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여성의 빈곤을 가속화시키는 시간제일자리 후속대책 중단하라
기획재정부는 2013년 11월 발표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추진계획]을 점검한 결과를 토대로 지난주 10월 15일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후속·보완대책] 발표를 하였다.
이번 후속대책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공공부문과 민간부분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확산한다는 기본 계획을 좀 더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범부처적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발굴하고 창출하겠다는 것. 둘째, 기존 전일제 일자리를 시간제로 전환함으로써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 셋째, 시간제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개선방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후속대책은 이미 박근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정부 1년간 만들어진 시간제 일자리에 취직한 사람은 경력단절 여성보다는 첫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과 중장년층에게 쏠려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또한 민간기업에서의 시간제일자리가 많이 창출되지 않다보니 통제가 좀 더 용이한 공공부문의 양질의 일자리를 시간제로 쪼개어 70%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식의 계획이 나오는 것이다. 애초에 시간제일자리를 추진하고자 했던 것은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다시 재취업시켜 고용율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으나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시간제 일자리가 그나마 중장년층 여성의 취업률은 높여주는지는 몰라도 그들의 삶의 질까지 개선해 주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고용 형태에 따른 시간당 임금을 계산해보면 시간제 일자리는 임금의 수준뿐만 아니라 근로조건까지, 모든 일자리 중에서도 최저의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성별 임금의 상대적인 수준을 비교했을 때 2013년 기준, 남성 정규직 임금이 100이라면 남성비정규직은 63.7, 남성시간제는 50.5, 여성비정규직은 49.0, 여성시간제는 46.7로 나타나 남성 정규직 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여성시간제 시간당 임금이 2003년 62.8, 2007년 52.6, 2012년 44.7로 꾸준히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더 나아지기는커녕 악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회보험 가입률인데, 2013년 기준 여성비정규직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41.5%에 불과한데, 여성 시간제 일자리는 그보다 더 낮은 19.0에 그쳐 결코 시간제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여전히 일자리의 양만 늘리는 것에 급급하여 일자리의 질에 대한 관리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2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의원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추진한 ‘시간 선택제 일자리’에 국고로 1년을 보조금을 지원하고 이후 3년간 고용이력을 추적한다고 발표한 바 있었으나 관련 당국인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은 모두 자료 확인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후속대책이 사회복지 사각지대를 보완하겠다고 아무리 약속을 해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시간제 일자리의 임금과 근무조건에서 과연 출산과 육아를 이유로 시간제 일자리를 마음껏 선택할 여성이 있을까. 결국 하나의 일자리로만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투잡, 쓰리잡을 갖게 하는 현상을 야기시키게 되는데, 이번 후속대책은 그러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몸소 확인시켜주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 근로조건 개선 방안에는 사회보험 적용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데 ‘복수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시간선택제 근로자에 대해 개인별 근로시간 소득을 합산하여 사회보험을 적용시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단시간 노동에 대한 수요를 근거로 시간제 일자리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으나 결국 양질의 일자리만 파괴된 채 노동자들을 시간제 일자리로 전전하게 만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시간제일자리로의 전환 대상이 여성들이 주로 밀집해 있는 금융, 보건, 교육, 서비스 직종에 집중 적용될 예정이어서 여성의 빈곤화, 빈곤의 여성화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여성의 일자리 형태에 따른 보육 서비스 양극화까지 우려되고 있는데, 정규직에 대한 직장어린이집 확대 방안은 다각도로 제시되고 있는 반면 비정규직에 대한 공보육 확대 계획은 부재하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다수의 여성이 비정규, 시간제 일자리에서 근무하여 직장어린이집 확대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민간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공보육 확대로 접근하여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70% 고용율 달성이라는 숫자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 혜택과 시간당 임금이 제대로 보장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보육은 여성의 몫이라는 전제하에 시간제 일자리 양산으로 여성 취업률을 높이고자 한다면 그 정책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여성들이 출산과 양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기 어렵게 만드는 장시간 노동, 남성 중심의 직장 문화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일제 남성중심의 장시간 노동 구조를 줄이기 위해 시간제 여성 일자리로 전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공공부문부터 양질의 전일제 일자리를 늘리는 모범을 보이고, 사회가 양육을 책임져야 남녀 모두에게 일·가정 양립의 의미가 생길 것이다.
2014년 10월 21일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조승수)
문의 : 조이다혜 정책연구위원 (070-4640-2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