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언론개혁기획단, 응답하라 1978? 또 다시 꿈틀거리는 경찰의 공안본능을 경계한다.
- 보안수사대의 CBS 취재원 신원정보 요구에 관하여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서 우리는 백남기씨에 대한 경찰의 살인적 행각을 목격했다. 살수차는 그날 수많은 시민들을 조준사격했고, 급박한 상황에서만 허가된 직사에 대한 규칙도 어겼다. 물대포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백씨에게 20초 동안이나 물을 퍼부은 것은 물론이고, 백씨를 도우러 달려온 이들에게도 물대포를 쏴댔다.
수많은 시민들의 눈과 독립 언론들이 현장을 목격했고,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경찰은 책임이 없다며 발뺌하고 있다. 과잉진압논란을 희석시켜보겠다며 기자들을 초청해서 열었던 물대포 시연행사마저도, 시위에서 했던 것과 똑같이 해보라는 주문에 ‘물이 없다’는 둥의 빈약하기 그지없는 핑계를 대며 비웃음을 자초했다.
그리고 이제는 초헌법적인 공안몰이를 통해 국면을 타개하려는 복고풍 전술을 펴기 위해 참으로 재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지난 17일 CBS라디오의 한 시사프로에서는 당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현장에서 백회장을 도왔던 A씨를 섭외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런데 서울지방경찰청보안수사대 소속 김모 경위가 방송국에 전화를 해, 대뜸 '방송국으로 찾아가겠다, A씨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 "일베 같은 사람들이 계속 연락해 A씨를 조사하라고 한다", "그 사람이 진짜 목격자가 맞는지 확인 해야겠다"는 등의 말을 하며 제작진에게 A씨의 신상을 요구했다.
경찰은 시위진압과정에서도 KBS를 비롯한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외신기자들에게도 물대포를 쏘아 정당한 취재를 방해하고, 언론인들에게 폭력을 가했다. 언론의 자유와 취재원 보호의 원칙을 무시하고, 제 편할 대로 취재원의 신상을 넘기라며 진상을 피우는 행위는 기시감을 일으킨다. 이는 언론을 여론형성과 공론의 장이 아니라 정권의 편리한 도구쯤으로 생각하는 박근혜 정부의 행태와 잘 맞아떨어진다.
방첩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보안수사대가 이번 민중총궐기를 공안사건으로 엮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일베를 비롯한 신뢰성도 없고 공신력도 없는 극우집단들의 ‘지도’까지 받고 있다는 부끄러운 사실을 자백한 것이다.
이 소식을 2015년이 다 끝나가는 이때에 듣게 된 국민들은 당혹스러울 뿐이다. 국정운영에 잡음이 생기면, 없는 간첩도 만들어서 공안몰이를 했던 과거 군사정권의 망령이 아직도 구천을 떠돌며 한국사회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 ‘공안’을 정권유지의 곶감쯤으로 착각하는 정권의 구태는 정치적으로도, 심지어 공공의 안전을 지키는 데에도 너무나도 낡았다.
정의당은 경찰의 초헌법적 공안몰이 뿐만 아니라, 지난 총궐기에서의 경찰의 만행을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다. 또 향후에도 이런 헌법파괴적 행위가 벌어지는지 주시할 것이다.
2015년 11월 18일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 (단장 추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