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김제남 원내대변인 “야당 요구 수용 없는 황우여 대표 연설, 대통령 불통에서 한 치도 나아감 없다”

[논평]

김제남 원내대변인 “야당 요구 수용 없는 황우여 대표 연설, 대통령 불통에서 한 치도 나아감 없다”

 

오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국회 연설은 한마디로 실망 그 자체다. 국민과 야당이 시급한 해결과제로 요구하고 있는 민주주의 회복과 복지.경제민주화 이행에 대한 집권여당으로서의 수용 자세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 일방통행 식 연설에 불과했다.

 

황우여 대표는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면서 기업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복지공약 이행을 강조하면서 증세는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는 ‘거꾸로 처방’만을 내놓았다. 기초연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공약 파기가 아니라고 강변하면서, 오히려 선거 전에 공약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적반하장 식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도대체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는 이야기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과 NLL 논란을 ‘지난 정부에서 있었던 일의 뒤처리 문제’라고 규정한 황우여 대표의 인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겠다”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을 사전에 기획해 감행하는 등 또 다른 국기문란 사건을 벌인 것과, 서상기.김무성 의원에 의해 대화록이 불법 유출된 정황 역시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서도 원론적인 이야기 외에 집권여당으로서 구체적인 개혁방안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이 없었다. 지난 여야 3자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불통으로부터 한 치도 나아감이 없는, 그야말로 불량 메시지의 반복재생에 불과했다.

 

품격 있게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황우여 대표의 제안은 일견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그간 ‘다수당 횡포’의 단골 주인공 역할만 맡아오던 것과 의원들 한명 한명을 줄 세워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가로막아온 것에 대한 일언반구 반성 없는 오늘 제안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명박 정권부터 박근혜 정권까지 새누리당이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 역할을 하는 동안 황우여 대표는 대체 어디에서 무얼 하셨는지 묻고 싶다.

 

진정한 국회 선진화는 지금과 같은 거대양당 중심이 아니라 소수정당이 함께 참여하는 국회운영을 보장하고 실행에 옮길 때만 가능한 일이다. 제1야당과 무한정쟁만을 반복하며 기득권적 담합식의 국회운영 방식을 과감히 떨쳐내지 않고서는 무늬만 국회 선진화에 머물게 될 것임을 황우여 대표는 명심하시기 바란다.

 

오늘 ‘친박실세’ 최경환 원내대표가 아닌 황우여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한다고 예고됐을 때 가졌던 약간의 기대는 역시나 허무한 실망으로 되돌아왔다. 박근혜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자임하는 듯 했던 황우여 대표의 모습이 희미한 이미지에 불과했음을 또다시 느끼게 해준 연설에 불과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과 불통으로부터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채 국민과 야당에 실망만 안겨준 오늘 연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2013년 10월 7일

정의당 원내대변인 김 제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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