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노동위원회, 산별노조 근간을 무너뜨리는조직형태변경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규탄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9일 ‘산별노조 산하 지부·분회가 상급단체의 위임 없이도 자유롭게 조직형태를 기업별노조로 바꿀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는 노동조합으로서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 지부·분회에 대해서까지 조직형태변경 권한을 인정하는 것으로 산별노조의 존립근거를 뒤흔드는 판결이라 할 것이다. 산별노조는 기업과 직종, 취업자와 실업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고용조건의 차이와 관계없이 가장 큰 규모로 노동자들의 힘을 하나로 결집시킴으로서 노동시장에서 노동력 공급의 결정적인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조직형태이다. 이러한 강력한 교섭권과 조직력을 기반으로 고용조건과 임금조건 등 노동자들의 경제적 문제를 개선하고 실질적인 경영참가권을 확보해 노동정책, 경제정책, 사회정책 영역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산별노조는 민주적이고, 인간적인 ‘노동 있는 민주주의 사회’를 형성하는데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된다.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압도적인 비율로 산별노조 형태로 노조가 조직되어 있다.
이에 반해 기업별노조는 개별기업에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만을 대상하는 조직형태임에 따라 개별 사업장 현안에 매몰되어 정리해고나 대량실업 문제 등 거시적 노동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운, 가장 열악한 형태의 조직형태이다. 1980년 전두환 정권은 아예 노동법을 개정해 기업별노조 이외에는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인 탄압을 가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노동법 제정 당시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조직형태변경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인해 산별노조 해체가 촉발되고, 기업별노조로 역주행 하게 됨에 따라 노동조합의 단결력과 교섭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노동3권을 보장받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뿐만 아니라 이번 판결로 사측은 노조 탄압 수단이 된 복수노조 제도 활용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기업에 우호적인 기업별노조로의 전환을 획책하는 방식으로 부당노동행위가 급증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수의견(파기환송)을 낸 8명의 대법관과 달리 소수의견(상고기각)을 낸 5명의 대법관들은 “사용자가 대립관계에 있는 산별노조를 축출하고, 우호적인 기업노조 설립을 유도하고자 조직형태변경을 통해 기업노조로 전환하는 것을 은밀하게 지원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함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며 노동현장에서의 악용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대법원은 사법 정의의 최후의 보루이다. 헌법과 노동법에 따라 노동3권을 더욱 보장해도 부족한 우리 노동현실에서 기업별노조로의 후퇴와 노동3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이번 후진적 판결은 수용하기 어렵다. 파기환송심에서라도 사법부의 정당한 판결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6년 2월 23일
정의당 노동위원회(위원장 이홍우,양성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