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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논평

  • [정책논평/브리핑] [정책논평] 농민에게 월급을 주자

[정책논평] 농민에게 월급을 주자

* 한겨레신문 2014.1.7일 [왜냐면]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618555.html

 

결국 새로운 쌀 목표가격은 18만8000원으로 결정됐다. 이명박정부의 농업선진화방안 이후 본격화된 개방농정 기조와 살농정책 전략이 함축된 목표치다.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농정의 고삐를 더 틀어쥐려는 강력한 신호다.이대로면 올해도 수확기 산지쌀값이 17만6062원 이상이면 변동직불금은 단 한푼도 지급되지 않는다. 지난 2012년, 2013년과 마찬가지로 변동직불금 예산은 전액 불용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농정 당국은 수확기 산지쌀값을 17만3000원~17만4000원선에서 책정할 예정이다. 정부가 농민을 상대로 또한번 기만적인 허수 숫자놀음을 저지른 셈이다.

물론 목표가격 인상이 만사는 아니다. 설사 농민들의 요구대로 물가인상과 생산비가 반영된 합리적인 쌀 목표가격이 결정된다한들 농업의 구조적 난제는 풀리지 않는다. 농민들의 만성적인 민생고도 그 정도로는 해결되지 않는다.오늘날 우리 농업과 농민은 밖으로는, 무차별적인 자유무역협정으로 쓰나미같은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안으로는 늙고 병든 농민들은 이명박정부의 농업선진화방안, 박근혜정부의 창조농업에서 겁박하는 농업 생산력과 부가가치 제고, 국제경쟁력 창출은 고사하고, 제 가계와 가족 하나 가누고 보듬을 힘조차 없다.정글같은 오늘날의 자유무역시대에 맞서 싸울 상대는 무지막지하게도 5대곡물메이저를 비롯한 초국적자본이다. 평균 농지 1.5ha, 농업소득 8백만원의 우리 중소농들의 처지로 이들에 맞서 식량주권을 지켜낼 승산은 전무하다.  

그렇다고 농업은 포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가의 기간산업이고 생명산업이기 때문이다. 휴대폰과 자동차를 조리해서 먹고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설사 휴대폰과 자동차를 아무리 많이 내다팔아도 곡물메이저가, 초국적자본이, 세계열강이 쌀과 밀가루가 내주지 않는다면 바꿔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그래서 농업은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교통, 에너지, 보건의료, 교육, 주택 등처럼 국가경제의 사활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 농업이다. 따라서 농지, 생산기반시설, 농기업 등 농업인프라를 국유화, 공유화할 이유는 충분하다. 오로지 기업농이든, 중소농이든 무한경쟁의 민간시장에 농업의 운명을 떠맡기는 건 무책임하고 위험하다는 경고와 교훈도 이미 주변에 넘친다.

국가기간산업 농업을 살리자면 당연히 국가와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일찍이 농민단체와 진보정당에서는 국가의 식량주권을 지키는 농업과 농민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농업을 공공산업으로 법제화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가령 ‘국가 기간산업인 농업에 복무하며 식량주권 지키는 농민에 대해 준공무원 대우를 하고 월급여를 지급하는 일종의 국가책임 공익농민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이를 통해 농업과 농민의 사회적 지위향상, 신규농업인력 유입, 소득안정 등의 정책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논리다. 무엇보다 농업의 생태적이고 공동체적인 다원적 가치는 사회공익 행위로서 존중되고 대접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최근 스위스에서는 모든 성인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자는 ‘기본소득제’ 도입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헌법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취업 여부나 소득 수준 등에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기본소득을 국가가 지급하자는 것이다.우리도 이른바 ‘공익농민 기본소득제’를 공론의 장에서 더불어 토론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천의 선행조건으로 국가기간산업로서 농업의 공익적 다원기능 법제화, 식량자급률 법제화, 농지 공개념화 등을 더불어 거론되어야 한다. 

부정론자, 반대론자들은 늘 재정을 걱정하고 핑계댄다. 비현실적이며 파격적 발상이라며 이해와 공감보다는 비판과 반론을 앞세운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근본적으로 고민해보아야 한다. 지금 우리 농업이 처해있는 식량주권의 위기. 농민의 생존권 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묘책이 달리 있는가. 농업이 국가의 식량주권과 생존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에 동의하는가. 농민이 그 공익을 수호하는 공익일꾼이라는 데 이의가 없는가. 그렇다면, ‘공익농민  기본소득제’를 부정하거나 반대할 여지는 거의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정부와 국회는 무책임하고 농민은 무기력하다. 지금 우리 농업의 처지는 예정된 나락으로 치닫는 한계상황이 지속되고 있을 뿐이다. 일말의 돌파구나 희망은 잘 보이지 않는다. 발상의 전환,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한 특단의 제도적, 법률적 처방 말고 다른 대안은 없는듯하다. 남아있는 시간도 그리 많아보이지 않는다. 

국가주권을 포기할 수 없듯이 식량주권은 포기할 수 없다. 포기해서도 안 된다. 국민이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예민한 주권국가의 권리이자 책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국민의 생존권을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지켜온 농민에게 월급을 주자는 제안은 이토록 타당하고 절실하다. 이 세상의 모든 새로운 제도는 실현되기 전에는 다 비현실적이었다.

 

<정의당 국회정책연구위원 정기석>.

 

참여댓글 (2)
  • 행복한농부

    2014.01.25 21:15:41
    작년 35년의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농사를 짓겠다고 시골로 내려왔습니다. 제 나이 37.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나마 저는 젊은 농부로 인근에서 가장 젊은 나이에 속합니다. 5식구 먹구 살만큼은 벌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지만, 그게 사실 언제까지 일지 막막하기는 합니다. 주변 어르신들 이 힘들고 척박한 곳에 왜 왔냐고 하십니다. 세상 어디 하나 쉬운곳이 있던가요 하고 열심히 하면 되겠죠라고 대답드렸죠. 사실 중국과의 FTA가 가장 두려운게 사실입니다. 최소한 농민들에게 살아갈 수 있는 돌파구는 마련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세드신 노인분들... 영세한 농민들... 옆에 있으면서 뭘 도와드리고 싶어도 방법이 안보입니다. 그래도 여러분들과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 마을시민, 정기석

    2014.01.26 09:21:03
    제가 어느덧 귀농촌 13년차입니다. 다양한 도전과 시행착오를 값진 자산으로 보유한 귀농촌 선배(!)로서 아마 쓸모가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