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시민들의 명령이다, 성폭력 2차 가해를 법으로 끊어내라
성폭력처벌법에 ‘2차 가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처벌 조항을 만들어달라는 국민동의청원이 5만명을 돌파해 성사됐습니다. 이번 청원 성사는 미투 운동 이후 8년간 2차 가해 방지에 번번이 실패해 온 정치권에 대한 여성 시민들의 단호한 경고이자 명령입니다.
자신을 ‘친족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로 소개한 청원인은 성폭력 피해 이후 가족, 지인, 심지어 상담센터와 경찰에게까지 지속적으로 2차 피해를 겪어왔다고 합니다. 비난과 조롱, 회유와 협박의 말들이 가해자가 아니라 도리어 피해자를 향했습니다.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가 공동체를 망쳤다고 비난하거나 피해자에게 범죄 책임을 전가하는 말들, 피해자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불신하는 말들이 바로 2차 가해입니다. 2018년 미투 운동이 본격화된 이래 수없이 봐온 풍경입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고발하고 처벌받도록 하는 싸움과 더불어, 2차 가해들에 맞서며 연대를 구하는 싸움을 동시에 해야 했습니다. 그 사례가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성폭력 안전실태조사’에서 응답자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대답한 정책을 보면 2019년에는 1순위가 가해자 처벌 강화였고 2차 피해 방지는 6순위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2022년 조사에서는 2차 피해 방지가 1순위가 되었을 정도로 2차 피해는 너무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2차 가해·피해 개념이 공론화된 뒤로는 2차 가해라는 개념을 폄하하며 피해자를 조롱하는 유형의 2차 가해들도 쏟아졌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이번 청원이 제기된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무엇이 2차 가해·피해인지 그 개념을 합의하고, 그것을 법률적으로 규정하여 앞으로의 2차 피해를 제대로 근절하자는 것이 청원의 골자입니다.
2차 피해가 가장 심각하게 발생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정치권입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여야는 없습니다. 처벌 규정이 없거나 지침·권고에만 그치는 현실 속에서 지속돼 온 성폭력 2차 피해의 비극을 끊어낼 책임은 정치에 있음을 분명히 합니다.
청원이 성사되어 국회로 넘어왔습니다. 국회는 자신의 피해를 공개하며 청원을 올린 청원인의 마음을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헤아리고, 책임 있는 자세와 성찰하는 마음으로 이 청원에 응답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2026년 1월 21일
권영국 정의당 대표







