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 ‘기업엔 면죄부, 국민에겐 위험’ 국민 안전 포기한 AI 기본법, 전면 재설계하라
[성명] ‘기업엔 면죄부, 국민에겐 위험’ 국민 안전 포기한 AI 기본법, 전면 재설계하라

- 기업 중심으로 설계된 AI 기본법, 1년 이상 계도기간으로 사실상 ‘무늬만 규제’ 전락해
- 인권 침해 우려 명백한 AI를 금지하는 규정, 실효성 있는 생성물 표시 의무, 플랫폼 알고리즘과 노동 통제에 대한 규율도 거의 마련돼 있지 않아
- AI로부터 영항받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 보호와 AI를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사업자들의 책임 분명하게 규정해야
- 강행 규범 확립, 사업자 책임 명시, 고위험 AI 금지, 영향평가 의무화 등 ‘이중 안전망’ 보완해야
- 노동자·플랫폼 노동자·소상공인·창작자 등 AI 영향받는 시민을 정책의 주체로 참여시키고, 국회는 정부 AI 정책을 책임 있게 견제해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이 시행되었다. 애초 안전과 인권보다 기업 혜택에 치우친 법이지만, 그마저도 정부는 시행령으로 최소 1년 이상의 계도기간을 선언하며 과태료 부과 등 실질적인 제재 집행을 유예하기로 했다. 깊은 유감을 표하며, 신속하게 규제를 보강하여 AI로 인해 영향받는 모든 이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AI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AI를 명분으로 한 일자리 위협은 현실이 되었고, 딥페이크는 여전히 여성의 일상과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직간접적 전력·물 소비, 생성형 AI 학습에 무단으로 활용된 저작물, 시민의 개인정보까지 위협 역시 심각하다. 

한국의 AI 기본법은 ‘기업의 자율’이라는 미명 아래 국민을 위험한 실험 대상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유럽연합(EU)이 AI법, 디지털서비스법(DSA), 개인정보보호법(GDPR) 등 촘촘한 법망을 통해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과 대조된다.

정부는 1년의 계도기간을 ‘무늬만 규제’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AI 기본법의 치명적인 결함을 해소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기 바란다. AI로부터 영항받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AI를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사업자들의 책임을 분명하게 규정하여야 한다.

현행법은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고영향 AI의 핵심 통제 장치가 ‘노력’과 ‘면제’로 점철되어 있다. 또한 실질적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이용사업자의 책임도 흐러져 있다. 사실상 기업들이 책임을 피하고 빠져나갈 구멍들로 가득한 것이다. 칼을 만든 사람만 규제하고, 정작 그 칼을 휘두르는 사람에 대한 통제는 느슨하게 풀어준 꼴이다.

무차별적인 생체정보 수집이나 사람의 잠재의식을 조종하는 AI 등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명백한 기술을 금지하는 조항도 없다. AI 생성물 표시 의무는 예외가 넓어 실효성이 의심되고, 위반해 봐야 고작 최대 3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뿐이다. 플랫폼 알고리즘과 노동 통제에 대한 규율은 사실상 방치되어 있다.

이처럼 구멍과 방치로 가득한 AI 기본법은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지키기 위한 ‘이중 안전망’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정부는 시행령으로 풀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조속히 찾아내 보완할 것을 촉구한다. 정의당은 다음과 같이 보완할 것을 요구한다.

먼저 타협할 수 없는 최소한의 강행 규범을 확립하라. 부처나 산업을 불문하고, 고영향 AI라면 예외 없이 지켜야 할 원칙을 법에 박아야 한다. 이용사업자의 책임 명시, 노력 조항의 의무 전환, 극도로 위험한 AI의 개발 금지와 영향이 막대하거나 AI와 공공부문에 쓰일 AI의 인공지능 영향 평가 의무화가 필요하다.

노동·플랫폼·개인정보 등 개별법을 개정하여 ‘디테일한 통제권’을 보장하라. 기본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관련 상임위와 부처가 즉각 움직여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플랫폼법을 정비하여 유튜브·쿠팡 등 추천 알고리즘의 설명·선택권을 보장하고, 고용노동부는 노동법을 개정해 알고리즘에 의한 해고·배치·평가 시 노동자의 이의 제기권을 명문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AI 기본법에는 노동자, 소상공인, 창작자, 사회적 약자 등 그간 소외되었던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 영향을 주는 이들의 목소리만 듣고 영향을 받는 이들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법안이 만들어졌으니, 구멍과 방치로 가득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AI를 개발하는 극소수만이 아니라, AI와 경쟁하고 알고리즘의 통제를 받으며 실생활에서 영향받는 이들이 정책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정부는 ‘계도기간’이라는 이름으로 안전과 권리의 보호를 뒤로 미루지 말라. 1년 간의 유예를 단순히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AI가 침범하지 말아야 할 선을 정하는 민주주의의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AI 정책에 시민의 권리 보장과 참여 권한을 확대하라. 국회는 책임 있게 정부 정책의 견제에 나서라.

2026년 1월 23일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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