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 비닐하우스에서 이주노동자 죽게 한 국가, 상고 강행한 정부의 책임 묻는다 [권영국 대표]
[성명] 비닐하우스에서 이주노동자 죽게 한 국가, 상고 강행한 정부의 책임 묻는다

2020년 겨울 차가운 비닐하우스 안에서 스러져간 고(故) 속헹 님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국가의 국가배상 책임을 최종 확정했다. 인권과 존엄을 바로 세운 대법원의 현명한 판결을 환영하며, 2심 패소에도 기어이 상고를 강행하여 유족의 상처를 헤집은 정부의 책임을 묻는다.

대법원의 판결은 대한민국이 이주노동자를 ‘쓰고 버리는 일회용 부품’이 아닌 존엄한 인간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경고이다. 고인은 정부가 공인한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했으나, 그가 일한 농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법적 보호는커녕 정부의 감독 범위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열악한 주거 환경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지도·점검의 의무를 방기했으며, 그 방관의 결과는 한 젊은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정부는 2심에서 패소했지만 ‘사망의 인과관계’를 운운하며 상고를 이어가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이재명 정부가 국가폭력 과거사 사건들에 대해선 원칙대로 상고를 취하했지만, 이주노동자 사건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한 것이다.

이 사건은 국가가 이주노동자를 선발하고 배치하면서 최소한의 생존권조차 보호하지 못해 발생한 ‘국가에 의한 구조적 살인’이라는 점에서 상고 취하가 마땅했으나, 정부는 결국 상고를 결정했다. 사랑하는 딸을 잃게 만든 나라와 수년째 소송을 이어가는 유족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는가. 정부는 유족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라.

정의당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 땅의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현대판 노예제, ‘고용허가제’의 근본적 폐지를 강력히 촉구한다.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가로막아 열악한 환경에서 도망칠 권리조차 빼앗는 제도, 사람이 살 수 없는 가설 건축물을 기숙사로 허용하는 행태가 지속되는 한 제2, 제3의 속헹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나아가 이주노동자의 주거권과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국가가 혈세로 소송을 남발하며 인권을 침해하는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 비닐하우스 숙소 전면 금지, 이주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쉴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라. 

먼 타지에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고 속헹 님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딸의 한을 풀기 위해 딸을 죽게 만든 나라와 끝까지 싸워야 했던 유족들께 위로의 인사를 전한다. 정의당은 국경과 인종을 넘어 그 어떤 노동자도 일터에서 죽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2026년 1월 30일
권영국 정의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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