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사회적 갈등 부추기는 대통령의 ‘무임승차 제한’ 발언 부적절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국무회의에서 출퇴근 시간에 65세 이상 무임승차를 제한하는 방안을 연구해보라고 지시했다. 미국의 이란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취지로 이해되지만,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고 사회적 갈등만 부추기는 조치로 동의할 수 없다.
전쟁으로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아져 출퇴근 시간 혼잡도가 커지고 있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에 한해 무임승차를 제한하자는 발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근거가 불충분하고 정치적으로도 적절하지 않으며 시대 흐름과 역행하는 주장이다.
출퇴근 시간 무임승차 이용 인구는 전체의 8% 정도라고 한다. 이들 중 얼마나 출퇴근과 무관한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정년 이후에도 일하는 비율이 늘고 있음을 생각하면, 8% 중 일부에 그칠 인구를 줄이자고 복지혜택에 예외를 만드는 것은 적절한 대책이 아니다. 출퇴근이 아니더라도 그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각자의 사정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결국 실질을 챙기지는 못하면서 세대 갈등만 조장할 뿐이다. 대표적으로 이준석 의원이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과도한 부채가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이유로 진작부터 노인 무임승차 폐지를 주장해 왔다. 개혁신당은 이번 발언을 기회 삼아 아예 무임승차 전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출퇴근 시간 혼잡도를 줄이고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부채를 해결할 다양한 방안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손쉽게 세대 갈라치기로 결론 내리는 것은 정치적으로 틀렸다. 고유가 시기에 한정된 임시 조치로 끝나리라는 보장이 없고, 한 번 예외가 적용되면 온갖 이유로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시민이 맘 편히 쉴 수 있는 공공 공간이 점점 더 자본에 자리를 내주는 시대에 대중교통 무임승차는 도시 노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복지제도다. 실제로 작년 여름 종로구청이 탑골공원 장기·바둑판을 철거시킨 뒤로 노인들은 대중교통에 몸을 싣는 수밖엔 없었다고 한다. 도시 노인이 돈을 쓰지 않아도 안전하고 쾌적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최후의 공간이 바로 공공교통인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공공교통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무임승차 폐지 주장으로 번질 수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장은 매우 부적절하다. 임시 조치가 필요하다면 공공기관부터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거나 팬데믹 시기에 인프라를 구축한 원격근무를 재활성화하는 방안, 지하철·버스를 대폭 증차하고 그 비용을 중앙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방안부터 검토하라.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의 부채 문제는 노인의 혜택을 줄이는 방향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국비 지원을 확대하는 것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세계가 점점 불안정해지고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지금은 무임승차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시 교통 체계를 공공교통 중심으로 확대하고 무상교통으로 향해갈 때다.
2026년 3월 26일
정의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