고려한 근본적인 전력정책의 대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정의당은 정책미래내각인 생태 에너지부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위기,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면서 보편적인 시민의 에너지권리가 실현되는 방향으로 누진제 개선을 포함한 정의로운 전력요금 체계 개혁에 앞장서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현행 누진제가 갖고 있는 누진 구간과 누진율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되 절전을 이끌어 온 누진제의 순기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강구할 것이다. 일부 정치권에서 충분한 검토없이 내놓고 있는 ‘누진율 1.4배 또는 2배’ 등으로 완화하는 법안이 자칫 누진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어 대단히 우려스럽다. 전력정책과 요금체계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 없이 단기적인 성과와 대중인기에 영합하는 포플리즘적인 정책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누진제 완화가 전기요금 인하라는 공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진제 완화가 전력소비를 부추기고 전기를 많이 쓴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논의와 설계가 필요하다.

전력수요 증가는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 증설로 이어지고, 낡은 공급위주의 전력정책을 온존시켜 재생에너지와 수요관리 위주의 에너지정책 전환을 어렵게 만든다. 에어컨을 돌리면 냉방공간은 시원해지지만 그만큼의 열이 밖으로 나가 지구를 뜨겁게 만들고 더 많은 전력으로 더 많은 냉방을 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의로운 전력요금체계 개혁의 원칙과 방향

첫째. 산업용 전력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
 
한국의 전력소비 증가율은 OECD국가 중에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력요금은 OECD국가 평균(2014년 기준)으로 주택용은 58%, 산업용은 74% 수준으로 값이 싸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급속히 하락하는 반면에 전력소비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력소비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은 전력소비량의 55%를 차지하고 있는 값싼 산업용 전력요금에 있다. 특히 산업용 전력수요의 50%가 몰려 있는 경부하요금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산업용 전력 원가 절반수준의 낮은 요금으로 산업용 전력화를 부추기는 큰 요인이다.
 
시간대별 전력요금제가 전력피크를 분산시킨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헐값 전기를 펑펑 쓰도록 하는 제도로 변질되어 가격구조를 왜곡시키고 있는 낮은 경부하요금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경부하요금은 대부분 대기업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부족분은 한전의 적자로 귀결되거나 경부하요금을 사용하지 않는 중소기업들이 쓰는 최대부하 시간대에 반영되어 대기업 할인요금을 중소기업이 부담하는 셈이다. 실제 경부하 요금 이용 상위 포스코, 현대제철,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엘지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은 연간 수천억원대의 전기요금을 절감했다. 경부하 요금은 원가수준으로 올리고, 대기업의 동,하계 피크시간대에 최대피크요금제를 적용, 수요관리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택용에만 누진제를 적용해서 절전을 국민에게 맡겨 왔다면, 이제 대규모 전력량을 소비하는 전력다소비업체로부터 절전과 수요관리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
 
산업용, 일반용 전력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한 반면에 가정용 전력수요가 크게 늘지 않은 것은 절전효과를 가져온 누진제의 순기능이었다. 그동안 누진제가 산업용 전기요금의 교차보조와 수요관리 역할을 한 것이다. 정부는 시민에게 절전을 강요하기 이전에 산업의 전력화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산업용 전력요금의 정상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것이 비뚤어지고 기울어진 전력요금체계를 바로잡는 첫 출발이며 누진제 개선의 동력이 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둘째, 누진제가 갖는 ‘전력수요 감축’의 가격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누진제가 지난 70년대 석유파동 때 설계되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요소를 개선하되 전력수요 감축의 순기능을 살려야 한다. 사회갈등과 환경오염을 수반하는 중앙집중형 발전, 장거리 송전망으로 얻는 전기는 많이 쓸수록 더 많은 요금을 내는 것이 타당하다. 누진제의 문제로 누진단계가 너무 많고 누진율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1단계가 kwh당 60.7원으로 지나치게 낮게 설계되어 있어 누진율의 격차가 11.7배까지 난다. 지나친 누진율 격차를 낮추기 위해서는 전력요금 누진단계와 누진율을 원가에 기반해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비가 적은 1~2단계를 원가 수준으로 부과하고, 원가 이상으로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가구에는 누진율을 적용한 비싼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 모든 가구에 대해 원가에 기반한 사용량을 근거로 재설계함으로써 누진율을 적용하는 근거가 분명하고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1~2인가구의 증가로 할인혜택이 소득이 많은 1~2인 가구에 집중되는 문제, 가족 수가 많은 저소득층이 누진제 할인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 등을 공정하게 해결하는 길이기도 하다. (소득분위 1~10분위 가구당 전력사용량은 250~350kw에 고루 분포)
 
셋째, 에너지복지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
 
가정용 누진제가 저렴한 전력요금으로 저소득층을 보호한다는 당초 취지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많다. 1단계를 쓰는 수용자가 저소득층 가구보다는 1~2인 가구가 많고 가족이 많은 저소득층 가구는 전력사용량이 많아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제 에너지 빈곤층 및 저소득층을 위한 할인 및 지원책은 정부의 독립적인 에너지복지정책을 통해 강화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에너지빈곤층은 전체 가구의 10%에 이른다. 에너지 빈곤층은 월평균 국민소득의 40% 수준으로 소득대비 연료비 지출이 5~10%에 이른다.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에너지 사용권리를 에너지복지 개념으로 정립하고 이를 법과 제도로서 보장해야 한다. 현행 누진제에서 할인제도를 폐지하고, 에너지복지체계와 지원방안을 새롭게 짜야 한다. 현행 에너지바우처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 전력사용량이 가족수가 많을수록 커지고 있어 대가족 및 다자녀가구에 대한 지원책을 포함하여 에너지복지정책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넷째, 전력산업기반기금을 개혁해야 한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기요금에서 3.7%를 의무적으로 부담하여 조성되는 기금이다. 시민이 내는 전기요금에 부과하여 내는 준조세이니만큼 시민의 에너지 공공성을 위해 쓰여야 한다.
이 기금이 저소득층 전력요금 지원까지 포함해서 에너지복지체계 확립과 확대를 위한 재정기반이 되어야 한다.

또한 전력기금은 여름철 피크전력을 충당할 수 있는 가정 및 마을 단위의 소규모 태양광발전소 보급사업을 지원해야 한다. 여름철 피크전력을 위해 핵발전소, 화력발전소를 증설하는 대신 주택용 태양광발전을 전 국민에게 보급하는 것이 기후위기, 에너지위기, 핵사고 위기 등에 대한 에너지 대안이다.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발전차액지원을 부활하고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재원을 충당해야 한다. 교육용 전기요금을 낮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 학교의 절전 및 건물에너지효율화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해 전력기금을 쓸 수 있어야 한다. 시민에게 준조세로 걷어서 원자력홍보에 쓰고, 민간금융기관에 특혜 주고, 여유자금이 남아도는 기금을 제대로 개혁해서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력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
 
연료비 연동은 물론이거니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발생하는 사회, 환경적 비용을 원가에 반영한 정직한 요금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핵발전과 화력발전은 핵사고 및 방사능오염, 원전해체 및 핵폐기물 처리비용, 온실가스 감축비용, 미세먼지 처리비용, 발전소 및 송배전망 건설을 둘러싼 사회갈등 비용 등이 정당한 가격으로 반영되어 있지 않으며 연료에 매기는 연료세도 부과되어 있지 않다. 결국 사회갈등 및 환경오염 비용을 정당하게 치루지 않아 값싼 요금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싼 전력요금이 유지되는 한 전력소비 증가를 막을 길이 없다. 그마나 주택용 누진제가 가정에서 시민들의 절전 노력으로 전력소비 증가율을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 환경, 사회적 비용은 미래세대가 살 수 있는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 반드시 치러야 하는 비용이다.
 
정의당은 이러한 원칙과 방향을 가지고 국민여러분과 관련 전문가 그리고 정치권과 함께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의로운 전력요금체계를 만들어 갈 것이다. 국회 내 ‘전력요금체계 개혁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2016년 8월 12일
정의당 미래정책내각 생태에너지부(본부장 김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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