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천호선 대표, 오마이뉴스-2 "무력한 야당이 선출된 왕 만들었다"

"무력한 야당이 선출된 왕 만들었다"

오마이뉴스 | 입력2014.10.21 09:03

기사 내용

[오마이뉴스 최지용,이주영,유성호 기자]

21일 창당 2주년을 맞는 정의당의 천호선 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권은 선출된 권력 아래 법을 이용하고, 악용하고, 무시하면서 독선과 횡포를 일삼는 정권"이라며 "박 대통령의 제왕적 의식과 무력한 야당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천 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근 검찰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한 보도를 한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를 기소한 것과 관련해 "국격은 대통령의 사생활 공격하는 사람들에 의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대통령과 청와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국격"이라며 "지금의 대응은 졸렬하기 그지없다. 언론탄압 국가라는 비난을 자초했다"라고 비판했다.
 

창당 2주년을 맞는 천호선 정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최근 불거진 개헌논의와 관련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선거제도 개혁이 개헌보다 중요하고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지금처럼 소선거구제가 유지돼 지역독점세력의 기득권이 유지된다면 국가운영은 지역독점세력의 합종연횡으로 된다. 선거제도 개혁 없는 개헌은 개악"이라고 지적했다.

ⓒ 유성호

그는 또 최근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개헌논의와 관련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선거제도 개혁이 개헌보다 중요하고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지금처럼 소선거구제가 유지돼 지역독점세력의 기득권이 유지된다면 국가운영은 지역독점세력의 합종연횡으로 된다. 선거제도 개혁 없는 개헌은 개악"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천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박 대통령, '환생경제'에 박장대소 하던 자신 생각해봐야"

- 박근혜 정부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현재까지 어떻게 평가하나?

"참 힘들었던 나날이었다. 박 대통령도 힘들었을 거다. 여당도 힘들고 야당도 힘들고 국민도 힘든 기간이었다. 그동안을 한 마디로 평가하면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말하며 당선된 박 대통령이 그 약속을 파기하는 일련의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 여성 대통령이라고 하면서 기대했던 공감능력 또한 상실한 정권이다. 국민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그것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실이 가진 권위주의 의식과 제왕적 의식 때문이다. 거기에 무기력한 야당이 선출된 왕을 만들었다. 선출된 권력 아래 법을 이용하고, 때로는 악용하고 때로는 무시하면서 독선과 횡포를 일삼는 정권이다."

-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카카오톡 감청 논란도 그러한 평가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 유신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데, 왜 이런 논란이 계속 된다고 보나?

"앞서 말한 것처럼 박 대통령의 제왕적 의식과 무력한 야당이 원인이다. 극단적인 예가 최근 <산케이신문> 사례다. 대통령의 사생활이 보도됐다는 것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에서 볼 때는 유쾌하지 않다.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결코 유쾌하지 않다. 그런데 그 의혹이 왜 생겼나? 사라진 7시간에 대한 해명은 누가 봐도 불투명했다. 의혹을 스스로 증폭시킨 것이다. 그것을 조선일보도 보도했고 취지는 다르지만 <산케이신문>도 보도했다.

<산케이신문> 기자를 기소하면서 검찰이 내세운 논리는 국격을 훼손했다는 거다. 대통령의 사생활을 보도하거나 비난하는 일은 미국에도 있고, 한국에도 있다. 이번보다 더 심각한 사례도 많았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한 '환생경제'라는 연극을 보면서 박장대소하던 본인의 모습을 한 번 생각해봐라. 국격은 대통령의 사생활 공격하는 사람들에 의해 떨어지는 게 아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국격이다. 지금의 대응은 졸렬하기 그지없다. 언론탄압 국가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개헌 논의보다 선거제도 개혁, 비례대표부터 확대해야 한다"

-그런 부분을 포함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개헌 논의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발언으로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거란 전망이 야당 안에서 나온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는가?

"대통령제를 바꾸는 방법은 '4년 중임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세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의원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의 권한은 줄이고 책임은 높이자는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줄인다는 건, 반대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국민들은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

정의당은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선거제도 개혁이 개헌보다 중요하고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 선거제도 개혁, 후 개헌이다. 지금처럼 소선거구제가 유지돼 지역독점세력의 기득권이 유지된다면 국가운영은 지역독점세력의 합종연횡으로 된다. 이렇게 된다면 현재보다 더 나빠진다. 선거제도 개혁 없는 개헌은 개악이라는 게 우리 당의 입장이다."

- 선거제도 개혁의 경우 정의당의 강령인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확정하는 건가?

"독일식 비례대표제가 좋지만 과연 그것이 실현가능성이 있느냐를 생각해야 한다. 또 국민이 이 제도를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 탄력적이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싸워야 한다. 일단 독일식 비례대표제까지는 아니어도 비례대표를 확대하자는 것이 하나의 원칙이다. 중대선거구제 문제는 진보정치 관점에서 비판적 문제의식 있다. 한 지역구에서 2~3인을 뽑는 중선거구제는 양당 기득권 독점 유지하면서 서로 조금씩 주고받을 수 있다. 이건 기득권의 연장이다."

"유가족이 진상규명에 적임자"

- 올해 한국사회에 가장 큰 충격이었던 사건은 세월호 참사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한국사회가 달라야 한다고 한다.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사회 도처에 기생하는 특권집단이다. 그것은 관피아이기도 하고 재벌이기도하고 정치권도 관여돼 있다. 이런 특권집단을 혁파하는 것, 특권집단과의 전쟁 없이는 대한민국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 세월호 특별법이 그래서 중요하다. 행정적으로 잘못한 사람들을 찾아내고 처벌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런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권집단까지 찾아내고, 그 특권집단들이 개입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사회로 바꾸는 게 중요한 문제다. 세월호 특별법 합의 소식을 듣고 각종 마피아들, 모피아, 관피아, 해피아들은 속으로 만세를 불렀을 것이다."

-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 여당은 여전히 특검을 정하는데 유가족들의 참여를 배제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단지 일선의 몇몇 실무자들의 잘못이 아니다. 근본적 문제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처벌이 필요하고 그것을 보장하는 것은 가족들의 참여가 제일 중요하다. 가족들이야말로 성역 없이, 이권에 타협하지 않고 국민의 안전을 대변할 수 있는 적임자다. 가족은 단순히 피해자가 아니다. 국민을 가장 철저하게 대변할 수 있는 게 유가족이다. 그런 전례가 형성돼야 사회 각 분야에서 특권집단들을 제압할 수 있고 분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 이후 2500명 당원 가입, 유일하게 성장하는 정당"

- 다음 선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당의 향후 진로는 어떻게 상정하고 있나?

"정의당은 7·30 재보선을 통해서 아직 확고하지는 않지만 '대표적인 진보정당', '제3의 대안정당'의 위치에 진입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진보재편과 야권혁신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을 다음 단계의 과제로 놓고 있다."

-그 역할을 하는데 있어 전망은 어떤가?

"정의당 의원들 모두 단단한 분들이다. 심상정 대표는 말할 것도 없고, 박원석 의원도 참여연대에서 시민운동도 열심히 했고, 정책도 전문가다. 김제남 의원은 환경운동, 정진후 의원은 전교조 위원장 출신으로 교육운동에서 최고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판사 출신의 서기호 의원까지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 분들의 활약이 제대로 드러났다. 본 실력을 발휘하는 데 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

노회찬, 유신민, 진중권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노유진의 정치카페)도 청취자가 100만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정당의 역할 중에 시민정치교육이란 게 있다. 대한민국 정당 중에서 100만 명을 놓고 시민정치교육을 하는 정당은 우리 당밖에 없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것들이 우리 당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또 6·4 지방선거 이후 2500여 명이 당에 가입했다. 다른 당이 볼 때 적을지 모르지만, 대부분 자발적으로 들어왔다. 이 당원들은 세월호 참사를 겪고 정치권을 주시하면서 지낸 분들이다. 과거에 정당 명함이 없던 분들이 70~80%다. 대한민국의 정당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하는 정당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점들이 있다. 앞으로 예전에 무상급식이나 무상의료 의제를 냈던 것처럼, 우리 당의 의제주도성을 강화할 것이다. 쉽게 표현하면 민생정책에 집중할 것이다. 그게 하나의 방향이다. 탈핵문제에도 소홀했다. 그래서 녹색당이 따로 생겼다. 탈핵 문제에 대해서 녹색당 못지않게 열심히 하겠다. 이제 탈핵문제는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다뤄왔지만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정치개혁의 문제다. 이것은 추상적인 게 아니라 민심이 왜곡되고 사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꼭 추진해야 한다. 또 건강보험 개혁과 최저임금 인상, 자사고 폐지도 우리 당의 브랜드 정책으로 해서 집중적으로 전당적인 실천을 전개해나가겠다."

"정의당은 나눠 먹지 않는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박근혜 정권은 선출된 권력 아래 법을 이용하고, 악용하고, 무시하면서 독선과 횡포를 일삼는 정권"이라며 "박 대통령의 제왕적 의식과 무력한 야당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유성호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2016년 총선이다. 아직 기간이 많이 남았지만 어떻게 준비할 생각인가?
"정당은 선거 때가 돼야 숨을 쉰다. 당이 작기 때문에 선거에 닥쳐서 준비하려 힘들다. 그래서 총선준비를 미리 하려고 한다. 곧 2016총선캠프를 만든다. 시기적으로 보면 1년 반 이상 남았지만 지금부터 총선 후보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을 한다. 또한 새로운 강령을 제정한다. 당원들은 강령이 뭔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제가 직접 맡아서 전 당원이 함께 새로운 강령을 만들어 내년 3월 대의원대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정의당이 어떤 정당인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진보정당은 '풀뿌리 정치'와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서 이 두 개의 가치에 어느 정도 다가가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노동중심성은 다른 정당에 비해 떨어지는 게 아닌가?

"노동현장과 거리가 생긴 것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진보정치 전체의 문제다. 모두가 공동의 책임을 지고 있다. 다시 복구해 나가야 한다. 다만 정의당은 과거 진보정당이 소홀했던 중소상공인들과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또 세월호 관련 현장에도 굉장히 열심히 결합하고 있다.

진보정당은 비를 함께 맞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투쟁현장에 가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제는 비를 맞는데 그치지 않고 비를 막을 수 있는 우산을 만드는 게 정당의 역할이다. 규모가 작은 정당이 비도 함께 맞고 우산도 만들기 버거운 게 사실이다. 어디든 뛰어가고 싶지만 그렇게 못하고 있다."

-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그동안 활동했던 은평구를 떠나 수원에서 출마했다. 앞으로도 수원에 남을 생각인가?

"당으로서 총력을 투입해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는 과정에서 수원 영통에 지원했다. 저는 수원 당원들과도 약속했다. 수원과 은평구에서 모두 일상적 정치활동을 지원할 것이다. 그러나 출마를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는 조금 시간을 가지고 고민해야 한다. 생각을 미뤄놓고 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당 대표로서의 역할부터 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정의당은 진보적 가치와 민주주의 원칙에 동의하는 사람은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정당이다.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이런 원칙을 가지고 진보를 재편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정의당은 진보하는 진보정당이고 함께 만드는 정당이다. 게시판에서 대표가 당원들과 대화하기도 하고 온오프라인 투표로 지역위원장을 뽑는다. 정파적으로 조정하거나 나눠먹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정당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다면 정의당에 들어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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