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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남 의원의 자원외교 시즌 2 ]
1. 부실 자원외교 사업에 혈세 또 붓는다 (광물자원공사/석유공사, 내년 예산 요구 실태)
2. 광물자원공사 볼레오 동광사업, 사실상 도산 (광물자원공사, 회계감사 보고서 공개)
3. 돈먹는 하마 암바토비, 수년간 적자 보전해 줘야 (광물자원공사, 운영사 대출금 한해 1,270억원 대납)
4. 하베스트 매각 자문보고서, 한 쪽에 5억 원 (석유공사, 하베스트 부실 인수 혈세 낭비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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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베스트 매각 자문보고서, 한 쪽에 5억 원
- 140억원 짜리 자문보고서, 30페이지 PPT가 전부 -
- 하베스트社 매각 이외 대안 없는 상황에서 고액 인수 확인 -
- 인수 포기한 강영원 사장, 최경환 장관 만나고 입장 돌변 확인 -
석유공사가 하베스트 인수 당시 부담한 매각사측 자문보고서가 1페이지 당 4.6억원 짜리인 30페이지 PPT가 전부인 걸로 확인되는 등 하베스트 부실 인수에 따른 혈세 낭비와 자금 유용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제남 의원(정의당,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이 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하베스트 매각 자문 보고서(TD Securities 작성)’를 검토한 바에 따르면, 이 자문 보고서는 겨우 30페이지 짜리 PPT 보고서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공사는 2009년 10월 21일 하베스트사를 인수(계약체결)하면서 당시 하베스트 측 매각자문사인 캐나다TD Securities사의 자문비용인 1,264만불(140억원 가량)을 부담하기로 합의한 바 있으며, 2010년 1월 12일에TD Securities가 이 금액을 청구하자 석유공사는 2월 3일에 이 자문료를 지급한 바 있다.
이 140억원짜리 매각 자문계약은 석유공사와 하베스트사의 최종 협상일인 2009년 10월 20일에 체결되었고,자문 개시 시점을 7월 28일로 소급하여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하여 지난 국정조사 당시에 이 자금 행방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참고 : 2015.03.18. 김제남의원 보도자료 ‘석유공사의 ‘수상한’ 하베스트 매매 자문료‘)
2009년 10월 14일에 작성된 이 자문보고서를 직접 확인해 보니, 석유공사의 매입 제안가 평가에 해당하는 내용은 고작 5페이지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공사의 입장에서 보면 1페이지 당 28억원을 지급한 꼴이다.
○ 매각 이외에 대안 없던 하베스트사, 석유공사가 웃돈주며 매입한 이유는?
이 보고서는 석유공사의 매입 제안에 대한 평가 이외에 별도의 대안으로 회사 분할을 통한 경영(Business Split), 현상유지(Status Quo) 등 총 3가지 방안을 평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다른 방안에 비해 석유공사에 매각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만약 석유공사가 매입을 서두르지 않았다면 ‘글로벌 호구’로 전락하지 않을 수도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우선 이 보고서는 석유공사가 9월 23일에 제안한 2,850백만불 매각 대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보고서는 석유공사가 제안한 총액이 적정하고, 이 중 상류자산(유전)에 대한 가격은 적정, 하류자산에 대해서는 중립,거래 집행 가능성은 적정 혹은 중립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다만 너무 빨리 매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단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자문보고서는 매각 대신에 서스캐처원 주에 위치한 자산을 매각하여 그 매각 자금을 기반으로 하베스트사를 분할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분할로 신설되는 회사가 저평가될 가능성이 크고, 신주발행에 대한 부담, 전환사채 소유자의 소송위험 등을 위험요소로 평가하며 석유공사에 매각하는 방안보다 좋지 않은 방안으로 평가했다.
또 다른 방안인 현상 유지 역시 상류자산(유전) 가치의 정상화(unlock)를 위한 회사분할의 불가피성, 부채 감축과 차입계약 갱신, 이윤하락 등 해결해야 할 산적한 문제로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즉, 이 자문보고서에 따르면 하베스트 측은 석유공사에 자산을 매각하지 않으면 상류(유전)와 하류(정유회사, NARL)를 분할하는 방법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하베스트 측은 10월 14일 이사회에서 석유공사의 상류자산(유전인수) 제안을 부결시키고 연이어 16일에 수정제안(정유회사 인수 포함) 마저 부결시키며 석유공사를 압박한다.
김제남 의원이 제출받은 강영원 전 사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강영원 사장은 10월 16일 하베스트 이사회가 석유공사의 수정제안 마저 부결시키자 하베스트 인수를 포기하고 귀국길에 오른다. 또한 강영원 전 사장은 하베스트 측의 일방적 합의 파기에 대해 항의 메일을 발송하고 인수팀의 철수를 추진한다.
그러나 김제남 의원이 확인한 감사원 조서에 따르면, 강영원 사장이 귀국 중이던 10월 18일 지식경제부 담당 과장으로부터 귀국 즉시 장관실로 오라는 지시를 받고, 최경환 장관 및 김영학 차관(현 무역보험공사 사장)을 30분 전후 면담을 하고 나와 돌연 입장을 바꾸어 하베스트 매입을 지시하고, 단 3일 만에 일사천리로 하베스트 매입을 마무리한다.
하베스트 매입가격은 40%대의 프리미엄을 얹어 주당 $10로 결정되었으며, 여기에 더해 하베스트 측의 매각자문사인 TD Securities 자문료 140억원마저도 석유공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합의한 것이다.
한편 TD Securities는 석유공사가 2009년 2월에 글로벌 M&A 추진을 개시할 당시 주자문사 후보로서 제안서를 제출하여 서류 평가에서는 최고점(독보적인 9.77점)을 받았지만, 비계량 평가에서는 당시 김형찬 상무가 근무하고 있던 메릴린치에 밀려 석유공사의 자문사로 선정되지 못한 경험이 있다.
김제남 의원은 “석유공사가 하베스트 매각 자문사인 TD Securities에 매각 자문료 140억원을 지급한 것도 황당한 일이지만, 그런 자문보고서가 불과 30페이지짜리 PPT 보고서에 불과하다는 것은 하베스트 인수계약이 과연 상식적인 것이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이 하베스트 매입을 포기하고도, 최경환 장관을 만난 직후 돌연 하베스트 매입에 급하게 나선 정황은 최경환 장관의 명시적, 묵시적 매입 지시가 있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