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핵발전소 유치 신청 지자체 규탄 기자회견 발언문]
오늘 우리는 기후 위기와 에너지 위기라는 이중의 파고 속에서, 실용이라는 가면을 쓰고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정부와 이에 동조하는 4개 지자체를 강력히 규탄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최근 중동발 전쟁 위기로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핵 발전만이 살길'이라며 대형 핵발전소 신규 건설과 노후 원전 재가동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대안이 아니라 퇴행입니다. 수요 관리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정공법을 외면한 채, 오직 핵 산업계의 이해관계에만 매몰된 정부의 행태는 국민의 안전을 팔아넘기는 기만행위입니다.
정부는 핵발전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 말하지만, 데이터는 전혀 다른 진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신규 원전 건설에는 평균 14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지금 시작해도 2040년에나 가동됩니다. 요구되는 각종 전력 수요 시기와도 불일치하는 지각 대책입니다.
기술적으로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은 전 세계 어디에도 완성된 곳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2030년이면 한빛, 고리 등 기존 저장조가 포화 상태에 이른다고 합니다. 대책 없는 쓰레기만 양산하는 것은 기술적 오만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어떻습니까.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의 균등화발전비용은 급격히 하락하여 이미 핵발전보다 저렴해졌습니다. 반면, 사고 처리 비용과 폐기물 관리 비용을 합산한 핵발전의 실제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단위 면적당 핵발전소 밀집도가 세계 1위입니다. 특정 지역에 위험을 몰아넣고 수도권의 전기를 충당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에너지 식민지화 입니다.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시민의 목숨을 판돈으로 거는 4개 지역 지자체장들은 들으십시오.
영덕은 수차례 주민 투표와 투쟁으로 핵발전소를 막아냈던 곳입니다. 양산단층 등 활성단층대 근처에 핵발전소를 짓겠다는 것은 자연의 경고를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이미 새울 원전 등 대규모 단지가 조성된 최악의 밀집 지역 울주에 또다시 원전을 들이는 것은 확률적 재앙을 키우는 일입니다. 한 곳에 집중된 전력망은 사고 시 국가 전체의 마비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세계 최대 인구 밀집지인 기장군은 고리·신고리 원전이 이미 빽빽합니다. 반경 30km 내에 수백만 명의 부산·울산 시민이 살고 있는 이곳에 신규 원전을 짓는 것은 전 세계 어느 국가도 하지 않는 무모한 인체 실험입니다.
2016년 지진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경주에, 검증되지 않은 소형모듈원자로를 유치하겠다는 것은 시민을 실험용 쥐로 만드는 격입니다. 문화유산의 도시 경주를 핵폐기장의 도시로 만들 셈입니까?
이재명 정부는 들으십시오. 실용은 생명을 지키는 데 쓰여야지, 죽어가는 핵 산업을 심폐 소생하는 데 쓰여서는 안 됩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전면 폐기하고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는 지원금 미끼를 거두어 신규 핵발전소 부지 공모를 중단하십시오.
AI 시대 전력 수요 폭증을 핑계로 핵발전소를 지을 것이 아니라, 산업용 전기 요금 현실화와 에너지 효율 의무화 제도를 강화하십시오.
펑펑 쓰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핵발전소를 짓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독성 물질을 들이붓는 격입니다. 공공기관 에너지 5부제 실시, 건물 에너지 성능 강화 등 강력한 수요 제어 정책을 즉각 시행하십시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노후 핵발전소의 무리한 재가동 시도를 멈추고,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에 따라 해당 지역 노동자와 주민을 위한 폐로 지원 대책을 마련하십시오.
우리는 핵에 기댄 위험한 풍요가 아니라, 햇빛과 바람이 주인이 되는 안전한 공존을 선택하겠습니다. 낡은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고 신규 핵발전소를 짓는 데 들어갈 수십조 원의 예산을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화에 투자하십시오.
지자체장들은 당장 유치신청을 철회하십시오. 당신들의 눈앞에 보이는 지원금 몇 푼보다 더 소중한 것은 주민들의 생명과 그 땅의 미래입니다. 정의당은 핵 없는 사회,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 싸우겠습니다.
2026년 3월 31일
문정은 정의당 부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